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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주가지수에서 권력 쥔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프랑스 주가지수에서 권력 쥔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 마일리 키데 외
  • 승인 2020.12.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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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밀착된 여성들

여성 기업 대표들이 은밀하면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 덕분에 2011년 프랑스 대기업 이사회에서 여성비율 할당을 규정하는 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런 여성 기업가들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기존 페미니스트 단체들을 소외시키고 오히려 여성 노동자의 권리에 무관심한 다국적기업들의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해 주고 있다.

 

니키 드 생팔 & 피터 화이트헤드의 영화 <아빠>의 포토그램, 1973 – 니키 드 생팔

2016년 12월 2일 도빌 국제 센터에서 열린 경제사회 여성포럼(WF)에서 당시 프랑스 대통령 후보였던 에마뉘엘 마크롱은 정치, 경제 분야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위한 양성평등 계획을 발표했다. 2005년 WF가 창립된 이래, 프랑스 대선 후보를 초대한 것은 처음이었고, 정·재계 여성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약 3주 뒤, 이 포럼의 총괄자 2명이 마크롱 후보를 지지하는 ‘행진하는 여성(Elles marchent)’운동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에서 ‘여성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이라고 부르는 WF는 2005년 출범 이후 막강한 영향력을 축적했다. 매년 이 포럼 행사에서 정치, 경제 분야에서 여성 관리자급 배출을 위해 활동하는 수많은 조직이 단합한다. 사회학자 소피 포쉭이 ‘시장 페미니즘’이라고 명명한 이런 형태의 모임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고 2000년대 초 미국 다국적기업의 프랑스 지사들을 통해 프랑스에 유입됐다.(1) 

 

양성평등의 권리는 평등하지 않다

프랑스여성해방운동(MLF)에서 활동했던 페미니즘 사회학자이자 역사학자 프랑스와 피크에 의하면, 자본주의 체제를 따르는 미국에서 페미니즘과 시장의 결탁은 당연했다. 기업에 페미니즘이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주고, 페미니스트 단체는 기업의 후원이나 대규모 재단을 통해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프랑스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위해 조직된 페미니스트 단체는 100여 개에 불과했으나 오늘날 500개가 넘는다. 대표적으로 2001년에 프랑스 텔레콤, IBM 프랑스, 슬룸베르거, GE 헬스케어의 여성 경영진들이 설립한 세르클 앵테르엘(Cercle InterElles)이 있다.(2),(3) 이 조직은 여성들이 임원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상호 교류의 장을 마련해주고, 다국적기업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알릴 수 있다.

이런 페미니스트 단체의 물밑 로비작업 덕분에 2011년 코페 지메르만(Copé-Zimmermann) 법이 통과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 법은 ‘매출 규모가 5,000만 유로 이상, 노동자 500명 이상을 고용한 모든 기업은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40%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정작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을 준 경영진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므로, 2019년 여성 임원 비율은 17.9%에 불과했다.(4) 

프랑스 주가지수 CAC 40기업 중 CEO가 여성인 곳은 프랑스 전력회사 ENGIE 뿐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나은 편이다(이런 규정 자체가 없는 나라가 더 많다). 2003년부터 노르웨이, 2011년부터 이탈리아, 그리고 2019년부터 캘리포니아 주가 여성 이사 의무제를 도입했고, 프랑스의 대기업 여성 이사 비율은 2007년 8.5%에서 2019년 43.6%로 증가했다.(5)

페미니즘은 오래전부터 엘리트 계층이 이끌었다. 1903년부터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투쟁했던 여성 참정권론자들, 낙태법을 제정한 시몬 베유 전 보건부 장관, 작가 겸 기자이자 페미니스트 운동가 위베르틴 오크레르 등은 양성평등에 크게 기여한 대표적인 엘리트 페미니스트로 꼽힌다. 그런데, 피크의 설명에 의하면 페미니즘의 태동기부터 여러 파벌들이 충돌했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부유층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세기부터 부르주아 페미니스트들이 계급의 특권을 누리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여성들은 사회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사회주의에 경도된 노조 여성 운동가들과도 교류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여성의 노예와 같은 지위에 관해 글을 쓰고,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여성 지식인들이 있었다. 

