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8월호 구매하기
버스 탈 권리를 위해 감옥에 가다, '대한민국에는 장애인이 없나요?'
버스 탈 권리를 위해 감옥에 가다, '대한민국에는 장애인이 없나요?'
  • 박서윤
  • 승인 2021.04.12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4월 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위원회의 운동가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장애인 권리 11대 요구안 수용을 촉구하기 위해 시청 앞 정거장에서 708번 버스를 점거했다. 별다른 저항 없이 휠체어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운동가를 향해 경찰은 해당 시위가 감염병 확산 위험을 증가하고 공공의 안내 질서를 해치는 불법 시위임을 확성기로 반복해서 알렸다. 20명가량의 운동가는 3대의 경찰버스와 50명가량의 경찰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보이지 않았다. 마땅한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을 강조해도 장애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앉아있는 장애인을 경찰이 제멋대로 움직이려 하자 운동가 한 분이 그 앞을 가로막았고, 현장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저걸 들어서 옮겨야지"라며 혀를 찼다. 옆의 행인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는 "장애인들이 말 안 들어준다고 버스를 멈췄잖아. 사람들 늦으면 어쩌려고 저런담"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은 ‘20년을 기다렸다. 저상버스1 도입 의무화하라’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있었다.

장애인 활동가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 박서윤
장애인 활동가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 박서윤

 

장애인이 거부하는 장애인의 날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에 시작한 해당 기념일의 공식행사에는 장애인 인권 헌장 낭독과 장애인복지 유공자에 대한 표창 수여 그리고 ‘올해의 장애인’ 시상을 한다. 학교에서는 ‘눈 가리고 걷기’ 등을 포함한 장애 체험활동과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 시청 활동 등을 진행한다.2

 

현실 속 장애인은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하고 전염병에 누구보다 빠르게 희생된다. 2020년 12월 기준,3 코로나 19 사망자의 10명 중 2명은 장애인이었다. 코로나 유행 초기, 비좁은 시설에서 아무런 방역 조치 없이 장애인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지만, 관련 대책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현실을 살아내는 장애인은 종로경찰서 어느 경정의 말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장애인 축제의 날’을4 거부한다. 그들은 대신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외친다. 보여주기식 ‘축제’가 아닌 매 순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장애인을 향한 차별을 철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이들은 일상 속 차별을 넘어 기본권 침해를 겪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하지만, 장애인의 참정권 침해는 매 선거 반복된다. 투표소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없는 경우,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확대경이 없는 경우,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지원이 없는 경우 등 사례는 다양하다. 지난 21대 총선에는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인 동행이 금지되어 많은 발달장애인의 투표는 사표가 되었고 지상파 삼사 모두 수어 통역 없이 개표방송을 진행했다.5

 

버스 탈 권리를 위해 감옥에 가다

 

장애인의 이동권 역시 쉽게 묵살된다. 서울의 시내버스 중 51.2%, 전국 시내버스의 71.5%는 계단버스다.6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은 버스를 탈 수 없다. 심지어 고속버스는 전부 계단버스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엇! 버스 왔다. 헛! 저상버스 아니네’라는 피켓을 들고 이동하는 활동가 / 박서윤
‘엇! 버스 왔다. 헛! 저상버스 아니네’라는 피켓을 들고 이동하는 활동가 / 박서윤

 

