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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칼럼] 우리는 그토록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서포터즈 칼럼] 우리는 그토록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 이성언(르디플러)
  • 승인 2020.08.10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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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디플러 1기=이성언] 여행.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다. 나 또한 5년 전 떠났던 첫 유럽 배낭여행의 기억을 발판 삼아 대학교 졸업 후 지난 2년간 여행사와 인천공항 내에서 일을 줄곧 해왔다. 작년 12월, 목표로 했던 가이드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겪게 되었고 3주간의 외출 통제를 끝으로 지난 4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의 여행시장은 날로 성장 중이었다. 2013년 1485만 명이었던 해외 출국자 수는 2015년 1900만 명, 2018년 2800만 명으로 5년 만에 증가 폭이 배가 되었다.(1) 소셜미디어의 성장, 저가 항공사의 등장과 현지 여행사/가이드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한국 여행시장은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렇다면 개인 여행자가 대부분을 이루는 한국 여행시장에서는 대량관광에서 부르디외식 자유문화(2)의 싹이 움트고 있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한국 여행객들은 세대별로 전통 미디어,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라는 무형의 여행사에 의해 여행 방식이 정해지곤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나가는 거의 모든 이동이 금지된 지금, 한국은 여행 열병에 앓고 있지만(3) 지난 우리의 여행은 어땠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볼 좋은 시기이다.

지난날의 여행을 되돌아볼 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좋은 기억을 애써 외면하기가 힘들다. 이처럼 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로돌프 크리스탱 교수의 지적을 짚고 넘어가 보아야 한다. 로돌프 크리스탱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여행을 “즐거운 일일뿐 아니라 좋은 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행은 “인간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고, 남국이나 오지의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지역 개발에도 보탬이 된다"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여행이 “상품화라는 유통구조” 안에 있다는 점과 이를 위한 “마케팅 행위를 비판적으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여행의 영역까지 “소외 현상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라고 역설한다.(4)

한국 사회에서도 해외여행에 대한 혐오 발언이 점점 눈에 띄는 이유도 이와 같은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왜 더 심화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여행에 대한 다른 태도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관광관계자 협회(ATD)가 발표한 4가지 선언문 못지않게 근본적인 여행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되돌아볼 때 여행이 노동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여독을 풀어야 할 만큼 고된 노동이 되는 순간이 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계획표에 적혀진 수많은 버킷리스트에 줄을 긋다 보면 어느 순간 여행은 노동이 되어있다. 여행이라는 노동을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우리는 효율적인 일정을 짜려 노력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노동력이 아닌)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만큼 이러한 비유가 부정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여행이라는 노동을 통해 무조건적으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탐사기자인 토마스 바셰크의 책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에서 말하듯 “어떤 노동이 자동적으로 ‘좋은’ 노동이 되는 것은 아닌”만큼 어떤 여행이 자동적으로 ‘좋은’ 여행이 되는 것 또한 아니다. 이어서 “좋은 노동은 그저 ‘받아들일 만한’ 노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5)라고 이야기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여행은 그저 ‘받아들일 만한’ 여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받아들일 만한’ 즉, 관조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치 관조적인 태도로 세상을 해석하는 데 그쳤던 철학자들을 비판한 마르크스처럼 말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유물론(포이어바흐의 것을 포함하여)의 주된 결함은 대상, 현실, 감성이 단지 객체, 또는 관조의 형식 하에서만 파악되고, ‘감성적인 인간 활동’, 즉 ‘실천’으로서, 주체적으로 파악되지 못한다는 점”(6)이라고 역설한 마르크스의 ‘대상적 활동’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보편적 개인, 개별적 개인에서 벗어나 단독적 개인으로 우뚝 서고자 하는 것처럼, 보편적 여행, 개별적 여행에서 벗어나 단독적 여행을 누려야 한다.

지난 우리의 여행은 자신이 생각한 그 나라의 모습을 단지 확인하기 위해 떠난 여행은 아니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낯선 타지에서 수많은 우연한 마주침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며 관조가 아닌 참여적인 여행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장소 속에서 내가 낯선 타자로 참여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세계화가 아닌 세계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져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명확한 경계선이 그어진 2020년, 지난 20세기를 우리는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그 어느 때보다 교통의 발달로 인한 중단기적 인구이동이 활발하던 시대였고, 그로 인한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한 시대로 기억될까?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반론이 존재한다. 세계대전 이후에도 지속된 국지적으로 나타난 국제분쟁, 지구적 분업화 등이 그렇다. 특히나 2010년대의 유럽은 반-난민, 탈-EU라는 키워드가 짙어진 기간이었다. 우리는 그토록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편견과 오해는 해소되지 않고 더욱 짙어졌다. 그토록 많은 여행 속에 부재했던, 관조적 여행에서 실천적인 여행으로, ‘대상적 활동으로써 여행’으로 나아가는 뉴노멀을 희망한다.


참고문헌
(1) 김선주(2019년 1월 7일), 숫자로 보는 해외여행 자유화 30년, <여행신문> from http://www.trave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961
(2) 베르트랑 레오 외(2020년 6월 30일), 대량관광에서 부르디외식 자유문화 또는 책임관광으로, <르몽드디플로마티크> from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13
(3) 윤슬빈(2020년 7월 24일), "가족여행이 최고" 코로나 시대 5가지 여행 트렌드, <뉴스1> from https://www.news1.kr/articles/?4005105
(4) 로돌프 크리스탱(2020년 6월 30일), 세계화에서 벗어나 세계성에 눈뜨기, <르몽드디플로마티크> from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07
(5) 토마스 바셰크(2014년 8월 25일),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열림원
(6) 카를 마르크스,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1>
[출처] 우리는 그토록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작성자 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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