WF의 창립자 오드 드 투앙은 다른 페미니스트, 또는 ‘급진’ 여성 노조단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WF는 다보스 포럼을 본받은 ‘영리기업’이라고 정의했다. 이 포럼은 르노, ENGIE, 맥킨지, 소덱소 같은 다국적기업의 ‘후원’을 받아 연례회의를 개최한다. 포럼 주관사 Wefcos의 2019년 매출액은 660만 유로에 달했다. 2~3일 회의 입장료가 무려 3,000~4,000유로나 되고, 참석자들 수가 1,000~2,000명 이상이므로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일 수 있다.

또한 다른 여성단체들도 이 경제 모델을 따라 ‘기업가적’ 페미니즘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일례로, 델핀 레미 부탕이 출범시킨 ‘디지털 여성의 날(JED)’은 WF가 주최하는 회의에 동참하면서 디지털 분야 스타트업 여성 기업가들을 육성한다. 이 ‘새 시대 주인공’들은 토탈, 오랑지, 로레알과 같은 CAC40 기업들 뿐만 아니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미국 다국적기업의 후원도 받고 있다. 부탕이 ‘JED는 단지 여성단체가 아니라 수익형 비즈니스’라고 말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양성평등은 왜 ‘수익형 비즈니스’인가?

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핵심적인 근거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경제적 이익’과 ‘성장’이다. 양성평등은 기업에 경제적 이익을 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기업 내 다양성 확보를 목적으로 창립된 ‘19세기 클럽’의 의장 보리 쟈니켁은 양성평등이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고 말하면서, 골드만삭스 은행이 이사회에서 2020년 7월부터 인종과 성별에서 다양성이 결여된 기업의 상장을 맡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을 지지했다. 

이 결정의 목적은 이타심, 사회적 책임 보다는 경제적 이익에 있다. 실제로 임원들의 성별, 인종이 다양한는 기업의 가치는 지난 4년 만에 44%가 상승했으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13% 상승에 그쳤다. EY와 맥킨지 같은 유명 컨설팅 회사들은 이 사실을 토대로 양성평등과 시장은 상호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맥킨지는 WF와 공동 출간하는 연례보고서 <Women matter>를 통해 이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사용하는 ‘모니터링’(숫자 지표 확인), ‘네트워킹’(여성 임원들 간 네트워킹 구축), ‘개별관리’ 등 표준화된 분석법들은 모두 전 세계 공적,사적 기관에서 사용을 권장할 만큼 공신력이 높아졌다. 그러나 포쉭은 이 분석 방법들은 다수의 평범한 여성 노동자들과는 무관하며 ‘잠재력, 재능, 실력을 갖춘’ 소수 여성 노동자, 기업가들에 국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페 지메르만 법이 통과된 이후, 정부는 기업의 고위직 여성들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정부와 여성 임원 간 네트워크는 더욱 강화됐다. WF는 전 노동부 장관 뮤리엘 페니코, 산업 담당 장관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 앙 마르슈!(En marche!)당을 창당한 아스트리드 파노시앙 등 마크롱 정부의 여러 인사를 초청했고, 2019년 양성평등담당 국무장관 마를렌 시아파와 디지털담당 국무장관 세드릭 오는 WF에 프랑스의 양성평등에 관한 보고서를 의뢰했다.

아울러 WF는 2020년 2월 ‘경제의 중심에 선 여성, 급변하는 세계 속 여성 리더쉽의 선두주자 프랑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WF의 전략 위원회 회원들이 동원됐는데, ‘여성과 기후’는 BMP Paribas, ‘여성과 보건’은 Axa, ‘여성과 AI’는 마이크로 소프트가 주도해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양성평등이 2025년까지 전 세계 2억 4,000만 개 일자리 창출, 국내총생산은 28조 달러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양성평등은 정의와 공정성이 아닌 경제적 이익의 문제인 것이다. 이 내용을 근거로 그동안 진척이 없었던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에 관한 법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법안이 제시하는 27개 방안 중 대부분이 여성의 기술과학 분야 진출, 여성고용 할당제, 메세나 지원, 장학기금 마련에 관한 것이다. 급여평등이나 육아휴직 연장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다. 그나마 이 법안이 추진되지 않는 동안 2021년 7월부터 육아 휴직 기간을 14일에서 28일로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 다행이다. 

