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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가면무도회 - 투우사의 노래 그리고 흰소
[최양국의 문화톡톡] 가면무도회 - 투우사의 노래 그리고 흰소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1.01.04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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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간극처럼 온 20과 20의 반복은 그 숙명적 되돌이표를 악보에 남긴다. 리듬과 운율의 말과 노래로 다가오며 삶의 음악으로 구성된다. 음악은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빚어지며, 밝음-어둠 그리고 가벼움-무거움의 이분법을 허용치 않는다. 우리들 시공간에서 낯설었던 마스크는 일상이 되어, 우리들 삶의 무도회에 들어와 앉는다. 21세기 가면(Mask)무도회가 태어난다. 어둠과 무거움의 속성을 가진 가면무도회는 우리들 어린 시절처럼 통제 당한다. 통제를 벗어나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를 거쳐 변형되고 진화한 새로운 음악 사조로 갈 것인지는 우리들 몫으로 남는다. 모든 것은 변한다. 투우사의 노래와 함께 워낭소리가 들려온다.

 

마스크 / 무도회는 / 인간과 / 자연 교점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는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년-1901년)가 1859년 작곡한 것이다.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3세(Gustav III, 1746년-1792년)의 실재 암살 사건(1792년)을 소재로 한 3막으로 된 비극적 오페라로써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원래는 구스타브(스웨덴 계몽전제군주 구스타브 3세;테너)의 충직한 측근이었던 레나토(앙카르스트롬 백작;바리톤)가 자신의 아내인 아멜리아(앙카르스트롬 백작 부인;소프라노)를 사랑하는 국왕을, 귀족적 의회주의자인 반역자들의 음모와 아내에 대한 배신감에 빠져, 가면 무도회에서 암살 기도를 한다. 구스타브는 자책감과 연인과의 공간적 이별을 위해 레나토를 핀란드 대사로 임명한다. 아멜리아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참석한 가면무도회에서 레나토의 총탄에 죽어가면서, 아멜리아의 순결과 레나토의 사면을 유언으로 남기며 숨을 거둔다.”

* 가면무도회 (Verdi, 1859년), 예술의 전당, Google
* 가면무도회 (Verdi, 1859년), 예술의 전당, Google

남자 주인공(최고 권력자인 국왕)의 운명적 사랑에 대한 서사시를 사랑과 용서, 그리고 비극적 죽음으로 승화시켜, 여자 주인공(프리마돈나)의 비극적 결말로 끝나는 대부분의 타 오페라와는 다른 극의 흐름을 나타낸다. 이러한 극의 흐름은 제1막 ‘아, 다시 한 번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구스타브;테너)~제2막 ’저 들판의 풀을 뜯어 내 사랑을 잊을 수만 있다면‘(아멜리아;소프라노)~제2막 ‘내가 왔소!’(아멜리아,구스타브)~제3막 ‘너였구나! 내 명예를 더럽힌 자가’(레나토;바리톤)~제3막 ‘나 영원히 그대를 잃을지라도’(구스타브;테너)등의 대표적 아리아로 이어지며, 그 운명적 시간의 두께를 숙명적 공간의 층으로 나눈다.

거리두기와 비대면에 익숙해지며, 다른 듯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 시간속의 우리들 일상은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새롭게 변형된 <가면무도회>인 듯 하다. 모든 것은 변한다. 구스타브-인간, 아멜리아-자연의 영혼, 레나토-자연으로 대비되며 등장인물이 바뀐다. ‘인간’은 ‘자연’의 기쁨이며 유기체적 선순환의 원천인 ‘자연의 영혼’에 대해 끊임없는 탐욕으로 오염시키며 확산한다. 현대의 인간은 단순히 자연의 영혼을 오염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그를 파괴하며, 종속적 지배의 대상으로 바꾸려 든다. ‘인간’의 탐욕은 시작과 끝이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저항을 운명적으로 받는다.

