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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악마 로맨스웹툰 ― 이단아의 금기 도전과 리비도의 표출
[서곡숙의 문화톡톡] 악마 로맨스웹툰 ― 이단아의 금기 도전과 리비도의 표출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0.09.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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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대세

악마를 제목에 달고 있는 웹툰에는 두 가지 유형, 즉 악마같은 남자와 진짜 악마가 있다. 요즘 악마같은 남자가 대세다. 최근 악마처럼 잔인한 성품의 나쁜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가 로맨스 웹툰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슈트를 입은 악마>(네이버웹툰 129만 명), <메이드와 악마들>(네이버웹툰 63만 명, 카카오페이지웹툰 13.1만 명), <소악마군의 달콤한 속삭임>(네이버웹툰 59만 명), <악마 공작의 어린 신부>(카카오페이지웹툰 40.9만 명), <내가 옆집 악마의 깔?!>(네이버웹툰 20만 명) 등. 순수하고 따뜻한 성품의 여성이 츤데레처럼 겉으로는 포악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속정이 있는 나쁜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진짜 악마가 등장하는 로맨스 웹툰도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웹툰에서 독자의 호응이 높은 로맨스웹툰은 다음과 같다. <악마와 계약연애>(네이버웹툰 334만 명), <악마의 유혹>(카카오페이지웹툰 30.5만 명), <악마에게 은총을>(네이버웹툰 20만 명), <악마의 신부 만들기>(카카오페이지웹툰 18.8만 명), <악마가 사랑하면 안되나요?>(카카오페이지웹툰 14만 명). 이 웹툰들의 공통점은 악마와 소녀의 로맨스를 다룬다는 것이다.

 

돌연변이적 존재의 끌어안기

: <악마와 계약연애>, <악마의 신부 만들기>
 

<악마와 계약연애>는 장진 글, 움비 그림의 작품으로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인간 윤한나와 전설의 엘리트 악마 4호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인간 윤한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악마와 영혼을 걸고 계약을 하게 되다. 작은 불행들이 끊임없이 자신을 파고든다. 후회는 그렇게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이윽고 절망할 때. 한나가 절망할 때 악마가 나타나서 구원해 주겠다면서 나타난다. “억만장자부터 인류 멸망까지, 단 한 가지, 네 목숨을 걸면 어떤 소원이든 이뤄줄 수 있지. 억만장자부터 인류 멸망까지, 단 한 가지, 네 목숨을 걸면 어떤 소원이든 이뤄줄 수 있지. 억만장자든 하렘의 왕이든 뭐든 간에 네 소원에 기꺼이 응해줄 테니.” 하지만, 한나는 “소원은... 딱히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예전에 한 나라를 삼켰다는 전설의 엘리트 악마 4호는 무욕의 여자라는 대물을 잡아서 계약을 하기 위해서 공을 들인다. 악마는 인간은 결국 부와 명예를 빌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예외는 없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한나는 악마에게 꿈에서 구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는 것을 바라지만 자기 힘으로 하고 싶다고 하고, 고시원에서 쫓겨난 다른 여대생들을 같이 살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악마는 카페의 사장, 홈 셰여 주인 등으로 한나의 옆에 머물면서 계약하기 위해 애쓴다.

악마와 여주인공은 둘다 변이적 존재이다. 악마는 연애, 사랑, 성욕이 없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악마 4호는 한나에게 연애, 사랑, 성욕을 느끼는 변이적 존재가 된다. 악마는 “사랑을 느끼지 못하니까 적당히 어울려 줄 수는 있지만 진짜로 널 아껴줄 수는 없다”고 한나에게 말한다. 하지만, 악마는 실제 행동으로는 한나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알바에서 잘린 한나에게 알바 자리를 주고, 갈 곳 없는 한나를 자기 집에서 살게 해주고, 한나의 부탁으로 한나와 아는 여대생들도 자기 집에서 살게 해주는 등 끝없는 배려와 호의를 보여준다.