 

“그녀의 사진을 싣는 것은 위험하다”

마크롱 정부가 여성 경영진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은 반면에 양성평등에 관한 문제에서 노조는 외면당했다. 2018년 페니코 노동부 장관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인사부 부장 실비 레이르에게 급여 불평등 평가 방법을 수립할 것을 요청했고, 실비 레이르 보고서를 바탕으로 ‘직장 내 평등 지수’를 만들어 2018년 ‘진로 선택의 자유 보장법’에 적용했다. 그러나 포쉭은 정부가 양성평등의 척도가 된다고 평가한 이 지수의 효용성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이 지수는 기업 내 급여 수준이 가장 높은 10개 직급의 여성 수, 출산 휴가 후 급여 상승 여부, 동종 업계의 급여 격차를 나타내지만, 실상 모든 자료는 기존의 지표들을 통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조와 연구자들은 급여 격차 산출 방식의 문제점을 비판했는데, 노동총연맹(CGT)는 2019년 3월 기자회견에서 직장 내 평등 지수가 근무 시간의 차이, 경력 차이,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 직종의 낮은 급여와 같은 급여 격차의 구조적인 원인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마크롱 정부는 여성 기업 대표와 간부의 자문을 받아 법안을 작성하면서도 전통적인 페미니스트 단체와는 교류를 하지 않았다. 여성폭력 반대 운동을 펼치는 페미니스트 단체 누투트(#NousToutes)의 창립자 카롤린 드 아스는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1년 반 동안 시아파 장관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가 2019년 11월 약 3만 명이 집결한 성차별 퇴치를 위한 행진 시위 이후에야 정부 측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 내 여성폭력 퇴치를 위한 유럽연맹(AVFT)의 대표 마릴린 발데크는 2017년 이후 정부와의 소통 창구가 사라졌다며 한탄했다. 바로 시아파 장관이 이런 페미니스트 단체를 ‘사회당의 지국’으로 치부하면서 교류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시아파 전 장관은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AVFT는 사회당과 결탁해 편향적 정치색을 띄는 단체가 됐다. AVFT에 정부 보조금을 중단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법안을 작성하라고 펜까지 쥐어줄 수 없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발데크는 어이가 없는 듯, AVFT는 사회당뿐만 아니라 어떤 정당과도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기업의 고위직 여성들은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서 언론사와의 유대관계를 활용하고 기업들은 언론사에 협력사 또는 광고주로써 재정 지원을 하면서 페미니스트의 이미지를 갖춘다. 예를 들어 WF는 홍보회사 이마주 7(Image 7)대표 안 메오와 프랑스 최대 홍보 마케팅 그룹 퓌블리시스(Pblicis)의 언론사 네트워크를 적극 이용했다.(6) WF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피가로>, <엘르>, <샬랑지>, <에코>, <라트리뷴> 등 유명 신문, 잡지의 1면을 매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런 동맹 관계 때문에 언론은 ‘알아서’ 자기 검열을 하기도 한다. 어느 기자는, 자신이 일했던 언론사 편집장이 “안 메오는 광고주들과 막역한 사이로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그녀의 사진을 ‘함부로’ 싣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한 일화를 들러줬다. 편집장은 “만약 안 메오를 공격했다가는 해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주의를 줬다고 한다.

이런 일화는 드물지 않다. 로레알의 직원이 임신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로레알을 고소하자, 한 잡지사의 기자가 로레알의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썼다. 그러자 이 잡지사의 광고주였던 로레알의 대리인단은, 즉시 편집장에게 이미 업로드 상태였던 기사수정과 반박문 게재를 요구했다. 이후 이 잡지사는 로레알을 찬양하는 기사만 실었다. 이렇듯 로레알은 페미니스트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WF에도 지원을 할 뿐만 아니라 G7(올해는 프랑스가 의장국이다)가 2019년 출범시킨 양성평등 위원회의 협력사가 됐다. 

이런 언론과 기업의 결탁은 2019년 봄 프랑스철도공사 SNCF의 경영진이 기자들에게 기사를 요청한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항공, 해양, 철도 운송의 시장개방 개혁에 대한 반대운동이 한창일 때, SNCF는 기자들에게 SNCF의 양성평등 정책 지지 기사를 청탁하며 열차표를 무료로 제공했다.

<성 세바스티아노 혹은 내 사랑의 초상화 – 타깃>, 1961 - 니키 드 생팔

두드러지는 ‘권력자의 여성화’

언론사들은 여성들의 임원 승진 소식을 늘 신속하게 알리고 기업으로부터 재정 지원도 확보한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서 발간하는 여성지 <마담 피가로>는 4년째 여성 스타트업 기업가들을 선정해 Business with Attitude상을 수여하고 있다. 마담 피가로와 대기업 임원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매해 약 백여 명의 후보자들을 평가하는데 올해는 이 평가단에 프랑스 우정공사(La Poste), 아코르, Oddo BHF, 프랑스 전력회사 ENGIE, 구글, EY 그리고 프랑스 공공투자 은행 Bpifrance가 포함됐다. 