지금 우리들의 가면무도회에 자연(‘레나토’)이 부르는 아리아가 들린다. “너였구나, 나의 단 하나의 기쁨인 아내의 영혼을 더럽힌 자가, 배신자여. 가장 친한 친구의 믿음을 이렇게 갚다니! 아멜리아, 아, 잃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이여. 그날의 황홀했던 포옹들이여.” ‘자연’의 사랑과 행복을 앗아가고 있는 ‘인간’에게 그의 영혼 유지와 호흡을 위한 고육지책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지구 종말 시계(The Doomsday Clock)는 자정에 근접(23시 58분 20초;2020년 기준)하며, 종말에 해당하는 자정을 1분 40초 남기고 지금도 돌아 가고 있다.

‘인간’이 ‘자연’에게 어느 순간 극적으로 제거 당하거나 종속되지 않고, 서로 상생하며 진화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이격에 따른 회피(핀란드 대사 임명)와 닫혀진 무도장에서 용서만을 구하는 것으로 충분한 걸까? 지금 무대 위의 ‘인간’은 ‘자연의 영혼’에 대한 탐욕적 불륜을 비운의 사랑으로만 표현 하고, 경험적 편향치에 좌우되는 소극적 대응에 머무르며 주춤거린다. 빛이 사라지고 극단적 어둠이 닥쳐 올 수 있는 본질을 외면하고, 지금의 한줄기 햇살을 보며 애써 위로하고 있다. 교각살우(矯角殺牛)를 자처하며 술래에게 작은 그림자를 내주는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과 / 인간 관계 / 자유 의지 / 균형추니

 우리들의 21세기 가면(Mask)무도회는 통제의 청소년기를 지나면 쇠퇴 또는 성장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 갈림길에 서면 <카르멘>중 ‘투우사의 노래’가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The Sirens)처럼 들려 온다.

<카르멘(Carmen)>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년~1875년)가 1875년에 작곡한 4막의 오페라다. 오페라의 시공간적 배경은 1820년경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담배 공장 여직공인 집시 여인 카르멘(메조 소프라노)은 경비 부대의 하사관이며 약혼자가 있는 돈 호세(테너)를 유혹한다. 어느 날 카르멘이 싸움 끝에 감옥에 갇히자, 호세는 카르멘의 유혹에 넘어가 산 속의 밀수꾼들 집단 생활지로 같이 도망간다. 찾아 온 약혼녀 미카엘라(소프라노)의 절절한 호소에, 병든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간 후 카르멘을 잊지 못하여 다시 돌아온다. 호세는 이미 투우사 에스카밀로(바리톤)에게 마음을 빼앗긴 카르멘에게 절망하여, 투우장에서 그녀를 단도로 찌르고 카르멘 시신 앞에서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 카르멘 (Bizet, 1875년), Google
* 카르멘 (Bizet, 1875년), Google

여자 주인공인 카르멘은 스페인 남부의 거칠고 강한 레드와인과 같은 정열적이고 오만하며 매혹적인 집시 여인이다. 그 어떤 남자에게도 얽매이거나 지배당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자유대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여자로서, 저항할 수 없는 관능적인 매력과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남성을 유혹하여 결국에는 치명적인 불행에 이르게 하는 팜파탈(Femme fatale; 파멸적인 또는 운명적인 여성)의 오페라적 전형이다.

<카르멘>이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고 지키려 했던 가치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 아니라 집시 민족의 DNA와도 연결되어 있는 자유이다. 또한 여자 주인공의 비극으로 끝나는 타 오페라와의 공통적 특성 외에 외면 색채의 강렬함과 내면 심리의 원초감을 극대화 하며 나타나는 차별성을 갖는다. 이러한 극의 흐름은 제1막 ‘하바네라’(카르멘;메조소프라노)~제2막 ’투우사의 노래‘(에스카밀로;바리톤)~제2막 ‘꽃노래’(호세;테너)~제4막 ‘그대가 나를 사랑해 준다면’(카르멘,에스카밀로)~제4막 ‘당신이요? 나요!’(카르멘,호세)등의 대표적 아리아로 이어지며, 그 운명적 사랑의 깊이를 숙명적 자유의 층으로 나눈다. ‘투우사의 노래’는 3명의 주인공 중 한명인 투우사 에스카밀로가 부르는 노래로, 집시 여인의 사랑을 쟁취하고 투우장에서 소와 결투를 벌이는 용맹한 투우사의 모습을 표현한 아리아다.

