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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만에 끝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추가 범행 9건 확인
34년 만에 끝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추가 범행 9건 확인
  • 장민영 기자
  • 승인 2020.07.02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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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수사가 1년여 만에 종결됐다. /사진=뉴스1
역대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수사가 1년여 만에 종결됐다. /사진=뉴스1

경찰이 역대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7)의 범행동기를 ‘스트레스성 욕구불만’이라고 결론지었다. 또 이춘재가 저질렀다고 자백한 30여 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 중 9건만 이춘재 범행으로 확인됐다고 발표됐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사건이 송치되면 수사본부는 해제된다.

“조기에 검거 못해 많은 희생자 나와.. 사죄드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본부장 반기수 2부장)는 2일 오전 10시 지방청 5층 강당에서 그간의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과거의 경찰의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을 비롯한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배용주(치안정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사건 수사 개요 브리핑에 앞서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 씨와 가족, 당시 무리한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춘재 8차 사건(1988년)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옥살이를 한 인물이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에서 재심이 결정돼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 청장은 “과거 부당한 수사를 한 경찰관 및 검사 8명을 직권남용·감금 등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면서 “또한 ‘초등생 김양 살해사건’ 관련해 당시 수사 경찰관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해 송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양 살해사건(1989년)은 실종사건으로 종결됐지만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이춘재가 자백한 사건이다. 이 사건 관련해 입건된 경찰관 2명은 과거 김양의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자 유골 일부를 확인하고도 사체를 은닉하고 증거를 인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 청장은 “과거 이춘재를 수사대상자로 선정해 수사했음에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조기에 검거하지 못하고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면서 “경찰의 큰 잘못으로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춘재 범행동기는 ‘스트레스성 욕구불만’”

경찰은 이날 이춘재가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게 된 동기를 ‘스트레스성 욕구불만’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배용주 청장은 이춘재가 저지른 1986~1991년 연쇄살인에 대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 상태에서 이뤄진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춘재 범행동기는 지난해 9월20일 투입된 9명의 프로파일러가 이춘재와 총 52차례 대면조사를 진행하면서 드러났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 청장은 “이춘재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다 군대 입대 후 성취감과 주체적 역할을 경험하게 됐다”며 “1986년 1월23일 전역 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 상태에서 상실된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와 살인을 지속했음에도 죄책감 등의 감정변화를 느끼지 못하자 점차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게 됐고 범행 수법도 잔혹해지는 등 가학적인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는 이중적인 모습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 청장은 “수사 초기 이춘재가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범행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자신의 건강과 교도소 생활만을 걱정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그렸다”며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춘재의 이 같은 심리분석은 개방형 면담과 심리검사, 진술 및 행동특성 분석, 사이코패스 평가 등 모든 자료를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추가 자백한 34건 강간(미수)사건 중 9건만 확인

이춘재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경기 화성지역에서 벌인 14차례 부녀자 살인 사건 이외에도 34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범행을 자백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중 9건의 강간 사건만 이춘재의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배용주 청장은 “이춘재가 자백한 34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에 대해 입증자료가 충분한 9건의 사건만 이춘재의 범행으로 확인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가 자백한 34건에 대한 범행은 발생시기와 지역이 14차례 일어났던 연쇄살인 사건의 시기와 지역이 일치하고 수법도 유사해 그의 소행인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경찰은 추가혐의를 밝히지 못한 25건을 제외하고 입증자료가 충분한 9건만 이춘재의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배 청장은 “나머지 사건은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당시 사회 분위기상 피해신고가 되지 않은 사건도 많았다”며 “또 피해자가 진술을 원하지 않는 이유도 있어 25건에 대한 추가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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