이 기업들은 마담 피가로의 협력사로서 후원을 하고, 마담 피가로는 후원사의 입맛에 맞는 홍보성 기사를 쓴다. 2019년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특별배임 혐의를 받고 체포당하자 르노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르노 대리인은 ‘Business with Attitude’ 수상식 조찬모임에서 르노 회장이 얼마나 여성 권리 수호를 위해 노력했는지 강조했다.(7)

한편 패션잡지 <엘르>는 여성 직장인 처우 개선을 위한 포럼 엘르 악티브(Elle Active)를 창립했다. 2019년 포럼에서는 포르스 팜므(Force Femmes), 평등 연구소, 피낭시엘(Financi’Elles), 엥테르엘(InterElles)과 같은 여성단체들 앞에서 유럽중앙은행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Axa 프랑스 CEO 자크 드 페레티가 페미니즘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행사에 참여했던 로레알 부스는 참석자들에게 취업 면접 시 외모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화장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포럼의 입회자로 참여했던 포쉭은 “잡지사는 기업의 스폰을 받아 이런 이벤트를 개최해 고질적인 재정난을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기업 측에서도 토론의 내용보다 재정 후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업은 이런 무료 이벤트를 활용해서 기업 경영진의 페미니즘에 대한 철학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권력자’의 여성화가 두드러지는 반면, 피라미드 맨 아래의 상황은 다르다. 2018년 조사 결과 파트타임 노동자의 무려 78%가 여성으로, 여성 노동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다.(8) 여성들의 파트타임 고용은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청소, 식당, 유통, 의료 등) 빈번하다. 어떻게 이런 격차를 해결할 수 있을까? 레미 부탕은 여성에게 기업가 정신을 교육함으로써, 여성의 불안정한 고용실태를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많은 여성들이 계산대 직원과 같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숙달시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포르스 팜므(Force Femme)도 여성 기업가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05년 WF 인사들이 주도해 창립했는데 현재는 메오와 베로니크 모랄리가 의장직을 맡고 있다. 포르스 팜므는 대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자원봉사자들이 45세 이상 실업 여성들의 구직과 창업을 도와주고 있다. 피크는 부르주아 여성들이 때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다른 여성들에게 도움을 준다며 박애정신과 페미니스트 투쟁은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뮐루즈 대학 정치학 학회장 마리옹 하비에는 업무차 만났던 WF 관계자가 육아 휴직을 떠난 비서들에 대해 불평하면서 다음번에는 육아휴직 걱정이 없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털어놓은 일화를 이야기해 주면서 임원 직급의 여성화가 반드시 직장에서 양성평등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여성 임원들은 편향적 이데올로기를 고수해 다른 대다수 페미니스트에게 불리한 개혁을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9월 프랑스기업가운동(Medef)의 전 회장 로랑스 파리소는 2017년 9월 노동법 개정안을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60여 개 페미니스트 단체와 인사는 이 개정안을 강력히 반대했다. 직장 내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였다.(9) 이들은 특히 이제 겨우 직장에서 벌어지는 여성 폭력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시점에 위생, 안전, 근무환경 위원회(CHSCT)를 철폐하고 다른 2개 조직과 함께 사회경제위원회(CSE)로 통합하겠다는 개정안 내용을 강력히 비난했다. 

몇 년 전부터 호텔에서 하청으로 고용된 룸메이드의 파업이 잦아지고 있다. 그리고 2019년 여름 파리 17구에 있는 이비스 바티뇰에서 파업 참가자들이 대거 집결하자 시아파는 룸메이드의 하청 고용에 대해 숙고하겠다고 발표했다.(10) 그러나 같은 해 9월 시아파는 이비스 바티뇰에 직접 방문해 기업의 경제적 선택, 즉 하청에 관해서는 관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고 프랑스와 뤼팽 의원이(극좌 정당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 소속) 청소업체 하청에 대한 규정을 수립하기 위해 제시한 법률안의 ‘원칙’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좌파 의원은 2020년 5월 이 법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는데, 다수 의원들이 핵심 내용을 삭제했기 때문이었다.