모든 것은 변한다. 사랑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애증과 그 시간적 연속성을 같이 하며 나타난다. 인간과 인간에 대한 관계에서 사랑과 자유에 대한 ‘카르멘’의 강렬함과 원초감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소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년》중 가벼움으로 상징되는 사비나와 토마시의 이미지로 대체되어 나타난다. 사비나가 사랑에 대한 상대(토마시,프란츠)의 갈망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느낀 감정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그 존재 자체에 대한 허무였으나, 마지막 도착지인 미국 서부 해안은 더 이상 갈 곳 없는 시공간적 단절감을 사비나에게 안기며, 존재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을 느끼게 하는 상징적 공간을 대변한다. 토마시와 테레사는 우리들 존재에 대한 가벼움과 무거움의 양끝을 대변하는 인간이다. 토마시는 그 가벼움의 추를 상대적 약자인 테레사의 무거움의 추를 향한 여정으로 같이 하며,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을 향한 무게추가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복선으로 하며, 우리들 인간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다시 부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비나에게 보여 주였던 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을 그려 나가는 전형을 보여 준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다양한 가벼움과 무거움의 교차점에서 피어난다.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가 가벼움을 상징하는 아리아라면, ‘꽃의 노래’는 무거움을 상징하는 아리아다. 카르멘의 그 정렬적인 노래와 행동들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을 위한 또 다른 자유 의지의 표출인 듯 하다.

 

내리는 / 노오란 달빛 / 흰소 영혼 / 발자국

 21세기 가면(Mask)무도회가 투우사의 노래를 부른다. 하이얀 눈에 내리는 노오란 달빛을 따라 가까이 다가오는 워낭소리가 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짐을 지고 가까이 온다. 황소이다. 선사시대부터 황소는 ‘돈’,‘권력’ 그리고 ‘성(性)’의 상징으로서 우상이다. 이중섭(1916년~1956년)의 대표적 작품인 <황소,1953년>와 <흰소,1954년>가 달빛 아래에서 움직인다. 황소와 흰소는 서로 투우를 하며, 흰소는 무언가를 떠받으려 한다.

* 흰소 (이중섭, 1954년), Google
* 흰소 (이중섭, 1954년), Google

김춘수(1922년-2004년)의 <이중섭・1~9> 연작시중 <이중섭・6>은 이중섭의 <흰소>를 모티프로 한 것이다.

< 이중섭・6 >

다리가 짧은 아이는

울고 있다. 아니면 웃고 있다.

 

달 달 무슨 달, 별 별 무슨 별.

 

쇠불알은 너무 커서

바람받이 서북쪽 비딱하게 매달린다.

 

한밤에 꿈이 하나 눈 뜨고 있다.

눈 뜨고 있다.

- 김춘수, (1977년) -

김성리는 <이중섭・6> (한국문학논총 제53집;예술가의 삶의 형상화와 의미)에 대해서 “이중섭의 인간적인 고통과 예술가로서의 순수성이 묘사되어 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바람’은 시적 자아가 지닌 현실 극복의 의지를 환기하는 상징이다. ‘쇠불알’은 현실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 또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시적 자아가 느끼는 현실의 고통 속에서 시적 자아는 그것과 대립되는 사물을 본다. 그것은 ‘쇠불알’이다. 그 고통 속에서도 꿈은 눈을 뜨고 있다. 여기에서 ‘쇠불알’은 꿈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현실의 고통이 크더라도 눈을 뜨고 있으므로 ‘꿈’을 잃지 않는데, 그 꿈은 예술을 말한다.”

21세기 가면(Mask)무도회에서 ‘바람’-‘자연’, ‘쇠불알’-‘인간’, 그리고 ‘꿈’-‘자연의 영혼’은 서로 대비되어 우리들의 열망으로 함께 한다. ‘쇠불알’-‘인간’으로서의 우리는 흰소가 떠받으려고 하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통해 공감을 확대 하며, 알타미라 동굴 벽화의 들소를 그린 그들이 남기고자 했던 가치를 현재화해야 한다. 밝음-어둠과 가벼움-무거움의 균형추를 맞추는 우리들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하이얀 눈에 내리는 노오란 달빛을 따라 걸어가는 발자국은 “쟁반같이 둥근 달, 낮과 같이 밝은 달, 그리고 거울 같은 보름달”로 이어지는 <무슨 달>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여야 한다.

 

글 : 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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