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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의 문화톡톡] 시의적절 하게 찾아온 미래의 포식자-영화 <퍼펙트 케어>
[김희경의 문화톡톡] 시의적절 하게 찾아온 미래의 포식자-영화 <퍼펙트 케어>
  • 김희경(문화평론가)
  • 승인 2021.03.0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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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미래는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다. 언젠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과 사건만큼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들을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약간의 막연함과 거리감이 남는다. 영화 속 미래와 우리의 현실은 쉽게 밀착되지 않고, 그 간극은 잘 해소되지 않는다.

하지만 J 블레이크슨 감독의 영화 <퍼펙트 케어>는 미래의 이야기를 현재의 관객 개개인의 이야기와 질문으로 환원 시킨다. 현재와 미래의 상황을 정교하게 겹쳐놓고 다양한 사건들로 관통한다. 이를 통해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양’들이 곧 나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경각심을 갖게 한다.

 

영화는 사자와 양, 포식자와 먹잇감의 관계를 말하는 말라(로저먼드 파이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말라는 겉으로는 은퇴자들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을 가둬두고 재산을 착취하는 케어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다. 말러와 같은 인물과 업체의 등장은 고령화 시대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면서도,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다. 그러나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고, 지금이 아니라 하더라도 곧 눈앞에 닥칠 것만 같다. 영화는 그렇게 ‘시의적절함’과 ‘기발함’이란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양이자 먹잇감이었던 말라는 교묘한 수법으로 부유한 사자이자 포식자가 되었다. 영화는 오프닝에서 그런 말러의 내레이션과 함께 말러로 인해 피해를 보는 양과 같은 사람이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양과 같은 인물은 물리적 저항도 해보고, 법정에도 호소해 보지만 무력하기만 하다.

 

영화의 본격적인 전개는 사자와 양이 아닌, 사자와 사자의 싸움으로 이뤄진다. 말라가 시설에 가둬둔 돈 많은 제니퍼(다이앤 위스트)란 인물의 숨겨진 아들 로만(피터 딘클리지)과의 대결이다. 로만은 거대 조직의 마피아다.

다른 사자의 소중한 존재와 물건을 잘못 건드린 사자. 이로 인한 위기는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이를 통해 카메라는 양과 사자는 싸움조차 하기 힘들만큼 힘의 불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사자와 사자만이 서로의 것을 빼앗고 겨눌 수 있는 사회를 비춘다.

로만은 말라를 압도할 만한 강력한 힘을 가졌다. 그러나 영화에서 말라는 로만에게 밀리는 듯 밀리지 않는다. 기지를 발휘해 엎치락뒤치락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패배의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며 어렵게 가진 것을 결코 빼앗기지 않으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로저먼드 파이크는 그 거대한 욕망을 가진 말러를 담대하면서도 냉철한 인물로 연기해 낸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감정 이입의 대상과 그 정도가 계속적으로 변한다. 영화 초반에 말라가 만들어낸 케어 업체의 실체를 마주하며 거리감을 갖게 되지만, 로만과의 대결이 펼쳐지며 말라에게 동화된다. 하지만 결말에선 그런 말라로부터 또 한번 훌쩍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종국엔 관객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 질문은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사진들과 연결된다. 말라는 자신이 가둬둔 수많은 노인들의 사진을 자주 바라본다. 그 사진들은 점점 늘어나 어느새 벽 한 면을 가득 채운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는 말라의 사진 속 인물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 누구도 고개를 저을 수 없을 것 같다. 영화가 울리는 경종에 가슴이 서늘해 진다.

 

 

글·김희경(문화평론가)
*사진: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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