하지만, 버스를 탈 권리를 외친 장애인은 감옥에 가야 했다. 지난달 20일,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 활동가 4명은 노역 투쟁에 나섰다. 노역 투쟁은 불법 시위로 받은 벌금형을 노역으로 대체하며 저항하는 방식이다. 이들에게 부여된 벌금은 5년간 총 4400만 원이었다. 활동가들은 ‘장애인의 버스 이동권’과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예산 보장’ 등을 주장하다 일반교통방해, 공무 집행 방해 등의 죄목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노역 투쟁은 시민들의 모금 운동으로 며칠 후 마무리되었지만, 이들의 이동권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교통약자법) 제3조는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7 하지만 장애인의 이동수단인 장애인콜택시와 저상버스 그리고 지하철 모두 이들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한다. 장애인콜택시는 의무도입률이 지켜지지 않아 평균 대기 시간이 1시간가량 걸리고 관할 구마다 운영방침이 달라 시,군,구 경계를 넘을 때마다 내려야 한다. 서울의 지하철역 중 20여 곳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장애인의 승강장 진입이 불가능하다. 보호장치 미비와 끊이지 않는 추락사고로 ‘살인 리프트’로 불리는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여전히 159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동권 보장을 위해 100% 저상버스를 외친 시청 앞의 장애인 역시 경찰의 경고에 따라 형을 받을 것이다. 사법부는 중증장애인에게 선처의 의미로 벌금형을 내린다고 하겠지만, 노동권조차 확보되지 않아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장애인 운동가들은 또다시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노역 투쟁을 벌인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한겨레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싸워서 세상이 바뀌었다. 장애등급제도 폐지했고,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도 늘리고, 저상버스를 도입했다. 우리의 투쟁이 없었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8

한 활동가가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바꾼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수십 명의 경찰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 박서윤
한 활동가가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바꾼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수십 명의 경찰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 박서윤

 

이동할 권리를 외친 이들의 요구가 정부에 닿아 올해 명절에는 휠체어 장애인이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독일은 모든 지자체의 대중교통 (시내, 시외버스, 트랩, 기차)의 완전한 배리어프리를9 구현할 것을 의무하는 법을 2013년에 실행했다. 영국 역시 저상버스의 장애인 접근성이 98%이며, 리프트 장착이 의무화되어있다.10 비장애인의 편리함을 당연시하고 사회적 효율만을 고집하지 않으면 모든 국민이 평등해질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20년간 지켜지지 않는 약속 이행이 또다시 해를 넘기지 않도록, 장애인 권리 11대 정책요구안의 진지한 검토를 촉구한다.

 

**매년 4월 한달간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 활동을 이어온 정차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위원회의)은 올해 치뤄진 서울시 보궐선거에 맞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장애인 권리 11대 정책요구안을 전달했다. 이들의 요구는 ▲재난시대 장애인지원정책 마련 ▲장애인 탈시설권리 정책 강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요구 ▲장애인 이동권 자유권으로 보장 ▲장애인 자립생활 권리 ▲장애인 평생교육 권리 보장 ▲의사소통·보조기기 권리보장 및 배리어프리 ▲장애인 문화예술권리보장 ▲발달장애인권리보장 ▲장애여성 인권 ▲장애인 건강권 보장 등이다.

 

 

박서윤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1. 저상버스(低床버스, 영어: low-floor bus)는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버스다. (출처: 국토교통부)
  2. 한국 장애인 개발원: 장애인의 날
    https://www.koddi.or.kr/service/imprv_aware_day.jsp
  3. 코로나19 사망자 10명 중 2명은 장애인…일반인比 사망률 6.5배 높아
    https://m.healthcaren.com/news/news_article_yong.jsp?mn_idx=404079
  4. '장애인의 날이 생일이라고?'...경찰 발언
    https://www.huffingtonpost.kr/2015/04/20/story_n_7098290.html
  5.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계속된 장애인 차별
    http://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14645
  6. 장애인 이동권 “공급 확대 없는데 보장은 언제쯤”
    https://www.welfare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4747
  7.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 약칭: 교통약자법 )
    https://www.law.go.kr/%EB%B2%95%EB%A0%B9/%EA%B5%90%ED%86%B5%EC%95%BD%EC%9E%90%EC%9D%98%EC%9D%B4%EB%8F%99%ED%8E%B8%EC%9D%98%EC%A6%9D%EC%A7%84%EB%B2%95
  8. 벌금 4440만원, 세번째 감옥…‘노역 투쟁’ 엄마 딸의 편지
    https://www.hani.co.kr/arti/society/handicapped/987469.html
  9.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출처: 두산 백과)
  10. [함께 사는 세상, 배리어 프리] (7) 해외 사례 (끝)
    http://www.senior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27813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

박서윤
박서윤 carmine.draco@gmail.com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