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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 ― 액자식 구성을 통한 현실/초현실의 경계와 오인/인지의 쾌락
[서곡숙의 문화톡톡]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 ― 액자식 구성을 통한 현실/초현실의 경계와 오인/인지의 쾌락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1.02.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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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변신과 육체/정신의 경계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초등학생 탐정 에도가와 코난의 이야기이다. 고교 탐정 쿠도 신이치는 검은 조직의 범죄사건 현장을 목격하고는 정체불명의 약을 강제로 먹고는 어린아이로 변하게 된다. 쿠도 신이치는 자신을 죽이려한 검은 조직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존경하는 탐정소설가 코난 도일의 이름을 빌어 코난이라는 이름의 초등학생으로 위장한다. 코난은 어린아이로 살면서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한편 여자친구 여고생 모리 란에 대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있다. 명탐정 코난은 어린이의 몸, 고교생의 마음, 성인보다 뛰어난 두뇌라는 기묘한 조합으로 육체와 정신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호기심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코난의 위장과 검은 조직의 대결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매 시리즈마다 코난의 살인사건 해결을 보여준다.

2021년 1월 27일에 개봉한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名探偵 コナン: 紅の修学旅行 鮮紅編, 恋紅編)은 살인 사건과 로맨스 이야기를 보여준다. 초등학생 코난은 해독제를 먹고는 일시적으로 원래의 자신인 고등학생 쿠도 신이치로 다시 변신하여 여자친구 모리 란과 함께 쿄토로 수학여행을 가게 된다. 고교생 탐정 신이치가 배우 쿠라치 케이코의 부탁으로 의문의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영화 제작 동료들의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천년 역사의 도시 쿄토, 의문의 살인사건, 요괴의 행적, 새로운 암호와 함께 쿠도 신이치와 모리 란의 로맨스가 펼쳐진다. 이 영화는 살인 사건, 로맨스 사건, 변신 사건이라는 세 가지 플롯이 동시에 진행된다.

 

살인 현장의 예고와 요괴의 흔적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의 전반부에서는 암호 의뢰와 연쇄 살인사건의 서막을 보여준다. 코난은 여배우 쿠라치 케이코의 암호 의뢰와 신작 영화 이야기를 듣는다. 케이코는 신이치에게 개봉예정작 <진홍의 아수라 텐구>의 스텝, 즉 각본가 니시키 타로, 배우 이하야 신야, 영화감독 마야마 미네토, 음악가 아가타 리키를 소개한다. 곧이어 신이치 일행은 니시키의 시체와 텐구 요괴의 등장으로 혼란을 느낀다. 이 영화는 다양한 암시로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킨다. 기요미즈 무대에서 원작자 데쿠리 미치오가 투신자살을 한 사건 그리고 케이코가 “기다려 줘, 데쿠리”라고 말하며 방패꽃을 날리는 장면은 안타까운 자살과 복수의 서막을 암시한다. 또 후시미 성에서 전사자들의 피로 얼룩진 마루를 천장으로 올린 ‘피의 천장’은 살인현장에서 요괴 텐구의 발자국이 찍힌 피의 천장을 예고한다. 개봉 예정 영화인 <진홍의 아수라 텐구>는 요괴 텐구, 팔손이 나뭇잎, 검은색 네모, 기요미즈 무대라는 공통점으로 영화와 살인의 연관성을 암시한다.

그리고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은 신이치/란의 로맨스와 신이치/코난의 변신을 다룬다. 로맨스 플롯에서는 영국에서의 쿠도 신이치의 고백, 쿄토에서의 모리 란의 대답, 재벌2세 친구 스즈키 소노코의 중매쟁이 역할 등이 달달하면서도 코믹하게 펼쳐진다. 특히 소노코가 신이치/란을 남편/사모님으로 칭하면서 계속 놀리는 장면에서 웃음을 창출한다.

