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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일상에서 발견하는 세상의 흐름, 『문화, on&off 일상』
[신간서평] 일상에서 발견하는 세상의 흐름, 『문화, on&off 일상』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1.02.04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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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화된 세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온/오프라인 일상을 누린다. 누군가는 웹툰을 보고 누군가는 온라인 뮤지컬을 관람하며, 또 누군가는 우리나라에 자생하기 시작한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긴다. 사람들은 저마다 흩어져서 각개전투(?)를 벌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다. 문화의 흐름은 사회 전반을 관통해 신문과 책, 드라마와 영화, 공연과 음악 등 세부 장르로 뻗어간다. 때문에 대중문화의 어떤 장르를 소비하더라도, 대중들은 역동하는 세상의 변화를 함께하는 것이다.

『문화, on&off 일상』은 디지털 시대의 온/오프라인 환경에서 문화가 변화하는 양상을 바라보고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책이다. 총 14인의 평론가가 다양한 문화 장르를 아우르며 각자의 분석을 내놓았다.

 

 

가령, 우리는 로맨스 웹툰 속에서 N포 세대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사랑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울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이 ‘무거운’ 사랑에 대한 욕망은 ‘계약연애’ 웹툰을 통해 발현된다. 현실 앞에 힘없는 사랑과 달리, 웹툰 속 사랑은 ‘계약’과 ‘운명’이라는 무게에 묶여있다. 관계의 안정성 속에서 로맨스가 시작되고, 주인공은 파트너와 함께 개인적 성장을 이뤄가며 N포 세대의 자기개발 욕구까지 충족한다.

한편, 브이로그의 인기가 뜨겁다. 사람들이 유명인이 아닌 잘 전시된 일반인의 삶을 소비하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나 이 현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브이로그 이전에 ‘블로그’가 있었다. 개인이 일상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방법이 글자와 사진에서 영상으로 바뀐 것이다. 브이로그의 등장과 인기는 1인 미디어 시장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블로그가 쥐고 있던 ‘전시공간’으로서의 권력이 유튜브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일탈(일상탈출)’의 통로로 여겨졌던 공연문화는 코로나 시대를 타고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책의 제 1장에서 김희경 평론가는 “전염병은 공연예술만의 특성과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번 그랬다.”라고 말했다. 대면 공연의 대안으로 제시된 온라인 공연은 작품이 현장성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관객에게 도달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공연은 영상 기술에 힘입어 새롭게 발전했고, 그 문턱은 한층 낮아졌다. 책은 공연문화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제도, 보완을 촉구한다. 

책은 이처럼 문화와 일상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며,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문화의 흐름 속 현재의 위치를 가늠한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선 자리를 확인하고 변화의 흐름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서론에서 이병국 평론가는 필자를 대표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현재를 응시하고 변화의 지점을 재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도래할 미래의 가능성으로 세계를 이끄는 것이자 우리가 수행해야 할 문화적 성찰의 지점인지도 모른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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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