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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의 문화톡톡] 드라마 <괴물>(JTBC) : 괴물이 되지 않고, 괴물을 잡는 고단한 길
[문선영의 문화톡톡] 드라마 <괴물>(JTBC) : 괴물이 되지 않고, 괴물을 잡는 고단한 길
  • 문선영(문화평론가)
  • 승인 2021.04.12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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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생이 사라진 지 20여 년이 지났다. 그녀의 흔적은 잘린 손가락 10마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가족들은 죽음조차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누가 동생을 잔인하게 죽인 것일까? JTBC 드라마 <괴물>은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기를 자처한 이동식(신하균)과 이동식이 쫓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끔찍한 사실을 마주한 한주원(여진구)이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다. <괴물>은 살인사건에 연루된 범인들의 실체와 그들이 은폐한 사실을 밝히는 데 집중하는 추리 드라마이다. 드라마 <괴물>은 사건 추적자인 경찰이 피해자의 가족이며, 과거 용의자이기도 했다는 점, 살인사건에 다양한 방식으로 얽힌 범인들이 각각의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점 등 몇 가지 추리 서사의 관습들을 활용하여 마지막 회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촘촘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또한 무섭고도 슬픈 감정을 섬세하게 표출한 배우의 연기, 무겁고 어두운 영상과 서글픈 목소리의 배경 음악 등이 드라마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어, 몰입도를 높여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나타나다, 낚다, 놓다

드라마 <괴물>은 각 회차마다 부제가 있다. 예를 들어 ‘나타나다(1화), 사라지다(2화), 웃다(3화), 울다(4화), 속다(5화), 속이다(6화)’ 등이다. 각 부제는 사건과 관련하여 추적자의 범인 찾기의 진행 방향이나 주요 과정을 요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드라마 1화는 부제 ‘나타나다’에서 암시해주듯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의 시작을 다룬다. 드라마 <괴물>은 만양 파출소로 전입한 경사 한주원이 만양 파출소 경위 이동식과 치매 노인을 찾기 위해 갈대밭을 헤매다가 불법 체류자 이금화(차청화)의 사체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제 연쇄살인 사건의 동일수법과 흔적이 발견된 이금화의 사체 발견은 동생 이유연(문주연)의 실종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이동식과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끼 수사를 감행한 한주원이 연결되는 첫 번째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동식에게 연쇄살인 사건은 잊힐 수 없는 기억이며, 포기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그에게 과거 동생의 끔찍한 사건은 가족의 실종 사실을 감당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유력한 용의자로 수배되어, 범인으로 낙인찍혀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고, 아버지의 죽음, 정신을 놓아버린 어머니를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비극적인 가족사를 겪으며 이동식은 범인을 잡기 위한 무섭고도 외로운 싸움을 지속했다. 동식은 경찰이 되어, 또 다른 사건에서 동료 경찰을 허무하게 잃게 되면서 법이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범인을 검거하는 일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게 된다.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내버려 둘 수 없기에, 법적 경계를 오고 가는 괴물이 되기로 한 것이다. 그에 비해 연쇄살인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서울본청에서 문주시 만양 파출소로 지원한 한주원은 차기 경찰청장이 될 든든한 배경인 아버지를 둔, 경찰대 수석 졸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금수저이자 모범적인 인물이다.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수사는 법적 체제 안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그에게 범인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서 불법적인 행동도 감행하는 이동식은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존재이다. 하지만 결벽적으로 법적 질서를 준수하고자 하는 한주원은 범인을 잡기 위해 법적 체제를 벗어난 이동식과 함께 진실을 밝힌다는, 동일한 목적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출처:JTBC '괴물' SNS 페이지
출처:JTBC '괴물' SNS 페이지

연쇄 살인범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은 드라마의 중간 지점에 이르러서이다. 예측하지 못한 첫 번째 반전인 범인의 실체가 밝혀진 순간, 범인을 잡기 위한 방법은 6화의 부제 ‘낚다’에서 예측 할 수 있다. 이동식은 만양슈퍼 강진묵(이규회)이 자신의 딸 강민정(강민아)을 죽인 범인이면서, 연쇄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신고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대한민국에서 사체 없는 살인 기소는 불가능”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동식은 “헌법 제13조 1항 이중처벌 금지 원칙, 무죄가 확정되면 확실한 근거가 나와도 다시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동식은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무리한 방법일지라도 범인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그를 낚는 방법을 선택한다. 연쇄 살인범 강진묵을 잡는 것은 동식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를 잃은 만양 정육점 재희의 일이기도, 죽은 딸을 찾아 갈대밭을 헤매는 치매 노인의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주원은 미친 듯이 범인만을 쫓기 위해, 나쁜 선택을 자신의 몫으로 여기는 이동식의 행동에 대해, 수사 혼동을 위한 수법이라거나, 범인을 숨겨주기 위한 트릭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결국 한주원은 범인을 잡고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증거,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를 만들어야 함을 인정하게 된다. 그는 이동식과 연결된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누군가를 미끼로 희생해서 사건을 해결하려 했던 자신의 행동이 사건 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은근히 든든한 아버지의 힘에 기대는 정당하지 못함이 반영되어 있었음을 발견한다. 한주원의 무리한 수사방식에 비해, 이동식이 선택한 불법적 방법은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미끼가 된다는 점에서 정당했다.