부와 명예를 원하는 인간들만 상대했던 악마는 자신을 위해서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남을 위해서 소원을 비는 인간 한나를 사랑하게 된다. 사실상 악마의 존재는 인간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의미하고, 한나는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을 상징한다. 탐욕적인 인간에게 질린 악마가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소녀를 원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외로운 상황에서 힘들어했던 인간 소녀도 유일하게 자신을 도와주는 악마를 믿게 된다.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악마가 인간 소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영혼을 빼앗을 계약을 할 수 없게 된다.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인간 소녀도 인간이 아닌 악마를 믿게 되고 자신의 잃어버린 본성을 찾게 된다. 이 웹툰에서 악마와 한나 모두 사회의 돌연변이같은 존재이며, 서로가 특이하고 소외된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악마의 신부 만들기>는 김세영 글/그림의 작품으로, 파괴적인 행위에 회의를 느낀 악마가 인간처럼 관계형성을 통한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인간들이 가장 원하는 재물을 걸고 신부를 산다. 늙고 탐욕스런 아버지가 어린 딸을 데려와서는 맡기고, 악마는 알 수 없는 이끌림에 그 소녀를 신부로 맞이하게 된다. 주인공 악마는 마족의 일원으로서 인간의 기를 양식 삼아 흡수해야만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의 기가 아니라 식물의 기를 먹고 버틴다. 악마는 교활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면서 인간들을 농락하는 가짜 신 노릇에 지쳐서 인간처럼 관계를 만들어 유지시키고 성장시키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한다. 이에 다른 악마는 우리의 양분, 식량에 복잡한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며, 언젠가는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는 한계를 깨달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간의 기를 양식 삼아 흡수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악마가 자신의 먹이인 인간 소녀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악마인데 인간의 기를 앗아가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피를 먹는 뱀파이어와 비슷한 설정이다. <트와일라잇>에서 인간 벨라를 사랑하는 뱀파이어 에드워드처럼, <악마의 신부 만들기>에서도 인간 소녀를 사랑하는 악마가 자신의 본성을 거스를 정도로 강력한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악마이지만 이단아적인 악마를 보여준다. 소녀도 소녀이지만 이상한 소녀이다. 악마는 소녀를 보고 아이의 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악마가 너무 어린 그녀를 보고 신부로 삼기를 거절하자, 소녀는 늙은 아버지에게 돈을 주기 위해서 자신을 신부로 사달라고 간청한다. 자신을 돈을 생각하는 아버지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소녀의 텅 빈 눈은 험난한 세상에 대해 어떠한 희망도 남아 있지 않다는 회의를 보여준다. 힘든 인생을 살아온 소녀와 자신의 살인 본능을 억누르는 악마의 로맨스는 인간들의 탐욕 등 악한 본성을 직시하면서도 악한 본성 속에 선한 본성이 숨겨져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 악마와 다른 악마가 BL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리비도의 표출과 운명적인 만남

: <악마의 유혹>, <악마에게 은총을>, <악마가 사랑하면 안 되나요?>
 

<악마의 유혹>은 히라쿠 미우라 글/그림의 작품으로 악마를 사랑하는 소녀와 인간의 포로가 된 악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하시바 린은 보름달이 빛나던 어느 날 밤 소원을 빌자 아발론을 지배하는 대마왕 샤르가 소환된다. 소녀의 소원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쇼우 오빠를 사랑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사랑으로 잊고자 하는 것이다. 소녀는 짝사랑을 잊기 위해 다른 소년을 사귀고, 그 소년이 자신을 덮치자 도망친다. 그러자 그 소년이 린이 부탁하면 아무에게나 몸을 대준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린다. 악마는 자신이 그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자신을 좋아하라고 요청한다. 대마왕은 마력을 잃게 되고, 마력을 되찾는 방법은 숫처녀의 피이다. 린의 피로 대마왕은 마력을 되찾게 되고, 소문으로 린을 오해하던 쇼우는 린의 진심을 믿게 된다.

이 웹툰에서 악마는 리비도적인 욕망을 의미한다. 숫처녀이지만 방탕한 소녀로 오명을 뒤집어 쓴 린은 자신을 믿지 못하는 짝사랑 쇼우보다 숫처녀 냄새로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는 악마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린의 남자로 계약 성립. 악마는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에 대가를 받으며 원래 대가는 목숨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자신의 린의 목숨도, 입술도, 몸도 전부 받겠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건 네 모든 것이야.” 이에 린도 묻는다. “그럼 몇 백 년이든 몇 천 년이든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내 곁에 있어 줄 거야?” 악마가 약속한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소녀와 인간의 포로가 된 악마의 사랑과 섹슈얼리티는 사랑을 통해 악마가 변화하고 악마를 통해 소녀가 욕망을 표출한다는 이야기로 사랑의 힘과 욕망의 본성을 드러낸다.