2020년 7월 시아파가 퇴임하고 레노버 프랑스와 휴렛 페커드 아프리카 대표직을 역임했던 엘리자베스 모레노가 양성평등 담당 정무장관으로 임명됐다. 모레노는 19세기 클럽, 디지털 여성의 날(JFD) 뿐만 아니라 투앙이 2015년 아프리카의 여성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창립한 Women in Africa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투앙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엘리자베스 모레노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장관 임명 소식에 기뻐했고 WF 사무국장 코라자도 그녀를 ‘WF의 친구’라고 칭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돕겠다”며 지지했다. 

모레노는 취임 직후, 시아파가 다소 거리를 뒀던 페미니스트 단체를 초청했다 그러나 이 신임 장관이 전임자와 다른 행보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이 자리에서 여성연대연맹의 운동가가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숙소 마련, 돌봄 네트워크, 여성 긴급전화 등 소속 단체의 활동을 설명하자, 장관은 아주 자연스럽게 답변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요, 고객 경험에 대한 거지요.”   

 

 

글·마일리 키데 Maï̈lys Khider
기자
티모테 드 로그로드르 Thimothée de Rauglaudre
작가. 주요 저서로 『Premières de corvée 노역에 시달리는 여성들(2019)등이 있다.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Sophie Pochic, ‘Féminisme de marché et égalité élitiste? 시장 페미니즘과 엘리트 평등?’,『Je travaille, donc je suis. Perspectives féministes 나는 노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페미니즘 전망』, Margaret Maruani 지도, La Découverte, Paris, 2018년.
(2) Emmanuelle Gagliardi, Wally Montay, 『Guide des clubs et réseaux au féminin 클럽 가이드와 여성 네트워크』, Le Cherche Midi, Paris, 2007. 
(3) Valérie Lion, ‘Entreprises: relever le pari des réseaux féminins 기업: 여성 네트워크의 도전을 받다’ <L’express>, Paris, 2019.1.18. 
(4),(5) Laurence Boisseau, ‘La France championne du monde de la féminisation des conseils d’administration 이사회 여성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프랑스’, <Les Echos>, Paris, 2019.3.7. 
(6) Marion Rabier, <Entrepreneuses de cause : contribution à une sociologie des engagements des dirigeants économiques en France 여성기업가의 동기: 프랑스 경제 지도자들의 사회 참여에 기여>, 프랑스사회과학대학원(EHESS)에서 심사한 논문, Paris, 2013.
(7)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전 회장은 여러 차례 배임 혐의를 받은 인물이다.
(8) ‘Quelles sont les conditions d’emploi des salariés à temps partiel? 파트타임 노동자의 근무조건’, <Dares Analyses>,  n°025, Paris, 2020년 8월. 
(9) ‘Loi travail : les droits des femmes passent (aussi) à la trappe 노동법: 여성의 권리에 대한 면밀한 검토’, <Les invités de Mediapart>, 2017년 9월 6일, http://blogs.mediapart.fr
(10) Thimothée de Rauglaudre, ‘Jounées infernales d’une femme de chambre 룸메이드의 힘겨운 나날들‘, <Alternatives économiques>, n°396, Paris, 2019년 11월 27일.

 

 

WF, ‘여성과 남성은 보완관계’ 노선 지속

 

경제사회 여성포럼(WF)의 창립자 오드 드 투앙은 기업 내 여성의 임원직 진출을 이 포럼의 창립 동기로 내세우고 있으며 자신의 삶 자체를 하나의 성공 사례로 꼽고 있다. 2012년에 출간한 자서전 『여성들이여, 용기를 낸다면(Femmes, si vous osiez)』’(Robert Laffont)에서 이 여성 기업가는 ‘독특한 기질을 가진 아이’였다고 회상한다. 마치 ‘선머슴’ 같았던 투앙은 어머니가 ‘공무원’이 되기를 원했지만, 전혀 다른 방향을 선택해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 기업가는 어릴 때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정신분석을 받아야 정도였지만 결국 ‘자신의 역사’를 썼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자신감이 성공을 부른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2000년대 초 투앙은 DIY 관련 잡지 출간과 박람회 주최로 성공을 거두면서 기업가로써 두각을 드러냈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Porte de Versailles)에서 열리는 DIY 박람회 크레아시옹 에 사부아페르(Création et savoir-faire)에는 세련된 바를 갖춘 남성 휴게실, 구두수선사, 재단사, 그리고 축구나 럭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텔레비전까지 갖췄다. 박람회의 입장료가 비쌌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성공 가도를 달리던 투앙은 ‘중소기업’의 ‘여성’ CEO라는 이유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할 수 없었다. 당시 다보스 회의 참석자 중 단 4%만 여성이었는데, 투앙은 이것이 아주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2003년 WEF 클로드 스마자 전 의장은 투앙이 ‘영향력 있는 여성’을 위한 세계경제포럼을 창설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드디어 2005년 제 1회 경제사회 여성포럼을 개최한다. 

