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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논란 한국전력, 향후 대처에 쏠리는 이목
‘직장 내 괴롭힘’ 논란 한국전력, 향후 대처에 쏠리는 이목
  • 조나리 기자
  • 승인 2020.05.04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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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사진=pixabay

“갑질 과정에서 3번의 폭행이 있었다. 처음에는 폭언과 함께 등짝을 퍽 하는 소리가 나도록 세게 가격했고 두 번째는 보고서를 말아서 이마를 찍으며 밀쳤고 세 번째는 모두가 보고 있는 중앙 탁자에서 등짝을 2번 가격했다.”

“새벽까지 일을 시키는 등 야근을 강요하고 차장들 모두가 몇 달간 야근을 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가해자가 ‘니가 집에서나 가장이지 회사에서도 가장인 줄 아느냐’며 프린트를 출력해 뛰어다니라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일명 양진호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내 괴롭힘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차장급 직원이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직원 A씨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상사로부터 폭언은 물론 총 3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해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지난 몇달 간 야근을 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면서 “X끼야 등 모욕적인 발언과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무리한 사유로 트집을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과도한 업무량과 지속적인 괴롭힘에 건강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루하루 지옥이다. 우울증 약도, 정신과 처방도 무용지물이다. 가슴 떨리고, 두렵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 울었다, 웃었다 사람이 이상하게 변해간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전은 부랴부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상 절차에 따라 상담 및 당사자 간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 그러나 한전은 과거에도 사내 갑질 및 성희롱 문제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어,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전은 지난해도 사내 갑질이 블라인드 앱에 알려져 뭇매를 맞았다. 당시 글을 올린 한전 직원은 ‘조폭기업 한전, 입사희망 전 필독’이란 글에서 한전의 밥 당번 문화와 충성맹세 강요 등을 폭로했다. 또한 이를 거부할 시 승진은 포기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더욱이 현행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또한 반쪽짜리 방지법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한전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근로자가 사내 괴롭힘을 신고할 경우 사업주는 보호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 불이행 시 과태료 조항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씨 역시 보복 조치 등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본사에서 혼자 싸울 것을 생각하니 겁이 나고 오히려 내가 처벌받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며 “승진하려면 참으라는 주위 만류도 있지만 더 이상 견딜 수 없기에 맞서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시민노동 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한전 측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예의주시 한다는 입장이다.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여전히 미흡한 상태로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전 측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특히 공기업이 과거 군대식 문화가 여전히 강한 탓에 사내 괴롭힘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전에서 확실하고 적절한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정부 스스로가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아무 실효성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 된다”며 “그렇게 된다면 현행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괴롭힘 방치법으로 불리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현행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개정을 21대 국회에 촉구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으로는 가해자 ▲처벌조항 추가(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 악의적 상습적 갑질 ▲76조의3 조치사항 미이행시 과태료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교육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적용 ▲입증책임 사용자 부과 ▲가해자 손해배상 청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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