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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판형에 더욱 알차게 꾸며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 리뷰
새로운 판형에 더욱 알차게 꾸며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 리뷰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1.04.05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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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이번 4월호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잡지 판형으로 출간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르몽드’라는 자부심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돌아온 미국? 여전한 트럼프의 망령

조 바이든은 말했다. “미국이 돌아왔다.” 마치 지난 4년 동안 미국이 어딘가로 사라졌던 것처럼,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토양으로 이제야 돌아왔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지난 4년을 싹둑 잘라 없던 일로 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분쟁의 씨앗을 심어 놨다.

 

<아메리칸 특공대>, 2014 - 다비드 플렁케르

 

이브라힘 워드 터프츠 대학 교수는 ‘악의 트라이앵글, 미국·이란·사우디’ 기사에서 바이든 정부의 중동정책을 분석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탈퇴해버린 ‘이란 핵 합의’에 복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란의 입장이 달라졌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파기될 수도 있는 협정을 왜 체결해야하느냐’는 의문이 고개를 든 것이다.

 

<오렌지빛 프레임 – 푸른 타원>, 1988 – 로베르 망골

 

언론도 갈 길이 멀다. 지난 몇 년은 가히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판치는 암흑기였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발행인 세르주 알리미는 ‘트럼프와 미디어는 어떻게 공적 생활을 유린했는가’ 기사에서 언론이 백악관의 가짜뉴스에 매달렸던 시기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금까지는 모든 시사 문제가 트럼프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귀결됐고, 언론사들은 그런 트럼프에 사사건건 저항함으로써 독자의 호응과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트럼프에게 언론사들을 상대로 ‘플레이’를 벌이고 지지자를 결집시킬 기회를 주었다. 일련의 시간이 지난 지금, 미국인들의 신념과 증오는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졌다.

트럼프와 그토록 날을 세웠던 바이든 자신마저 전 대통령의 망령을 기꺼이 뒤집어 쓴 모양새다.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은 ‘네오콘 데자뷔 속의 평행이론’ 글을 통해 바이든의 대중 정책을 꼬집었다. 미국이 국내 인종문제를 도외시한 채, “홍콩, 대만, 신장, 티베트,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반(反) 인권’ 정책에 역점을 두는 것은 부시 2세 시절 네오콘 세력의 인권 제국주의를 연상케 하며, 더욱이 바이든 외교팀은 우리에게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투쟁

‘흑인들의 목숨은 소중하다’ 운동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투쟁이었다. 같은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파푸아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미국에서 부는 인권운동 바람과 꼭 닮았다.

 

<사 트라 페르나 민타 메라 푸티>, 2020 - 안디 바타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 ‘인권’ 파트에 실린 ‘파푸아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파푸아 인종차별 규탄 시위에 가담한 7인에 징역형이 내려졌다. 필자 필리프 셀레리에에 따르면 파푸아인들의 영토가 인도네시아에 편입되면서, 원주민은 졸지에 소수민족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는 ‘인도네시아화’ 정책의 일환으로 파푸아인들은 자신들의 고향에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빼앗기고 있다.  누군가는 고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누군가는 기를 쓰고 고향을 떠난다. 제국주의 시대 전 지구를 상대로 ‘땅따먹기’ 게임을 벌인 대가로, 서구권 국가들은 제3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삼키다 체한 것일까? 혹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군림의 기억이 흐려진 것일까? 

 

<사 트라 페르나 민타 메라 푸티>, 2020 - 안디 바타라

 

‘목숨을 걸고 서방 이민을 택하는 이유’의 필자 앙투안 페쿠 교수는 몇몇 서구권 국가들이 제3세계를 상대로 ‘반 이민’ 캠페인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널리 알려 이민자를 줄이겠다는 속셈이다. 알고리즘 기술과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그 방식도 기발하다. 그러나 도착할 국가가 얼마나 위험하든, 난민들은 어쨌든 길을 떠날 것이다.

 


문화로 엿보는 세상

 

 

코로나 팬데믹으로 방구석에 붙잡힌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취미는 뻔하다. 많은 이들이 유튜브나 TV, OTT 서비스가 제공하는 각종 문화 콘텐츠에 빠져든다. 코로나는 영화 시장의 판도가 뒤바뀌는 현상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제 정부도 발맞출 차례다. 에블린 피에에 기자는 ‘홀드백 효과, 넷플릭스 전성기의 절정’에서 넷플릭스의 전성기를 이끄는 프랑스의 새로운 제도를 소개했다.

