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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문화톡톡]인포데믹의 시대..친구를 불신하라
[안치용의 문화톡톡]인포데믹의 시대..친구를 불신하라
  • 안치용 기자
  • 승인 2020.11.23 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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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반(隨伴)이란 단어는 어떤 일과 더불어 생김을 뜻한다. 예를 들어 통화량이 늘어나면 물가가 오른다. 물론 다른 변수를 감안하지 않았을 때이다. 위기국면에서는 통화량을 늘려도 돈이 도는 속도가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코로나사태 이후 언론보도나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코로나일 테고, 이것의 술어에 해당하는 팬데믹(pandemic) 또한 사용량이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팬데믹은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감염병은 인간신체에 변화를 일으키는 물리적 현상이다. 물리적 현상인 팬데믹에 비()물리적 현상이 수반되곤 하는데, 바로 정보전염병으로 번역되는 인포데믹이다.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다.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ㆍ인터넷 등을 통해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미국 전략분석기관 인텔리브리지(Intellibridge) 창립자 데이비드 로스코프(David Rothkopf)20035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으로 인포데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로스코프가 인포데믹의 요즘 용어로 최초 전파자인 셈이다.

인포데믹은 일종의 가짜 뉴스이자 잘못된 소문인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애는 사실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사람이 평소에 많은 감염원에 노출되어 있지만 자체 면역력에 힘입어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소소한인포데믹은 용어의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때로 삶의 동력이 된다. 갈등과 오해 없는 세상은 어찌 보면 인간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포데믹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용어에 들어 있는 epidemic이 힘을 발휘하여 잘못된 정보가 너무 빠르게 퍼져서 혼란과 위기를 증폭시킬 때이다. 요즘이 그렇다. 로스코프는 과거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로 아시아 경제가 추락한 사례 등을 거론하며 인포데믹은 한번 발생하면 대륙을 건너 전염된다고 말했다. ()존재가 존재를 압도하는 사태가 인포데믹의 증상이다. 여담으로, 대륙을 건너 전염된다는 로스코프의 설명이 시사하듯, ‘정보전염병은 의미상 ‘information+epidemic’보다는 ‘information+pandemic’이 더 적합해 보인다. 후자가 선택되지 않은 이유는 당시만 해도 무시무시한 pandemic보다는 덜 무시무시한 epidemic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음직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세계는 하나였다. 점점 더 세상이 무서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러스의 숙주는 다양하다.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 또한 다른 생명체였지만 이제 대대적으로 인간 쪽으로 이주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인포데믹의 숙주는 단순하다. 불안과 부지. 인포데믹은 사람들의 불안과 무지를 숙주로 하여 전파가 이루어진다.

인포데믹의 사례는 코로타사태의 와중에 많이 발견됐다. 경기도 성남 은혜의 강교회의 소금물 살포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0316일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이희영 공동단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은혜의 강교회는 38일 예배당에 입장하는 모든 신도들의 입에 분무기를 이용해 소금물을 살포했다. 코로나19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데에 소금물이 좋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은 어이없는 행동이었다. 보건당국은 교회의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분무기가 각 신도의 입에 닿거나 닿지 않았어도 사실상 직접 접촉과 다를 바 없는 조치였다는 것이고 실제 결과도 그랬다.

이란에서는 알코올이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소문을 믿고 메탄올을 마신 사람이 40여명이나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란 사례처럼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10초 숨참기 자가진단법’, ‘마늘을 차로 끓여 마셔라’, ‘생강 물을 끓여 마셔라’, ‘통증 완화 기능 연고를 손끝이나 코 밑에 발라라등 가짜 정보는 넘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끌어내고 있다.

인포데믹 예방법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간단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손을 씻고 몇 가지 규칙을 지키면 되듯, 인포데믹은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여 믿을 만한 정보만을 수용하면 끝이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지사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얻어야 한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이웃(their "friend's friend's friend's friend's neighbor)에서가 아니라."라고 한 말을 기억하면 좋겠다.

세계보건기구(WHO)"범람하는 거짓 정보는 전염병 만큼이나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손만 씻을 게 아니라 정보도 씻어야 한다. 개인위생은 물리적 것과 비물리적인 것 양쪽에서 준수하는 게 좋다. 아무튼 불안과 무지와는 친구로 지내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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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기자
안치용 기자 carmine.draco@gmail.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