또한 변신 플롯에서는 고교생 탐정 쿠도 신이치와 초등학생 탐정 에도가와 코난이 해독제로 계속 모습을 변신하면서 정체를 들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긴장감을 창출한다. 변신으로 인해 정체를 들킬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명탐정 코난>의 해결사인 고교 탐정 친구 핫토리 헤이지가 신이치의 대역을 맡아 위기를 모면한다. 검은 조직의 연구원 출신이면서 코난처럼 어린아이로 변한 하이바라 아이는 아포톡신 4869의 해독제를 코난에게 주면서 약효가 임시적이라는 사실과 덧붙여 네 가지 조건을 말한다. 첫째, 약 효과가 떨어지면 8시간 후에 약을 먹기. 둘째, 코난일 때 들키지 않게 대책을 세우기. 셋째, 쿠도 신이치일 때 눈에 띄는 행위는 하지 말기. 넷째, 닭살 행위는 하지 말 것. 이러한 조건으로 하이바라는 코난에 대한 우정과 사랑의 복합한 감정을 보여줌으로써 신이치/란/아이의 삼각관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원작자의 자살과 요괴 텐구의 복수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의 중반부에서는 과거 특촬영화, 아수라 텐구, 데쿠리의 죽음 그리고 현재 배우 이하야의 죽음, 2개의 혹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천장에 있는 텐구, 니시키 방 천장의 피는 텐구 요괴라는 초현실적 존재에 의한 살인으로 추정하게 만들면서 공포감을 자아낸다. 시체 이마의 혹 2개는 혹부리영감 이야기를 통해 죄와 처벌이라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이누야라이에 묻은 핏자국 등 대부분의 범죄가 10분 사이에 벌어져 요괴나 귀신의 소행이라고 추정하게 만듦으로써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영화 속 영화라는 액자 구성으로 과거의 졸업 작품이면서 현재의 영화인 <진홍의 아수라 텐구>에서 남편과 아내 중 한 명이 죽어야 하며 남편이 아내를 구하기 위해 기요미즈 무대에서 뛰어내린다. 이러한 설정이 현재 기요미즈 무대에서 자살한 데쿠리와 이를 슬퍼하는 케이코의 사연과 연관되면서 데쿠리의 죽음으로 인한 케이코의 복수에 의한 살인으로 추정하게 만든다. 영화 원작자 데쿠리는 자신의 이름이 영화의 엔딩 타이틀에서 빠진 것에 비관하여 기요미즈 무대에서 뛰어내려 투신자살한다. 그래서 영화 동료들과 관객은 <진홍의 아수라 텐구>의 텐구처럼 다시 나타나 복수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은 과거/현재, 영화/현실이 서로 교차하면서 사랑/죽음의 복합적 의미를 담아낸다. <진홍의 아수라 텐구>에서 죽음을 불사한 사랑을 보여준 노스케/미나, 원한의 죽음과 슬픔을 보여준 영화의 원작자/여배우인 데쿠리/케이코,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고교생 커플 신이치/란은 기요미즈 무대를 중심으로 죽음과 사랑의 복합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또한 신이치의 사건 추리는 란/오키타의 관계에 대한 질투, 떨어진 약효로 인한 변신 등으로 계속 지연되면서 긴장감, 불안감을 야기시킨다. 신이치는 아가타 방의 거대한 텐구, 넘어진 의자, 불탄 카펫, 침대 중앙의 추가된 베개, 천장에 묻은 풀, 담배에 물든 자국 등을 통해서 추리에 몰두하지만, 스즈키가 ‘마누라 바람피우는 사진’이라며 란/오키타의 사진을 보내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신이치가 범인을 알아내는 순간에 갑자기 약효가 떨어져 사건 해결의 순간이 지연된다. 이 상황에서 사건에 대한 신이치의 인지, 다른 인물들과 관객의 오인이 대비된다.

 

텐구 요괴의 정체와 검은 조직의 그림자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의 후반부에서는 범인 정체와 범행 동기가 밝혀진다. 범인은 특수효과를 이용해 데쿠리로 위장하여 ‘너희한테 배신당하고 여기(기요미즈 무대)에서 몸을 던졌으며 복수하기 위해 저 세상에서 왔다’라며 복수를 거행한다. 신이치는 정전기 메모지, 플래시 페이퍼, 이누야라이, 지향성 스피커 등의 증거를 통해 범인의 정체를 밝혀낸다. 이때 케이코의 방패꽃, 텐구 요괴의 정체 등으로 관객이 범인을 추리하는 데 혼선을 일으키며 정보의 오인과 지연을 통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은 신이치와 란의 로맨스로 살인사건의 무거움을 가볍게 만든다. 신이치가 런던에서의 고백에 대해서 대답을 달라고 하자, 란은 신이치의 뺨에 키스를 한다. 신이치가 란의 입술에 점점 다가가는 순간 코난으로 변할 때의 통증을 느껴 급하게 도망친다. 이렇듯 두 사람의 로맨스가 계속 지연됨으로써 관객의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여고생 탐정 세라 마스이가 신이치의 변신과 정체에 대해 추적을 하게 되고, 나중에 어린아이로 변한 세라 어머니의 등장으로 세라의 가족도 검은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다음 시리즈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자살/살인의 공간과 사랑/고백의 공간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은 살인 사건, 로맨스, 변신 플롯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기요미즈 무대는 자살/살인 사건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랑/고백의 공간이 된다. 세 가지 플롯에서 관객은 무지→오인→인지의 순서로 나아가면서 다양한 정보의 양태를 경험하게 된다. 전반부에 관객은 탐정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지만, 중반부에는 범인의 트릭으로 탐정은 범인을 알아내지만 관객은 오인의 상태가 되고, 마지막에는 사건 해결로 관객은 오인에서 인지로 나아가며 정보 욕구가 충족된다.

이 영화는 액자식 구성을 보여준다. <명탐정 코난: 진홍의 수학여행> 속에 영화 <진홍의 아수라 텐구>가 나온다. 두 작품의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관객은 사건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상호텍스트성으로 접근하게 되고 그 결과 오인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대요괴 텐구의 이야기로 현실과 초현실의 세계를 오고가며, 범인의 초현실적 트릭을 탐정의 현실적 추리로 풀어낸다. 이 애니메이션은 공적 영역에서의 살인사건과 사적 영역에서의 로맨스, 변신이 교차되면서 다양한 서사적 쾌락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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