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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비포 더 플러드>와 <불편한 진실 2>가 기후 문제를 다루는 방식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비포 더 플러드>와 <불편한 진실 2>가 기후 문제를 다루는 방식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0.08.19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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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더 플러드' 포스터
'비포 더 플러드' 포스터

<비포 더 플러드>(피셔 스티븐스, 2016)와 <불편한 진실 2>(보니 코헨, 존 쉔크, 2017)는 ‘지구 온난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8년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두 영화는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통 상업극영화는 기후 문제를 배경 상황 정도로 활용한다. 기후 전문가인 주인공이 영화 초반에 문제 상황을 예측했다 하더라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예측한 기후 이변을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도 힘들고, 이미 발생한 이변을 해결하는 건 더 힘들다. 그래서 쏟아지는 비를 멈추거나, 내려간 기온을 끌어올리는 대신 사람들을 대피시키거나 구출하는 경우가 더 자주 등장한다. 대개 기-승-전-가족 재결합, 사랑 확인으로 마무리하며,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진 인간을 위로하는 방식으로 기후 문제를 배경 설정으로 다룬다.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 2014)에서도 황폐해진 지구를 되돌리지는 못했고, 대신 지구를 대신할 곳을 거대한 스케일로 찾아 나선다. <지오스톰>(딘 데블린, 2017)에선 인간이 최첨단 위성 기술로 기후를 조절하게 된 미래가 배경이다. 그런데 기술적 오류로 인해 더 끔찍한 기후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주인공은 기술적 오류 뒤에 정치적 음모가 숨어있다는 걸 감지하고 추적한다. 두 영화 주인공 모두 직업적 사명감뿐만 아니라 지구에 남은 가족들을 위해 노력한다.

 

'불편한 진실 2' 포스터
'불편한 진실 2' 포스터

반면 <비포 더 플러드>와 <불편한 진실 2>는 다큐멘터리 영화답게 매우 직설적으로 기후 문제를 다룬다. 두 영화 모두 매우 유명한 환경운동가를 내세우는데, <비포 더 플러드>에서는 미국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불편한 진실 2>에서는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가 강력하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두 영화에는 같은 자료화면이 나오기도 한다. 디카프리오와 고어가 함께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방문한 곳 중 겹치는 곳도 있다. 디카프리오가 현실을 목격하며 질문을 한다면, 고어는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권력자를 설득하고, 환경 운동 리더를 교육하는 강연을 한다. 

<비포 더 플러드>는 배우이자 환경운동가, UN 친선대사인 디카프리오의 여정을 쫓는다. 영화 초반 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부통령이던 앨 고어를 백악관에서 면담하면서 기후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20대 초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지구 곳곳을 찾아다닌다. 기후 관련 뉴스로 접했던 곳은 다 찾아다닌 것 같다. 빙하가 녹고 있는 그린란드, 바다에 잠겨 가고 있는 섬나라 키리바시, 공기 오염이 심각한 중국, 앞으로 수백 개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인도, 거대한 밀림에 불을 지르고 있는 인도네시아, 해수면 상승으로 상습 홍수 지역이 되는 미국 마이애미 등을 방문한다.

디카프리오는 영향력 있는 유명인답게 방문한 곳곳에서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오바마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과 포함된다. 그들과 나누는 대화에 디카프리오의 내레이션까지 합쳐져, 관객들은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얻게 되고, 공부하는 자세로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불편한 진실' 포스터

<불편한 진실 2>는 11년 전 <불편한 진실>(데이비스 구겐하임, 2006)에 이어지는 영화로, <비포 더 플러드>보다 조금 더 전문적이고 정치적이다. 1편에서 과장이라고 비판받았던 ‘뉴욕 홍수 예측’은 그사이 현실이 되었고, 앨 고어는 여전히 세계 각국을 다니며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전하며 환경 운동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고어는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오랫동안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너무 암울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라는 기후 문제의 존재조차 인정하는 게 불편한 이들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정치권을 로비하며 재생 에너지 도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도,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는 고어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한 리더 양성 교육 강연을 보여준다. 꽤 길게 보여주는 강연들을 보다 보면, 교육받는 느낌이다. 강연을 통해 접하게 되는 정보는 매우 전문적이고 논리적인데, 사진과 영상, 그래프 등이 총동원되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점차 낮아지고 있는 재생 에너지 생산 비용 등 희망적인 변화도 보여준다. 이미 100% 재생 에너지만 사용하는 국가와 지역도 소개한다.

 

'불편한 진실' 스틸

방송 출연이나 인터뷰 장면, 정치인이나 전문가 등과의 면담 장면도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고어의 단호한 입장과 강력한 주장에 고무된다. 고어도 디카프리오처럼 많은 곳을 직접 방문하고, 당사자들, 관계자들과 꽤 상세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협상 자리에 나서는 경우도 있어서, 의견 대립 상황도 발생한다. 나라 별로, 업계별로 입장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두 영화는 모두 종반부에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되었던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을 다룬다. 195개국 정상들은 파리에 모여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나라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겠다며 만장일치로 협약을 채택했다. <불편한 진실 2>에서 파리 협약은 꽤 긴장감 있게 다뤄진다. 고어가 미국과 인도 대표자들 사이에서 벌인 막후 합의 과정이 펼쳐지는데, 국가들마다 다른 입장과 상황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동시에 합의에 이르는 외교적, 정치적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변화의 가능성도 보게 된다.

디카프리오는 다음 해 4월 뉴욕 UN에서 진행된 협약 서명식에서 연설한다. 연설 전 고어와 악수를 하는 모습도 스친다. 디카프리오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이 목격한 (영화로 1시간 넘게 함께 본) 기후 문제의 실상과 더불어 변화의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연설한다. 2016년 10월에 미국에서 개봉된 <비포 더 플러드>는 희망을 바라는 디카프리오의 UN 연설 이후 자막을 통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행동을 제안한다. 현명하게 소비하자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먹자는 식의 제안을 하고는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에게 투표하자고도 제안한다.

반면 2017년 8월에 미국에서 개봉된 <불편한 진실 2>는 그 이후의 일까지 담아낸다. 파리 협약 과정 중에도 TV 인터뷰 화면으로 등장하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자는 파리 협약을 반대했다.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는 가짜라고도 주장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2016년 11월에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그리고 2017년 4월 미국은 ‘파리 기후 변화 협약’ 탈퇴를 선언한다.

<불편한 진실 2>의 마지막에 고어는 트럼프를 만나러 간다. 면담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고어는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그리고 영화는 고어의 야외 연설로 마무리된다. 과거 흑인 인권운동, 여성 인권운동 등이 그랬듯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을 위한 운동 역시 쉽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이라 얘기한다. 그리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니 지치지 말자며, 주변 학교, 관공서, 공무원을 설득하자고, 그리고 지도자 선출도 잘하자고 호소한다.

두 영화 모두 투표를 잘하자는 호소로 마무리된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대중들의 의식 변화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정치적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들에게 이렇게 직설적으로 즉각적인 행동 변화와 노력을 요구하는 영화가 또 있을까? <비포 더 플러드>와 <불편한 진실 2>는 그만큼 기후 문제를 절실하게 다루고 있다.

두 영화는 국내 영화제에서 소개 된 뒤, 개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래도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등을 통해 만날 수 있으니, 그 두려움과 절실함에 과연 설득되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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