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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꼭두각시
정치적 꼭두각시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1.05.09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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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위기가 4년 가까이 지났지만 국제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1) 그러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929년 대공황을 포함해 인류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2)라고 평한 지난 위기와 관련해, 미국에서 형사처벌이 가해진 것은 없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이 한때 열의에 차 고객에게 투자 상품을 추천해 붕괴 위기를 맞은 적은 있다. 그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벌금형을 받았으나, 동시에 보너스를 챙기기도 했다. <<원문 보기>>

1980년대 후반, 미국 저축은행이 회계 부정으로 파산한 뒤 800명의 은행가가 수감됐다. 구조조정을 통해 힘을 키운 은행은 이제 면죄부를 받은 듯, 공공부채의 무게로 허덕이는 쇠약한 국가를 상대로 배짱을 부리게 되었나 보다. 차기 대선에서 연임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진영은 벌써부터 골드만삭스에 선거운동 자금을 구걸하고 있다. BNP파리바 은행장은 “유럽 정부가 은행 규제를 강화하면 신용대출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한다. 엔론과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를 비롯한 각종 정크본드를 최고 신용등급인 AAA로 평가한 스탠다더앤드푸어스(S&P)는, 미국이 공공부채를 신속하게 줄이지 않으면 초강대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 주요 20개국(G20)은 지난 3년간 정상회담을 통해 ‘전 지구적 신교향곡’을 만들려 했지만, 은행 규제 완화와 ‘금융 혁신’을 외치는 금융 천재들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그들이 일으킨 모든 재앙에 시민과 국가의 막대한 돈을 쏟아붓게 한 시스템은 지금 그대로 남아 있다(6~7면 참조).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정부는 전세계가 빈국을 돕기 위해 지난 반세기 동안 지출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금융기관을 유지하는 데 투입하고 있다”며 분개했다.(3) 그러나 그들이 제안한 해결책은 이미 전제 자체가 일어날 법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미봉책(은행에 15% 할증세 부과)이거나, 실현 가능성 없는 소망(조세천국 폐지, 공공 신용평가기관 설립, 금융거래세 부과)에 가깝다. ‘유럽연합(EU) 가입국의 단결된 태도’에 그 실현 여부가 달려 있다.

‘위기 중의 위기’가 돼야 할 사안이 아무렇지도 않은 위기가 됐다. 앤드루 청 중국 은행업 감독관리위원회 수석고문은 “이런 무기력은 국가가 자신의 금융 체제에 매여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4) 돌려 말하면 정부 책임자들이 은행가들의 축제를 망치지 않을지 가장 먼저 고민하는 마리오네트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글 · 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번역 · 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각주>
(1) 국제통화기금, ‘금융안정성보고서’, 2011년 4월.
(2) 제프 매드릭이 ‘월스트리트 레비아단’, <뉴욕 서평>(The New York Review of Books), 뉴욕, 2011년 4월 28일에서 인용.
(3) <사회주의자들의 주간지> n°610, 2011년 4월 16일 부록, ‘2012 사회당 프로젝트’ 참조.
(4) 제임스 샤프트, ‘은행, 위기 속의 승리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2011년 4월 13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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