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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팔이' 한국 기독교에서 '예수해방'을 성취하는 길
'예수팔이' 한국 기독교에서 '예수해방'을 성취하는 길
  • 이윤진 객원기자
  • 승인 2020.12.14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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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완성한다>(안치용저, 마인드큐브)

사회에서 기독교가 부끄러운 종교가 되었고,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러운 시대이다. <예수가 완성한다>는 그 부끄러운 종교에 뒤늦게 귀의한 저자 안치용이, 부끄러움이 축적된 근본적인 이유가 '예수망각'에서 비롯하였다고 보고 '예수찾기'를 진행한 현재진행형의 결과를 독자와 나누는 책이다. 더불어 '예수팔이'로 추락을 거듭한 한국 교회가 마침내 사망에 이른 것은 불가피한 귀결이었으며, 제대로 된 '예수찾기'로 한국교회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대형교회 유명목사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 주류는 예수팔이에 그치지 않고 예수를 납치하였고, 심지어 '예수살해'까지 기도(企圖)하였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이자 사회책임 전문가인 저자는 활동경험과 신학공부를 묶어서 성서와 신앙을 깊이있게 통찰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인류 공동의 문제에 의해 하나로 묶여버린 세계시민에게 인문학적이고 사회학적 성서 분석을 통해 2천년 전 예수를 소환한다. 페미니스트이기도 한 저자의 성서와 신앙에 대한 여성주의적 관점의 분석도 기대할 수 있다.

 

전능한 신보다 인간적인 예수

이 책의 서문은 그들이 납치한 예수, 어떻게 하면 구해낼 수 있을까?”라는 말로 시작한다.“진보주의자였던 과거 역사 속의 인간 예수를 통해 인간과 세상의 구원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고 인간 예수와 그의 사유를 성찰하며 그와 대화하는 기쁨을 누림으로써 기독교인이 되었던작가. 비기독교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리 계획한 함정에 인간을 빠뜨리고 저지른 죗값에 대해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리고 전쟁같은 인류의 비극을 외면하는 전능한 신이 아닌, 인간의 고통을 함께하며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신인 예수를 만난다.

이 책은 마가복음 등 신약성서의 복음서를 중심으로 예수의 삶과 죽음을 다시 한번 사유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해석과 여성주의적 관점의 대비가 흥미롭다. 더 나아가 동정녀 탄생 설화의 처녀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가부장제와 자연주의를 넘어서 예수를 만나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한국의 '좀비교회'들

책의 3부 보론을 통해 2020년 인류가 직면한 코로나19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패와 위선으로 중무장한 세속화한 개신교자체를 적그리스도라고 비판했다. 이미 몰락의 길에 들어선 개신교의 부활을 위해서는 신의 대리인으로서 자처하는 부패하고 개혁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많은 좀비같은 한국 교회들의 척결이 불가피하다.

저자가 한국 교회에 던지는 개혁의 메시지는 적그리스도나 다름없는 교계의 거악을 척결하고 또는 척결하면서, 각성한 합리적인 개인들이 기독교의 신앙으로 모여 다름 아닌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회를 일으키고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고, 무엇보다 자본주의와 근대성에 짓눌려 고사하고 있는 자신들의 영혼을 구제해야 하지 않을까.”를 통해 나타난다.

 

하나님의 복음은 예수 천국의 근시안적인 믿음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을 통해 역사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때로는 불경한 질문의 자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동일인이든 아니든 예수가 하나님의 기획 전체를 알고 있었다면, 부활하여 승천할 것까지 미리 계획하고 인지하고 있었다면, 그 십자가 사건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할리우드 액션이 된다.” “예수가 이중인격이라는 성격장애를 겪었을까.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또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그런 판단을 내릴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 그런 판단은 예수에게서 신성을 완전히 배제했을 때 가능하다.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정신병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신앙의 존엄 앞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질문까지 차근차근 밟아들어간다. 거침없는 논리 전개로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을 찾는다. 질문을 멈추지 않는 힘은 결국 불경함을 파훼하는 단정한 논리로 승화한다.

이렇듯 예수와 하나님이 기독교인의 독점물이 아닌 모든 인류의 복음이 되기 위해 교회, 교회정치, 교회관계, 교회네트워크등을 넘어서 오직 예수에 집중한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인류 역사상 우리에게 명시적이고 확고하게 주어진 계시는 예수 외에 없다.”, “있어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없어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원래 답의 정의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 진술은 예수의 가르침에 부합하지 싶다.”라고 진보주의자의 예수찾기의 치열한 결의를 전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신의 신앙을 논리적으로 이해해보고픈 진보적 기독교인에게 전하는 복음이다. 예수 납치범이 아니라 부끄럽지 않은 예수 해방자가 되자는 저자의 주장에 종교와 무관하게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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