투앙은 WF 발기인단을 모집하기 위해 미국을 자주 방문하면서(주로 힐러리 클린턴 재단 회의 참석을 위한 방문이었다)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접촉했다. 그 덕분에 아레바 CEO 안 로베르지옹, 피말락의 CEO 베로니크 모랄리, 프랑스의 부호 마크 라샤리에르, 프랑스 여론조사국(IFOP)과 프랑스 최초 경영자 조합인 프랑스기업가운동(Medef)의 전 대표 로랑스 파리소를 WF에 영입할 수 있었다. 

투앙은 그녀의 저서에서 자신은 ‘실용주의적’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WF 절대 ‘적개심’을 드러내는 ‘과격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정치, 경제 분야 할 것 없이 여성과 남성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주장하는 투앙은 양성평등주의에 매몰되지 않으려 했다. 게다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그녀는 WF의 의장직을 역임할 당시, 발표자의 20%는 남성으로 배정했다. 투앙은 여성은 ‘남성을 정복하려거나, 그들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들이야 말로 ‘타인을 존중하는 더욱 도덕적인 세계를 건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WF 발기인단 대부분은 자유주의 진영이었지만(광고회사 BETC의 CEO 메르세데르 에라는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으며 자신을 ‘사회자유주의자’라고 정의했다) 일부는 보수우파 성향을 보였다. 2014부터 투앙의 뒤를 이어 GE프랑스 전 대표 클라라 게마르가 WF의 의장직을 맡았다. 그녀는 공식적으로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면서 1996년 의대 교수이자 임신중절수술 반대 운동을 펼쳤던 아버지의 이름을 딴, 제롬 르존느 재단 설립에 참여했다. 

그리고 WF의 창립을 주도했던 안 메오 또한 학창시절 프랑스 극우학생조합 GUD에 가담했던 경력이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극우 활동을 했다. 그리고 알랭 마들랭, 제라르 롱게와 같은 반사회주의 정치인들과 교류했는데, 이들은 몇 년 뒤 중도우파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탕 대통령의 측근이 됐다. 라디오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레아 살라메가 여성 인사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해 발표한 저서 『여성 권력가들』을 위해 안 메오를 만났을 때, ‘외유내강’한 면모와 ‘사회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이 여성 인사는 ‘자유의 침해와 전체주의’ 막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신파시즘을 추종하며 투쟁했던 과거를 자랑스럽게 말했다.(1) 

이제 ‘자유주의 우파’가 된 안 메오는 2017년 자신이 CEO로 있었던 홍보기획사 이마주 7(Image 7)을 통해 우파 프랑스와 피용 대선 후보를 위한 자문을 했다. 2018년 게마르가 WF의 의장직을 사퇴하면서 더 이상 의장직은 사라지고 코라자가 WF 사무국장직에 임명됐다. 코라자와 게마르는 인연이 깊은데 국제투자 분야에서 함께 경력을 쌓은 관계이기도 하고 프랑스 유명 사립 고등학교 스타니슬라스 동창이며 그녀들의 자녀들 또한 이 학교 출신들이다. 코라자가 사무국장직을 맡은 이후, WF는 AXA, 바이엘, 마이크로소프트, BNP Paribas 가 참여하는 전략 위원회를 구성해 전문적 지식을 공유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그러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코라자 사무국장도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여성과 남성은 ‘보완적 관계’라고 믿으며(<레제코>, 2019년 10월 21일), “나는 단지 여성들‘도’ 미래를 구축할 기회를 평등하게 누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글·마일리 키데 Maï̈lys Khider
티모테 드 로그로드르 Thimothée de Rauglaudre

번역·정수임 


(1) Léa Salamé, 『Femmes Puissantes 여성 권력가들』, Les Arènes-France Inter, Pari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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