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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의 관능성과 야수성
[서곡숙의 문화톡톡]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의 관능성과 야수성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0.08.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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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 로맨스 웹툰


츠베탕 토도로프에 의하면, ‘흡혈귀는 죽음, 피, 사랑과 생명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며, 흡혈귀의 사랑에서 강렬하고 과잉된 관능적 사랑은 단죄되거나 찬양되며, 죽은 존재에 대한 사랑에서 이상적인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1] 뱀파이어 서사에서 뱀파이어는 과거 공포의 대상에서 벗어나 현재 인간 사회의 이방인으로 재현된다.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에서는 뱀파이어 주인공과 인간 여주인공의 사랑을 통해 뱀파이어 주인공의 권능과 인간 여주인공의 유일무이한 존재를 강조한다.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은 카카오페이지 웹툰과 네이버 웹툰에서도 인기 있는 서사 유형이다. 카카오페이지 웹툰에서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은 10만 명 이상 구독 작품이 34편이며, 34만 명 이상 구독 작품이 14편이나 된다. 네이버 웹툰에서도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은 10만 명 이상 구독 작품이 6편이며, 30만 명 이상 구독 작품이 5편이다. 여기에서는 카카오페이지 웹툰과 네이버 웹툰에서 공통적으로 30만 명 이상 구독하는 흥행작품 네 편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네 편의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은 <밤을 걷는 선비>, <뱀파이어 도서관>, <뱀파이어 셰프>, <미드나이트 세크리터리>이다.

 

<밤을 걷는 선비>: 괴물과 일탈자의 대립


<밤을 걷는 선비>는 조선시대 뱀파이어 선비와 양반 규수 인간 양선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웹툰은 조주희 글과 한승희 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 279만 명 구독, 네이버 웹툰 630만 명 구독의 작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2 우수만화 글로벌 프로젝트 선정 작품으로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 중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뱀파이어 선비는 자신이 사랑하는 인간 양선을 뱀파이어 기생 수향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며, 인간을 사악한 뱀파이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양선은 선비만큼의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선비와의 관계에 집착하는 반면, 선비는 양선이 인생의 순리대로 살아갈 수 있게끔 자신으로부터 떼어내어 현실세상으로 밀어내고자 한다. 긴 시간을 겪으면서도 사랑하는 여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는 뱀파이어 선비의 강인하면서 동시에 연약한 면모를 통해 초현실적인 권능과 현실적인 사랑을 동시에 보여준다.

<밤을 걷는 선비>는 뱀파이어를 공포의 대상이자 권능의 존재로 재현한다. 영조의 불안, 사도세자의 죽음, 세손 정조의 방황 등 왕의 서사까지 함께 곁들여지면서, 조선 왕조의 비극을 뱀파이어 이야기와 접목시키고 있다. 뱀파이어는 ‘과거에는 죽음과 삶이 착종된 괴물 또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에서 틈입한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인간사회의 상식과 고정관념, 종교적 신념, 은폐된 폭력적 질서를 드러내는 존재로 변화한다.’[2] 궁궐을 둘러싸고 선한 뱀파이어 선비와 악한 뱀파이어 하얀머리의 대결을 통해 권능과 공포의 대상으로서의 뱀파이어를 동시에 재현하며 인간사회와 왕족의 욕망, 살인, 죽음을 그리고 있다. 적대자 하얀머리는 죽음과 삶이 착종된 괴물이면서 설명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인 반면에, 주인공 선비는 인간사회의 은폐된 폭력적 질서를 드러내는 존재이다. 주인공은 떠나온 세계와 들어간 세계의 차이를 보여주며, 망명자, 이민자, 이주자라는 세 가지 특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뱀파이어 도서관>: 뱀파이어와 인간의 중간적 존재


<뱀파이어 도서관>은 인간 알비노와 돌연변이 뱀파이어의 기묘한 동거와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웹툰은 이선영 글/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 79.7만 명 구독, 네이버 웹툰 39만 명 구독의 인기 작품이다. 뱀파이어 콘셉트로 운영되는 동네 도서관에서 사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대학생 유마노는 흰머리와 붉은 눈의 알비노인 관계로 뱀파이어로부터 자신도 뱀파이어로 오해받는다. 뱀파이어 도서관은 낮에는 인간들의 도서관이지만, 밤에는 뱀파이어들의 감옥으로 변한다. 이 감옥을 지키는 도서관 사서는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세 명의 돌연변이 뱀파이어이다. 관장 카벨은 언령으로 자신이 말하는 것이 모두 행해지는 강력한 초능력을 갖고 있으며, 과거 이브와의 슬픈 사랑의 기억에 괴로워하는데 이브와 닮은 유마노의 출연으로 혼란스러워한다. 유마노는 관장 카벨의 언령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인간의 속마음을 읽는 사서 루이의 능력도 먹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한 인간이다.