드라마 <괴물>은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강진묵의 이야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강진묵 이외에 이동식의 동생 이유연의 죽음과 관련된 또 다른 범인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실체는 강진묵보다 더 괴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이다. 사건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 이동식과 한주원은 이제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들에게는 묘한 동정, 연대의 힘이 흐르게 된다. 드라마 <괴물>에서 사건 해결과 관련된 마지막 과정은 범죄를 추적하는 자가 놓아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의 마지막으로 향해 가는 15화의 부제는 “놓다”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이유연 죽음과 연결되어 있고, 과거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주원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자신이 쥐고 있던 것들을 놓아야 한다. 그는 자신이 고수해오던 법적 질서 안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냉정하고 이성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진실을 밝히고,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합당한 죄를 부여한 것, 이를 위해 한주원은 아버지를 향한 실망과 증오를,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피해자 가족 이동식을 향한 죄책감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잠시 놓아야 한다. 동생 이유연 죽음과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동식도 마찬가지 놓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는 자신이 떠안으려 했던 고통을, 자신의 희생이 아닌 누군가와 나누고 함께 풀어가야 함을 온전히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출처:JTBC '괴물' SNS 페이지
출처:JTBC '괴물' SNS 페이지

숨겨진 괴물, 드러난 괴물

드라마 <괴물>은 다양한 양상의 괴물성을 가진 인간들이 등장한다. 연쇄 살인범 만양슈퍼 사장 강진묵은 약한 여자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고, 그녀들을 정죄한다는 명목하에 잔인하게 살인한다. 그의 괴물성은 어리숙하고 나약해 보이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방어하기 위해 잔인한 폭력성으로 표출된다. 강진묵은 자신을 직/간접적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을 살인하고,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형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약함을 잔인함을 드러내는 원동력으로 삼기도 하고, 범죄자의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면으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어리숙한 말투와 행동은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그에게서 범죄자의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가면이 되기도 한 것이다. 강진묵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척 하는 착한 이미지를 뒤집어쓴 채 잔인한 괴물의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사실 사이코패스 강진묵의 범죄는 계획적이고 치밀한 것은 아니다. 그의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고, 피해자 주변 인물, 또는 피해자 가족이라는 동정심에 묻혀 있었다. 강진묵은 최근 추리, 스릴러 장르에서 예상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캐릭터일 수 있다.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부분은 강진묵이라는 괴물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것을 시작으로 그보다 더한, 괴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유연의 죽음은 첫 번째 범인으로 검거된 강진묵이 가장 단순한 범죄 행위로 보일 만큼 여러 사람들의 잔혹함이 얽혀 있어 복잡하다. 이유연의 죽음에는 1차 가해자 사이코패스 강진묵, 강진묵에게 도망쳐 나와 달리던 그녀를 음주운전으로 직접적인 사망에 이르게 한 한기환(최진호)경찰청 차장, 차에 치여 쓰러진 이유연을 음주운전으로 발견하지 못하고 마지막 사고를 낸 아들 박정재의 사고를 은폐한 엄마 도해원(길해연) 의원, 이 모든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이용하는 이창진(허성태) 등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악한 인물들이 관계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쉽게 이용하는, 추악하고 무서운 괴물들이다. 강진묵에게 약함이 자신의 괴물성을 감추는 무기였다면, 한기환, 도해원, 이창진은 경찰서장, 시의원, 건설사 대표 등 권력이라는 강함을 갖추고 있는 다른 종류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드라마 <괴물>에서 누가 더 진짜 괴물에 가까운지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악함을 표출하는 것뿐이다. 다만 강진묵이 착하고 순진한 이미지로 자신의 괴물성을 숨겼다 하더라도, 약함이 내재 된 그는, 결국 덫에 쉽게 걸리고 자멸에 이르면 되는 것에 비해 사회적 권력이라는 강함을 무장한 인물들은 실체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찾아야 할 진실

<괴물>은 어느 날 갑자기 흔적 없이 사라진 실종자, 이와 관련된 실체 없는 증거들에 대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체 없이 실종되어 버린 이유연 사건은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 만큼 복잡한 서사들이 얽혀 있다. 드라마는 어쩌면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얽히게 된 인간의 괴물성을 낱낱이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그러므로 서로 달랐던 이동식, 한주원이라는 두 사람이 은폐되었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길고 고단했다. 그들은 각자의 과거 기억에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조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과 싸워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두 사람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족에 대한 복수를 위해 괴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한주원의 마지막 대사처럼 “누군가는 실종자를 꼭 찾아야 한다” 실종된 진실, 은폐된 진실을 찾는 과정이 고단할지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한다.

 

 

글·문선영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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