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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의 문화톡톡] 넷플릭스처럼?
[이병국의 문화톡톡] 넷플릭스처럼?
  • 이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1.01.18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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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소설 습작을 하면서 두 개의 문장을 앞에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선 적이 있었다. 하나는 라면 먹고 갈래요?”였고, 다른 하나는 넷플릭스 보고 갈래?”였다. 전자는 이미 널리 알려져서 실제 사용된다기보다는 농담처럼 회자되는 문장이었고, 후자는 미국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문장으로 의미는 동일했다. 당시 아직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서비스하지 않을 때였기에 신선하다고 판단하여 후자를 선택했는데, 합평 때 지적을 받았다. 그 후로 6년이 지났을 뿐인데 그 문장은 진부한 표현이 됐다.

스위트홈_출처_다음 소개 페이지
스위트홈_출처_다음 소개 페이지

지난해 12,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스위트홈>TV 프로그램 글로벌 스트리밍 3위를 차지하며 많이 이들에게 언급되었다.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 라 소개된 <스위트홈>은 동명의 웹툰을 각색한 것으로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들과 그로 인해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아파트 주민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괴물인데, 기존의 괴물 장르(이를테면, 좀비나 흡혈귀 혹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등)와는 달(코로나19 대의 콘텐츠로서는 특이하게도) 감염에 의해 괴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점이다. 괴물은 외부의 존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개인의 내적 욕망 때문에 발현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격리된 상태에서도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되어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내용은 이 정도로 차치하자.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K-콘텐츠의 위상과 함께(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가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1997DVD 우편대여서비스 사업으로 시작하여 2007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였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의 정의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기술 위에 쌓아 올린 엔터테인먼트 회사1)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지닌 거대 미디어 기업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20161월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8만 명 수준이었던 국내 가입자 수는 201890만 명, 2019273만 명으로 증가하였으며 2020년에는 362만 명에 달했다.2) 초기에는 국내 온라인 콘텐츠 유통을 주도하고 있던 IPTV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고 요금이 비싸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몇 개의 전환점을 계기로 그 수를 늘렸다. 첫 번째 전환점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만들어져 넷플릭스로 최초 공개를 한다는 데 있었다. (내가 넷플릭스를 보게 된 계기-사실 애인의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도 여기에 있다.) <옥자>와 관련된 논란은 여기에서 생략하기로 하겠지만, 한국의 감독이 만든, 그것도 봉준호가 만든 영화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는 사실은 넷플릭스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20191<킹덤> 시즌 1이 공개된 것도 가입자 수 증가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생활이 늘어난 2020. 넷플릭스는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향유해야 할 문화가 되었다.

 

출처_연합뉴스
출처_연합뉴스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모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추천 시스템과 큐레이션 등의 내로우캐스팅(한정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 전달)에 있다. 이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비주류 상품을 개별 소비자의 취향과 연결시켜 수요를 창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오픈 커넥터를 통해 넷플릭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N스크린으로 시청 가치를 높인 점도 있겠다. 그로 인해 기존의 영상 미디어와는 달리 시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려 소비자 편의주의에 토대를 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이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인터넷 환경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좋고 문화 콘텐츠 생산 능력이 뛰어난 한국은 넷플릭스가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용이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넷플릭스의 위대함을 예찬하는 글이 될 수 있겠다. (아니라고 이야기하기에도 뭣하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는 데 말이다. 어떤 면에서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를 기업이 아닌 하나의 혁신 산업으로 본다면, 특히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 본다면 한국 문화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와 같은 OTT 업체는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웨이브, 티빙, 왓챠 등등) 그러나 중요한 점은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넷플릭스가 아닌 그것이 이끈 문화 향유 방식의 전환이 가져온 우리 삶의 변화일 것이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말미암아 2020년에는 (2021년에도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현저히 늘었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부득이하게) 권고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넷플릭스가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며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이러한 스트리밍 플랫폼은 문화 향유 경험이 본질을 바꾸었다. 물론 태블릿과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가 필요하긴 하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은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우리를 탈주하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이때 우리가 향유한 것은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미디어가 아닌 온라인 콘텐츠이다. 그런 점에서 콘텐츠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책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웹툰이나 웹소설 등 인터넷 환경에서 창작되는 콘텐츠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불황으로 자기계발과 재테크에 집중된 면도 없지 않지만, 책 소비 역시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3)

 

단순히 책 소비가 증가했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니다. 올드 미디어 중의 올드 미디어인 책은 넷플릭스는커녕 다른 어떤 미디어 산업과 비교해도 열세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화 콘텐츠의 본류랄 수 있는 책은 혁신 기술이 도입되기 어려운 분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ICT 기술을 보유한 나라이며 세계 순위의 미디어, 콘텐츠 강국임에도 책이 유통되는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 지면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책과 관련된 디지털 환경은 웹진이라는 종이 잡지의 확장 수준의 플랫폼에 머물러 있다. 오프라인의 내로우캐스트라고 할 수 있는 동네책방은 코로나19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논란이 되었던 도서정가제는 다행히 현재 제도를 유지하는 선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동네책방이 수행해야 하는 일련의 활동은 멈추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소규모) 도서 버전이랄 수 있는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로 공공 도서관 이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비접촉 방식으로 책을 소비할 수 있는 전자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단말기의 형태는 전에 이야기했듯 종이책의 대체재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4) 이북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이야기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이북 플랫폼으로 교보문고 샘’, ‘YES24북클럽’,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등이 있다. 각 플랫폼은 월정액을 내면 일정한 수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인 셈이다. 전자책 단말기나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독서 행위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서비스 산업은 현재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2017년 출범한 밀리의 서재는 5만 권 이상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으며 넷플릭스의 모델을 적용해 매월 9,900원을 내면 전자책을 무제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201910월부터는 5,000원 추가 부담 시 격월로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2020년 현재 이용자가 15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5) 전자책 전용 단말기처럼 별도의 리더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구매가 아닌 스트리밍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김영하, 조남주, 김초엽 등의 스타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을 높이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내로우캐스팅 기법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그로 인해 가입자들은 월평균 약 8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_밀리의 서재 앱 화면 캡처
출처_밀리의 서재 앱 화면 캡처