<악마에게 은총을>은 리을 원작, 백지연 글, 스튜 그림의 작품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백인과 성질 더러운 동양 소녀의 로맨스를 다룬다. 선장 잭은 죽어가는 순간에 악마 벨제인과의 계약으로 영생을 얻게 된다. 잭은 알바왕 은총이 벨제인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벨제인의 기억을 일깨워주려고 노력한다. 은총을 잭을 이용해 하숙비를 벌기 위해서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다. 악마 벨제인은 말한다. “지금 내가 널 살려준다면, 다음 번 죽음의 때에, 나와 함께 지옥으로 가겠나?” 잭은 그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악마와 계약을 하게 된다. 영생의 삶을 살고 있는 잭은 은총에게 “너만이 날 피 흘리게 하고 너만이 날 죽일 수 있지!”라고 말한다.

남자는 악마를 ‘나의 사랑’이라고 부르며 그리워한다. 소녀는 악마이면서 은총이다. 벨제인은 예전에 악마였지만 지금은 순수한 소녀 은총으로 태어난다는 설정은 모순된 이미지를 소녀의 몸으로 구현한다. 소녀는 악마이지만 순수하다. 이렇게 악마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웹툰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실상 리비도를 인정하자는 의미가 된다. 사실상 리비도를 상징하는 이미지로서 사악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악마 이미지에 대한 긍정성을 나타낸다. 이상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리비도를 들여다보고 솔직하게 추구하는 것에 대한 긍정성을 보여준다.

<악마가 사랑하면 안되나요?>는 우사마루 글/그림의 작품으로, 악마와 천사의 사랑을 보여준다. 마왕의 딸인 악마 노와는 천적인 천사 이자야와 연인이지만, 어느 날 이자야가 누군가에 의해 죽고 만다. 슬픔에 잠긴 노아에게 아버지 마왕은 이자야가 인간으로 환생했으며 마계를 비보를 훔친 용의자이기 때문에 이자야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마왕은 임무라고는 하지만 우울한 딸을 기쁘게 해주고자 임무를 부여한다. 노아는 다정하고 성실해서 봄날 햇빛 같으며 자신을 영원히 사랑해 주겠다고 약속한 이자야를 만날 생각에 행복해 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이자야는 인간 여자들과 잘 지내는 가벼운 성격의 바람둥이이다.

이 웹툰은 악마와 천사의 금지된 사랑을 다루면서 운명적인 사랑의 힘에 대해 역설한다. 천사와 마왕의 딸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금지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해피엔딩 버전을 보여준다. 바람둥이처럼 보이는 이자야가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담은 목걸이를 계속 목에 걸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 사이의 운명적 사랑을 예고한다. 죽은 천사가 인간으로 환생하자, 악마가 인간계로 내려가서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천사와 악마의 구분이 모호한 이러한 인물 설정은 바로 인간의 본성이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금지된 사랑: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
 

악마 로맨스웹툰은 악마와 소녀의 로맨스를 통해 금지된 사랑, 선과 악의 경계를 보여준다. 이 웹툰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현실에 강조점을 두면서 인간의 선과 악의 본성 둘다를 인정한다. 선 너머에 있는 악을, 악 너머에 잇는 선을.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악마와 소녀의 관계는 경제적, 육체적으로는 힘든 인생을 사는 소녀를 악마가 구원해주는 이야기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소녀의 선한 본성으로 악마가 구원받는 이야기이다. 악마와 소녀는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남녀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를 형성한다.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소녀는 삼포 세대인 젊은 세대의 절망을 대변한다.

이 웹툰들은 기존의 악마 설정과는 차별적이다. 최근 웹툰에서의 악마는 대부분 선과 악을 모두 겸비한 존재로 나온다. 악마는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인 존재로 나온다. 악마는 츤데레형처럼 표면적으로는 나쁜 악마이지만, 이면적으로는 구원의 존재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로맨스 이야기가 악마와 소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파괴적이고 어두운 본성을 가진 악마가 순수한 소녀로 인해서 인간을 사랑하는 있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 출처: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 웹툰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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