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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의 문화톡톡] 17세가 묻는 어른의 의미: TV드라마 <17세의 조건>(SBS,2019)
[문선영의 문화톡톡] 17세가 묻는 어른의 의미: TV드라마 <17세의 조건>(SBS,2019)
  • 문선영(문화평론가)
  • 승인 2020.11.23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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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은 대체로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보여주는 현장이며, 청소년은 그 현장의 주인공이자, 전달자이 때문이다. 청소년 드라마는 각 시대의 교육 현실을 담아내는 거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 점은 청소년 드라마가 학교의 민낯을 보여주어, 사회와 교육현장을 현실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교육현실과 연결된 청소년 드라마에서 청소년은 어른의 관점으로 관찰되거나 이해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청소년 드라마에서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은 어른들에게 이해받아야 할 또는 이해해야만 하는 이야기로 그려졌다. 이는 TV에서 그동안 방영되었던 수많은 학원물 드라마가 특정 방식을 고집했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TV청소년 드라마에서 선생님, 부모님 등 성인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1]

  전부는 아니지만 청소년 대상 드라마에서는 이상적 어른은 한명 이상 꼭 등장했고, 좋은 어른은 방황하는 아이들의 따듯한 멘토가 되곤 했다. 물론 청소년에게 좋은 어른의 존재는 중요하다. 하지만 어른의 이미지를 고정해버리면, 청소년도 제한된 영역 안에서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한동안 제한된 소재, 주 시청자 층 확보의 실패 등으로 자주 볼 수 없었던 청소년 소재 드라마들은 최근 몇 년을 기점으로, 다시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 ‘청소년 드라마’의 전형적 틀을 벗어나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청소년 주제의 드라마들의 등장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청소년 드라마는 하이틴 로맨스물 <열여덟의 순간>,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이었다. 미니시리즈의 그늘에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청소년의 복잡한 내면과 성장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다룬 단막극 <17세의 조건>도 있었다.

  ‘2020서울드라마 어워즈’ 단편 부분 수상작이기도 한 <17세의 조건>(조영민 연출, 류보리 극본)은 고등학교 2학년 고민재(윤찬영), 안서연(시은)의 이야기이다. 드라마 <17세의 조건>은 주인공 민재가 엄마(서정연)의 불륜을 의심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엄마를 관찰하는 시선으로부터 시작한다. 또 한명의 주인공 서연은 피아노를 전공하기 바라는 엄마(이항나)의 계획이 자신이 원하는 일은 아니지만 묵묵히 엄마가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가정환경이 어떻든 간에 두 주인공 민재, 서연은 특별한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 않는, 평범한 17세이다. 드라마는 조용하고 성실해 보이는 이들의 복잡하고 불안정한 내면을 따라가며, 17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들은 어른들에게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취급 받는 나이지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법적 성인이 되기 얼마 남지 않는 애매한 나이이기도하다. 생일이 빠른 민재 친구 기현(백승환)은 아이와 어른의 구별 짓기를 주민등록증 발급을 기준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어른이라는 증명들은 아이와 어른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 드라마 <17세의 조건>은 ‘어른’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어른을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출처: SBS '17세의 조건' 공식홈페이지
출처: SBS '17세의 조건' 공식홈페이지

   엄마의 불륜 사실에 대한 민재의 시선은 단순히 불안정한 가족 관계에 대한 걱정으로만 재현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에서 더 중요한 것은 민재가 엄마의 불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 중 의문을 가지게 되는 질문들이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민재에게 엄마는, 어른이 되면 어떤 것을 해도 간섭하지 않는다며, 어른 될 때까지 조금만 참으라고 한다. “엄마는 내가 성당 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학원 빠지는 것보다 성당 빠지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꼭 가라고 하는데 그럼 나 성당 갈 때, 엄마는 뭐해?” 민재의 엄마를 향한 단순한 질문은 어른이 얼마큼 일관적이고 합리적인 행동과 말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또한 과연 어른이라는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한다. 엄마의 말을 잘 따르는 아이처럼 보이는 서연의 일탈도 민재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후 혼자 서연을 키우는 서연 엄마는 재력 있는 남자들을 만나며 재혼을 시도한다. 사람이 아닌, 경제적 조건만 보는 엄마는 이 모든 것이 딸을 위한 것인 듯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서연이 바라는 것은 경제적 충족이 아닌 엄마의 관심이다. 낮에는 말 잘 듣는 학생으로, 밤에는 조건만남을 하는 서연의 일탈은 이해할 수 없는 엄마에 대한 반항이다. 서연은 민재에게 조건만남의 사실을 들키게 된 후, 자신의 행동의 이유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네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런 행동을 하는지 조건만남을 하는 사람들이 물어봐? 넌 왜 그런건데?” 민재의 질문에 서연은 자신의 일탈이 엄마의 관심을 받기 위한 것 이상의 것임을 알게 된다. 민재, 서연은 혼란스러운 내면의 심정을 나누게 되는데,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엄마(어른)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교환한다. 아버지를 두고 딴 남자를 만나는 엄마의 모습을 목격한 민재는 처음으로 여자가 되어 환하게 웃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안쓰러움을 느낀다. 재혼하는 아빠의 결혼식장에 간 서연은 언제나 쿨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이혼을 이야기하던 엄마가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민재, 서연은 어른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을 공유한다.

  드라마 <17세의 조건>은 17세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이 겪는 문제를 입시, 경쟁, 학교생활, 관계 등의 세부적인 에피소드에 집중하기보다 17세라는 불안정한 시기에 겪는 복잡한 내면을 조용하고 담담히 들여다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에필로그 민재 내레이션은 누구라도 아이도 아닌, 어른도 아닌 시기를 보낼 수 있다고, 그러다보면 언젠가 어른이 되어버린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어른이 되는 순간이란 게 있는 걸까?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언제 어른이 되는지, 그 순간이 언제인지 몰라도 17살의 우리는 언젠가는 모두 어른이 된다.”

참고자료

[1] 문선영, 「웹으로의 이동과 확장, 최근 학원물 드라마의 경향」, 한국극예술연구제62집, 2018,12, 105~10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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