 


이러한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된다면 영화관은 특히 영화 매니아들만이 방문하는 특별한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4월이 가기 전에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영화 <당신의 사월> 상영관을 찾아가는 것이 어떨까. 이승민 문화평론가는 ‘이제는 나의 기억을 함께 나누고 싶다’ 글을 통해 영화 <당신의 사월> 리뷰를 담았다. 영화는 일상 속에서 세월호 사건을 함께 겪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그날의 ‘나의 경험’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사고에서 비켜간 외부자가 아니라, 사건의 목격자이자 당사자임을 일깨운다.

 

이밖에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는 ‘미디어’면에서 ‘<빌트>지의 괴상한 보도, 피라냐 신드롬’과 ‘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들’ 글을 실어 흥미로운 음모론과 가짜뉴스 에피소드를 다루었다. 이번 호에선 ‘잠’을 둘러싼 흥미로운 가설도 소개했다. ‘사회’면의 ‘근대 유럽인들이 자정에 깨어난 이유’ 글을 살펴보면,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자정 즈음 잠에서 깨어나 꿈과 현실 사이의 몽롱한 시간을 즐겼다고 한다.

4월의 마지막장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쁘띠 영화제> 수상자 인터뷰가 장식했다. 50초의 영상에 담긴 심오하고도 유쾌한 영화적 장치들을 제작자가 직접 밝힌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도전에 응원과 애독을 부탁드린다.  

 

목차

‘시스템 리스크’ 만세! L 세르주 알리미
‘네오콘 데자뷔’ 속의 평행이론 L 성일권


■ ARTICLE-COUVERTURE
악의 트라이앵글, 미국·이란·사우디 | 이브라힘 워드


■ FOCUS 초점
일본 고위 공무원들의 번아웃 증후군 | 야기시타 유타
권력이 통제한 마윈의 과대망상 | 조르당 푸이유
목숨을 걸고 서방 이민을 택하는 이유 | 앙투안 페쿠 & 쥘리아 반 데셀


■ DROITS DE L’HOMME 인권
파푸아인들의 목숨도 중요하다 | 필리프 파토 셀레리에


■ MONDIAL 지구촌
주택 분양사기에 기만당한 러시아 국민들 | 에스텔 르브레스
이슬람·좌파성향의 대학을 폐지하는 근거는? | 도미니크 팽솔
이집트 민중 혁명의 빛이 바랜 타흐리르 광장 | 마르탱 루
카메룬에서 영향력 잃고 속 타는 프랑스 기업 | 파니 피조
카빌인은 아랍인이 아니다 | 아레즈키 메트레프
남캅카스 분쟁의 근원은 종교·민족의 다양성 | 에티엔 페라
사공많은 사헬지역 | 필리프 레마리


■ MéDIA 미디어
트럼프와 미디어는 어떻게 공적 생활을 유린했는가 | 세르주 알리미 & 피에르 랭베르
독 묻은 펜 | 피에르 카를르 & 피에르 랭베르
〈빌트〉지의 괴상한 보도, 피라냐 신드롬 | 귄터 발라프
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들 | 질 발바스트르


■ SOCIéTé 사회
가난한 이들이 치과진료를 받는다는 것 | 올리비에 시란
근대 유럽인들이 자정에 깨어난 이유 | 로저 에커치


■ 기획연재
만화로 읽는 르몽드 현대사(11) - 베르나르 아르노의 마지막 나날 | 그레고리 제리 & 프랑수아 뤼팽


■ CORéE 한반도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의미하는 것 | 성일권
‘공정금융’으로서의 기본대출 | 이한주


■ CULTURE 문화
‘홀드백’ 효과, 넷플릭스 전성기의 절정 | 에블린 피에예
이제는 나의 기억을 함께 나누고 싶다 | 이승민
그 많던 미대생은 어디로 갔을까 | 김지연
일본계 미국인, 내부의 적 | 마리나 다 실바
4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도서
코로나 블루에 미소와 웃음을 뿌린 〈쁘띠영화제〉 | 김유라

 

 

글⦁김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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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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