이와 같은 독서 플랫폼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가능토록 하여 독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이 확장성이 정보 자본주의의 영향력 아래에서만 창출되는 산업의 테두리에 제한적으로 작동하여 디지털 문화 내에서 통제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타케팅된 독자는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 받음으로써 보다 작은 집단으로 분화된다. 개인화된 소비자는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받은 영역으로 분리된 존재로 남을 위험도 존재하는 것이다. 취향의 나르시시즘이라고 할까. 물론 아직 이러한 비판은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초기 단계이고 얼마만큼의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옳지 못한 일일 수도 있다. 출판계는 아직 다른 문화 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산업적 트렌드와 결부된 확산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기도 어려운 시점에 그 부정적 영향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다.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 가는 미디어의 가능성은 우리의 일상을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낼 것은 믿어 의심치 않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위트홈>의 괴물은 외부의 감염체에 의해 비롯된 것이 아니다. 개인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의 층위가 구체적 형태로 발현되어 욕망의 주체를 잠식한 결과다. 개별화된 주체의 붕괴는 공동체 형성의 불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개체가 아닌 공동체로서의 연대에 기초한 이해와 돌봄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고자 한다.(물론 어디에나 이기적 존재는 있으며, 그들이 극의 긴장을 높인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혁신함으로써 일상이 변화를 이끌어 왔지만, 그만큼 기존 산업의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긍정적 효과이며 다른 이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걸린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밀리의 서재와 같은 독서 플랫폼 역시 기존의 종이책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도록 만들 것이지만, 그만큼 웹진과 같은 플랫폼과는 달리 오프라인 시장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기존의 종이책 유통 체인의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현실을 동네책방과 같은 곳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동네책방의 가능성에 대해 고찰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혁신 산업이 기존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해 긍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측면이기도 하다.

 

경제성의 관점에서만 고려되는 욕망의 층위가 괴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넷플릭스나 밀리의 서재와 같은 플랫폼 기업은 자신의 영향력을 나눌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들이 만든 장이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가 현지화 전략을 통해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로컬 콘텐츠가 역으로 넷플릭스라는 공급망을 통해 세계에 진출하여 글로벌 콘텐츠가 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K콘텐츠로 대변되는 드라마와 영화 등이 코로나19 시대 불황 속에서도 생존 전략을 짜고 세계적 이슈를 만들어낸 것을 벤치마킹한다면, 조금은 협소한 관점이겠지만, 밀리의 서재와 같은 독서 플랫폼도 독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을 유통하는 오프라인 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생산하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자체 플랫폼에서 독점 공개되는 동안에도 동네책방에서는 종이책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점은 그 최소한의 제휴일 수 있다. 오디오북이나 챗북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점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친다면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다양성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므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솔직히 답을 내기에는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 다만 혁신 산업으로서의 플랫폼 기업의 역할은 이윤 추구를 넘어서는 어떤 가치를 함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별적 기업의 욕망에 머무른다면 흔히 이야기하는 4차 산업 시대의 환경 속에서 네트워크 인프라의 달콤함만을 취한 괴물이 되지 않을까. 그러니 출판, 독서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며 경제적 확장성을 추구하는 한편에서 그 시장의 구성원들이 상생할 수 있는 확산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넷플릭스 효과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방식은 문화 산업 전반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한국의 출판문화산업은 이 게임 체인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해야 할 때이다.

 

 

 

 

1) 손미정, [세계의 기업가-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넷플릭스 시대 온다" 예언 10..엔터테인먼트 'A to Z' 바꾸다, <헤럴드경제>, 2019. 4. 5.

2) 김희경, [넷플릭스 진출 5] 7700억원 투자, 4500편 공급으로 한국 시장 공략, <한국경제>, 2021. 1. 11.

3)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서적 판매량이 전년 대비 7% 이상 신장했다고 한다. 김기중, 코로나 집콕 덕 도서 판매 쑥쑥.. 불황 탓 재테크 쏠림 한계, <서울신문>, 2020. 12. 13.

4) 이병국, 책이 지녀야 할 물음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문화톡톡>, 2020. 10. 19.

5) 제주행플특별취재팀·유영훈, 종이책 5만권이 내 손 안에.. 50대에 만난 '집콕' 생활 동반자, <조선일보>, 2020. 7. 13.

 

 

 

·이병국

시인, 문학평론가, 그 외 이런저런 알바. 시집 『이곳의 안녕』이 있음. 4회 내일의 한국작가상 수상. 동시대 한국인이 쓴 시와 소설 읽는 걸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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