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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협박
워싱턴의 협박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1.08.0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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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공화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대립시키는 미국 국가 부채 한도에 관한 논쟁에는 본질적인 면이 은폐돼 있다. 반대자들의 협박에 굴복한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예산에서 지출을 4분의 3까지 줄이는 노력을 보이고, 사회 예산을 삭감해 약 3조 달러를 충당하겠다’고 양보했다. 미국 우파는 이런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여전히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그들은 전액을 원했다.

지난해 12월,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으로 압력에 굴복하면서 부시 전 대통령이 단행한 불평등한 감세 조치를 2년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넉 달 뒤, 예전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간 지출 삭감’을 자축했다. 이후 그는 “목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내가 소속된 민주당에서 질책당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면서 공화당 의원들과 협상 라운드를 이어갔다. 결과는 백악관의 후퇴로 나타났다.

미국 우파는 세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모든 종류의 부채 삭감에 반대한다.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세제 특혜가 넘치고, 지난 50년 이래 총세수가 최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이런 전제조건은 엉뚱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지출만 문제 삼는 공화당은 인간을 굶주려 죽이길 원한다. 공화당 전략가들의 표현 중 하나를 써보면, “국가 규모를 욕조 안에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미국의 공공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먼저 지난 몇십 년 동안의 재정 규제 완화로 인한 경제위기, 그 다음으로는 2001년 시행된 감세 조치의 정기적 연장(2조 달러의 세수가 줄어들었다)을 이유로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쟁 비용(1조3천억 달러)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레이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을 탄생시킨 공화당은 여전히 그들이 ‘고용창출자들’이라고 부르는 최상위 부유층과 10년 사이 국방비를 67% 인상한 국방부 예산,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존하리라 주장한다.

지난 4월 5일,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은 향후 공화당의 장기 계획을 자세히 제시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4%에 해당하는 공공지출을 2050년에는 14.75%로 줄이고, 현행 35%를 웃도는 최대 과세율을 25%(1931년 이래 최저치)로 내리겠다고 한다. 특권층이 법규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덜 내는 과세 흠결(欠缺)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노인층과 빈곤층을 위한 건강보조금은 동결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계속 전투를 거부한다면, (복지 같은) 미국의 사회적 책무는 조만간 욕조 안의 주검 비슷하게 처할 위험이 있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화사>(2006),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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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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