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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의 문화톡톡] 위기와 기회, 포노사피엔스의 선택
[이혜진의 문화톡톡] 위기와 기회, 포노사피엔스의 선택
  • 이혜진(문화평론가)
  • 승인 2020.09.07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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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출처: kissclipart)
Iphone(출처: kissclipart)

 

스마트폰을 슬기롭게 사용하는 인류

나는 매일 아침 스마트폰 알람 소리를 듣고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또 우리는 지하철 안의 수많은 탑승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달래는 경우를 흔히 볼 수가 있다.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도 카카오 페이를 통해 계좌이체를 할 수도 있고, 또 마트에 직접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물건을 살 수도 있으며 최근에는 언택트를 구실 삼아 식당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해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iPhone을 처음 공개하기 전까지 우리는 손바닥 크기의 기계 하나만으로 전화와 iPod과 인터넷 통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iPhone이 등장한 지 약 10여 년이 지난 현재, 스마트폰이 없는 우리의 일상은 좀처럼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요즘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또 스스로 영상을 찍어 그것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즉 젊은이들에게 이제 스마트폰은 기계의 일종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최근 이러한 젊은 세대를 가리켜 ‘포노 사피엔스’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스마트폰’을 축약한 ‘폰’과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학명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어를 결합한 신조어다. ‘스마트폰을 슬기롭게 사용하는 인류’라는 뜻을 가진 ‘포코 사피엔스’라는 신조어에는 스마트폰 유저들이 바꾸어낸 일상의 혁신을 유의미하게 바라보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즉 스마트폰이 인간관계의 단절을 가져왔다거나 스마트폰으로 인해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는 등의 부정적인 계기들은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전 세계 50억 명의 인구가 스마트폰 사용자임을 감안한다면 이제 전체 지구 인구의 약 70% 이상이 바로 이 ‘포노 사피엔스’인 셈인데, 그야말로 스마트폰은 근대 이후 인류가 직면한 전체로서의 지구가 진짜 하나라는 관점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해준 최초의 사건인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용어는 2015년 영국의 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최근 한국에서는 성균관대학교의 최재붕 교수가 이 ‘포노 사피엔스’들이 문명의 대전환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 이 용어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 시장,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인간 사고의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여전히 ‘인간’이라는 명제 하에 ‘포노 사피엔스’가 우리의 일상에 어떤 혁명을 가져왔는가에 대해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즉 ‘포노 사피엔스’는 이미 새로운 문명의 중심축이 되어 이 전 지구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가령 더 이상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뱅킹과 핀테크를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수수료 없이 금융활동을 할 수 있는 금융혁명을 이루어냈고, 또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지 않고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물건이나 음식을 모바일로 구매할 수 있는 유통혁명을 이루어냈다. 또 TV나 신문을 통해 정보를 취하지 않고도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취하거나 원하는 학습할 수 있는 미디어혁명을 달성해냈다. 이렇듯 ‘포노 사피엔스’는 이미 자본주의의 시장혁명을 성취해버린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출처: LG 디스플레이 블로그)
포노 사피엔스(출처: LG 디스플레이 블로그)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

대략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 ‘포노 사피엔스’가 이런 시장혁명을 가져온 새로운 문명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이 연결된 시대를 살아온 1990년대에 출생한 세대는 이 신인류의 심장부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잘 알고 있다시피 이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신체의 일부처럼 기능한다. 이 세대는 공부를 할 때나 잠을 잘 때나 길을 걸을 때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놓지 않는다.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미국 콜택시의 표준은 모바일을 통한 Uber 서비스로 통용되고 있으며, 이것은 중국과 동남아와 인도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Uber 서비스 이용자를 모두 합치면 자그마치 50억 명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여행을 갈 때도 호텔을 예약하기보다는 모바일을 통해 세계 최고의 숙박 공유 플랫폼 기업인 Airbnb를 이용한다.

이런 ‘포노 사피엔스’의 일상은 지금까지 기성세대들이 쌓아놓은 문명 양식의 약 30%를 바꾸어버린 것에 해당하는데, 이 정도라면 문명의 전환 혹은 문명의 교체라고 할 만한 사태가 도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현재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TOP5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삼성, 애플은 오로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기업들이다. 즉 이 기업들은 ‘포노 사피엔스’의 대표적인 생활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제 인류의 표준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들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디지털 문명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포노 사피엔스’가 바로 인류 문명의 표준이 되어버린 현상을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정해진 미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최재붕 교수가 한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명확하다. 바로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뜨리자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고등학습능력과 고학력을 기반으로 한 출세지향적 전통으로 인해 모든 교육의 방향이 입시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학생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입시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녀들로 인해 가족 간에 극심한 갈등이 불거진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활용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새로운 문명이 가져다준 혁신의 문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바로 최재붕 교수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한국사회의 사고방식으로 볼 때 매우 불편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20대 젊은이들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인구가 약 40만에 육박해 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문제에 해당한다. 다소 비현실적인 숫자로 느껴지지만, 이것은 바로 한국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중국 대학생의 약 40%는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20년 후 한국과 중국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더 이상 스마트폰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면 이제 우리는 기존에 갖고 있었던 상식과 고정관념의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최재붕 교수가 한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인류의 선택은 이미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출처: TechCrunch)
스마트폰(출처: TechCrunch)

​​​​​​​혁명의 두 얼굴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의 아이돌 그룹 BTS는 유튜브를 통해 인기몰이를 했고 또 그 때문에 ‘아미(ARMY)’라는 전 세계적인 팬덤을 불러일으키면서 ‘21세기의 비틀즈’로 불리고 있다. 또한 한국의 인기 동요 ‘상어가족송’은 유튜브에서 120억 뷰를 달성하고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32위까지 올랐다. 또 한국의 TV 프로그램 <복면가왕>은 미국에 포맷만 팔았는데 방송 6년 만에 미국 지상파 방송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에도 다양한 잠재력이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상식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문명의 표준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사회에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이미 많은 데이터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디지털 문명의 특징은 자발적 팬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만들기 위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진정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권력을 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여 ‘포노 사피엔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고 소비자로서의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것이 바로 디지털 혁명 시대의 성공 비결이다. 그렇게 소비자의 거대한 팬덤이 형성된다면 기업 성장 역시 자연스럽게 동반될 것이 때문이다. 이제 인류는 자기 생존에 유리한 진화의 도구로 스마트폰을 선택했다. 그것을 현명하게 활용하면서 문명 전환의 불안함을 해소해가는 ‘포노 사피엔스’가 새로운 문명의 표준으로 수용될 때 디지털 혁명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최재붕 교수의 메시지를 우리는 이제 곰곰이 곱씹어볼 때이다.

세계 문명을 리드하는 미국이나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중국의 사례에서 볼 때, 가장 큰 이슈는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의 전환’과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에 따른 위기관리와 기회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위기와 기회는 혁명의 두 얼굴이다. 피할 수 없는 문명의 전환이 우리 앞에 놓인 길이라면, 상생의 길을 모색해가면서 정해진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슬기로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참고>

TJB 대전방송 특집기획 <최강 1교시> 6월 12일 및 6월 19일 최재붕 교수 강연 <문명의 대전환: 포노 사피엔스 시대>

 

이혜진·문화평론가.

세명대학교 교양대학 부교수. 대중음악평론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도쿄외국어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공부했다. 2013년 제6회 인천문화재단 플랫폼 음악비평상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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