<뱀파이어 도서관>은 인간 알비노를 둘러싼 돌연변이 뱀파이어와 미식가 뱀파이어의 대결을 보여주며, 중간적 존재로서의 뱀파이어와 인간을 그리고 있다. 뱀파이어는 ‘데카당스적 기괴함으로 비이성적이고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이며, 여성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키지만 이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문명인에 의해 퇴치되지만, 최근에는 인간보다 도덕적이고 아름다운 존재로서 현실에서 도주하기 위한 변화의 존재로 그려진다.’[3] 이 웹툰에서 뱀파이어는 대부분 동유럽의 이국적 용모를 갖고 있으며, 능력이 뛰어날수록 아름다운 외모를 보여준다. 인간 유마노는 강력한 초능력자인 관장 카벨과 피를 주고받음으로써 카벨의 계약자가 되어서 카벨의 능력과 교감을 받는 특별한 인간이 된다. 선한 돌연변이 뱀파이어와 악한 미식가 뱀파이어의 대결을 보여주며, 특히 인간이자 계약자인 유마노의 특별한 피를 원하는 미식가 뱀파이어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대결은 더욱 치열해진다.

뱀파이어는 ‘고딕공포 장르의 대표적인 괴물로서 오랜 시간 꾸준히 인기를 얻어온 초자연적 존재이며, ‘언캐니’와 ‘언데드’로 그려지는 죽음을 초월한 존재이며, 초인적 힘과 영생을 가진 존재로서 신을 닮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반영하는 존재이다.’[4] <뱀파이어 도서관>의 돌연변이 뱀파이어는 이러한 ‘언캐니’와 ‘언데드’의 존재로서 죽음에 대한 인간의 낯선 두려움과 매혹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돌연변이 뱀파이어는 뛰어난 초능력으로 신과 인간의 중간적 존재처럼 그려지며, 알비노 인간은 뱀파이어 초능력자와의 피의 계약으로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아 뱀파이어와 인간의 중간적 존재처럼 그려진다. 작가의 몽환적인 그림체와 독창적인 이야기 전개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뱀파이어 셰프>: 능력자와 윤리적 욕망


<뱀파이어 셰프>에서 하프 뱀파이어이자 인기 셰프인 주인공은 천상의 피를 맛보기 위해 자신의 힐링 요리로 인간 여주인공의 건강을 챙기고자 한다. 이 웹툰은 김스타 원작, 서윤 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 31.6만 명 구독, 네이버 웹툰 36만 명 구독의 인기 작품이다. 이태원의 오너 셰프 홍기준은 뱀파이어 특유의 미각으로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세상의 모든 맛을 만들어낸다. 그는 자신에게 천상의 맛을 선물한 유치원 친구 강미로와 재회하지만, 패스트푸드와 불규칙한 생활에 찌든 30살의 그녀에게서는 썩은 피 맛이 난다. 주인공은 다시 황홀한 천상의 피 맛을 맛보기 위해서 힐링 요리를 통해 여주인공을 위한 건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는 그녀와의 접점을 늘이기 위해서 그녀가 파손시킨 물건 2,000만원에 대한 변상으로 세 가지 조건의 계약을 제시한다. 첫째,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며, 둘째, 주말 이외의 시간에도 채무 변제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셋째, 주방에는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뱀파이어 셰프>는 뱀파이어 주인공과 인간 여주인공의 관계를 통해서 성적 욕망, 생존에의 욕망, 윤리적 욕망을 모두 보여준다. 뱀파이어는 ‘성적 욕망, 생존에의 욕망, 윤리적 욕망이라는 세 층위의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능력자로서 삶의 동력, 괴로움의 근원인 끝없는 욕망의 요구를 드러낸다.’[5] <뱀파이어 셰프>에서 주인공의 생존에의 욕망은 성적 욕망으로 변화한다. 여주인공의 피에 대한 주인공의 집착이라는 생존에의 욕망은 여주인공의 건강을 챙기고 생활을 함께 공유하면서 성적 욕망으로 변화해 간다. 또한 여주인공을 죽여서 피를 맛보는 것은 단 한 번 맛보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천상의 피를 맛보기 위해서 여주인공의 건강을 챙기는 행위는 뱀파이어이지만 윤리적 욕망을 보여준다. 이 웹툰에서 뱀파이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별한 능력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능력자로 그려진다. 주인공은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가진 예민한 감각을 이용해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고, 위기에 빠진 여주인공을 구하기 위해서 강한 힘과 빠른 스피드라는 초능력을 사용한다.

 

<미드나이트 세크리터리>: 야수성과 관능성의 양면성


<미드나이트 세크리터리>는 회사 상무 뱀파이어 주인공과 비서 인간 여주인공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이 웹툰은 오미 토무(Ohmi Tomu)의 글/그림으로, 카카오페이지 웹툰 30만 명 구독, 네이버 웹툰 45만 명 구독의 인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이면서 동시에 오피스 로맨스 웹툰이다. 22세의 여주인공 사토즈카 카야는 주식회사 토마의 입사 2년차이지만, 우수한 업무 처리로 사장의 차남인 26세 토마 쿄헤이 상무의 비서가 된다. 주인공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제멋대로에 거만한 천하의 바람둥이로 소문난 남자이다. 여주인공은 주인공의 사무실에서의 신음소리와 창백해진 여성들로 인해 이상한 약물을 사용하지는 않는지 조사하고자 하지만, 뜻밖에도 흡혈귀인 상무의 비밀을 목격하게 된다.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관계는 갈등에서 협력으로 변화한다. 반반한 외모의 비서를 요구하는 주인공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신에 도전의식을 느끼는 여주인공은 처음에는 갈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뛰어난 능력을 인정하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만 여주인공의 비서 자리를 유지시킨다. 여주인공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비서로서의 책임감으로 주인공이 피에 대한 갈증으로 힘들어할 때 자신의 피를 제공한다. 이런 관계를 통해 주인공은 여주인공의 특별한 피 맛에 중독되면서 다른 여성의 피로는 갈증을 풀기 힘들어진다.

<미드나이트 세크리터리>의 주인공은 야수성, 관능성을 보여주며, 타자로서의 뱀파이어와 주체로서의 뱀파이어의 이중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타자로서의 뱀파이어는 퇴치해야 할 존재, 공포심을 주는 괴물, 인간 내면의 욕망을 내포한 타자이며, 주체로서의 뱀파이어는 자신의 정체성 탐구, 인간과 더불어 살기 등 인간다운 고민을 하는 존재이다.’[6] <미드나이트 세크리터리>는 특히 관능성을 강조한다. 주인공은 ‘황홀한 순간 여자의 피가 가장 향기로우며, 애무로 쾌감에 취하면 최고급 술처럼 향기가 나며, 목덜미에 송곳니를 꽂는 순간 여자가 느끼는 건 온몸이 마비될 정도의 엑스터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주인공에게는 “내가 당신을 덮치는 일은 없을 거야. 난 최고의 여자의 최고의 피만 빨거든.”이라며 독설을 내뱉는다. 이렇게 자만하던 주인공은 여주인공의 피를 빨게 되면서 다른 여성의 피로는 갈증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여주인공의 피에 대한 주인공의 집착은 여주인공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며, 최고의 피를 얻기 위한 애무와 엑스터시는 관능성을 강조하면서 타자로서의 뱀파이어 존재를 보여준다. 뱀파이어 주인공과 인간 여주인공의 사랑은 흡혈족 사회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면서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면서 주체로서의 뱀파이어 존재도 동시에 보여준다.

 

로맨스의 욕망과 권능에 대한 갈망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 흥행작품인 <밤을 걷는 선비>, <뱀파이어 도서관>, <뱀파이어 셰프>, <미드나이트 세크리터리>는 많은 공통점을 보여준다. 첫째, 인간 여주인공과 뱀파이어 주인공의 사랑을 그리며, 여주인공은 최고의 피, 계약자, 사랑 등 주인공에게 있어서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의미한다는 점에서 운명적 사랑을 보여준다. 둘째, 뱀파이어를 선한 뱀파이어와 악한 뱀파이어로 이분화하며, 선한 뱀파이어인 주인공은 여주인공에 대한 사랑, 인간과의 공존을 추구한다. 셋째, 적대자 뱀파이어는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반면, 주인공 뱀파이어는 특별한 권능, 금지된 욕망의 존재로 그려진다. 뱀파이어 로맨스 웹툰에 대한 독자의 호응은 공포와 불안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불멸과 초능력의 존재인 뱀파이어를 통해서 금기에 대한 호기심과 인간의 욕망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자료
[1] 츠베탕 토도로프, 최애영(역), 『환상문학서설』, 일월서각, 2013, 266-268쪽.
[2] 안숭범·조한기, 「‘자기 밖의 삶’으로 읽히는 뱀파이어의 다른 양태들 - <드라큘라>,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렛미인>을 중심으로」, 『현대영화연구』 12권 2호, 한양대학교 현대영화연구소, 2016, 107-134쪽.
[3] 박상익·우정권,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와 최근 미국 영화 속 뱀파이어 이미지 변화 양상 연구」, 『인문콘텐츠』 28호, 인문콘텐츠학회, 2013, 145-166쪽.
[4] 김민오, 「좀비와 뱀파이어의 영화 속 시기별 의미변화 연구: 공포의 속성을 중심으로」, 『한국영상학회 논문집』 12권 1호, 한국영상학회, 2014, 71-85쪽.
[5] 김소연, 「영화 〈박쥐〉에 나타난 욕망의 양상」, 『인문과학연구』 28호,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1, 385-406쪽.
[6] 류수현, 「영화에 나타난 뱀파이어 캐릭터 유형에 따른 이미지 특성 연구」, 『디자인지식저널』 31호, 한국디자인지식학회, 2014, 305-319쪽.

 

사진 출처: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 웹툰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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