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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의 문화톡톡] 로맨스 드라마의 관습을 경유하는 비혼
[문선영의 문화톡톡] 로맨스 드라마의 관습을 경유하는 비혼
  • 문선영(문화평론가)
  • 승인 2021.07.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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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이라는 트렌드를 입은 로맨스 드라마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은 인생의 필수코스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가족 형태의 정착은 ‘평범함’. ‘일반적’이라는 의미와 결합하여 정상적 가족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 왔다. 결혼을 통한 정상 가족이라는 틀은 TV드라마를 통해 고정적 이미지로 구축되곤 했다. 수많은 로맨스 또는 가족드라마에서 결혼은 사랑을 이루기 위한 행복한 결말로 작동되었던 것이다. TV드라마에서 결혼은 남녀의 결합 또는 사랑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재현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모든 TV드라마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1960년대 이후 이어져 온 가족드라마의 흐름을 살펴봤을 때, 한국 방송에서 결혼을 전제한 가족 형태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60년대 고정화된 가정 모델을 그린 가족 드라마에서, 2021년 가족은 별거, 이혼, 재혼 등으로 해체될 위기에 놓인 가족의 다양한 갈등을 재현하기도 하지만, 결국 전통적 가족 형태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비록 제한된 방식 안에서 다루어졌지만 TV드라마에 나타난 결혼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점을 반영하듯 최근 TV 로맨스 드라마의 관심사가 결혼에서 비혼으로 확장되고, 비혼 동거, 비혼 출산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취업난, 치솟는 부동산 가격 등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 요인들로 인해 N포 세대 청년층이 포기해야 할 하나에 속했던 결혼은 좀 더 다양한 생각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 생활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된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혼인 관계로 이뤄진, ‘정상 가족’을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가족상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것이다. 난임 이성 커플에게만 체외수정을 허용한 상태였던 프랑스가 영국, 벨기에, 스페인 등에서 허용하는 비혼 여성, 동성 커플의 체외수정을 통한 출산을 허용하는 생명윤리법안 통과시켰다는 점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비단 서구사회의 변화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은 한국에서도 대중매체를 통해 비혼주의, 비혼 출산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하나의 일상적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방송인 사유리의 비혼 출산에 대한 청년들의 긍정적 반응과 지지는 변화의 분위기를 실감하게 하는 사례일 것이다.

결혼을 통한 사랑의 완성이라는 전통적 로맨스 관습이 주도적이었던 TV드라마에서도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는 몇몇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비혼’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대중문화의 최신 감각으로 흡수하여 중심 이야기로 다루는 로맨스 드라마들이 등장했다. 사실 낭만적 사랑을 추구하는 로맨스 드라마에서 ‘비혼’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염려했던 점이 드러나듯, ‘비혼’을 중심 서사로 다루었던 TV로맨스 드라마는 정상 가족을 재현한 기존 드라마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에 아쉬웠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혼’ 주제 TV로맨스 드라마를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비혼’에 주목한 TV로맨스 드라마에서 ‘비혼’은 단지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전략에 그쳤다 할지라도 최근 로맨스 드라마에서 재현된 ‘비혼’에 현실을 엿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비껴가는 로맨스 드라마 전략

<그놈이 그놈이다>(KBS, 이은영 극본, 최윤석·이호 연출, 2020.7.6.~2020.9.1.)의 주인공 서현주(황정음 분)는 웹툰 기획팀장으로 열정적으로 일하며, 전문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30대 여성이다. 이 드라마는 서현주가 삶의 방식으로 결정한 ‘비혼’을 인정받고 사수하려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로맨스물이다. <그놈이 그놈이다>는 1회에서 서현주가 가족과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혼 선언’을 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비혼’을 전면에 내세운다. 서현주는 웨딩 드레스를 입고 홀로 등장하여 “오늘 저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들 앞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소개하려 합니다. 평생의 반려자는 바로, 저 자신입니다.”라며 비혼 선언을 한다. 그녀의 선언은 완벽한 남자친구의 청혼을 거절한 직후 행동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결혼에서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정상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서현주의 선택은 다양한 갈등 상황을 만들어내며, 드라마 주요 서사와 결합 된다. 특히 결혼이 당연한 삶의 방식이라고 여기는 부모 세대를 이해시키는 과정은 오해와 억측 등을 낳으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현주는 부모에게 빌린 독립 자금 5천만 원 때문에 강제적으로 선자리에 불려 나가는 것을 반복하며 ‘비혼’을 사수한다. 맞선 상대에게 거절당하기 위한 서현주의 엉뚱한 연극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흔한 장면 중 하나로 특별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비혼을 선택한 서현주의 눈에 비친 맞선 상대 남성이 가진 결혼에 대한 생각에 관한 부분이다. “저는 밖으로 나가는 여자보다 집안에서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는 여성이 좋습니다. 아이 잘 보고, 시부모님 잘 모시고, 알뜰살뜰한...” 자신의 여성관에 대한 맞선 상대의 발언에 대해 서현주는 “자신 대신 자기 부모 돌보고, 자기가 벌어다 준 돈 함부로 쓰지 말고, 양육은 전적으로 아내 몫이라는, 완전 가정 관리자네.”라고 속내를 드러낸다. 결혼이 서현주에게 매력적인 삶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코믹하게 제시한 장면이지만, 한편 여성에게 결혼이 불리하게 작동되는 현실의 예가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 <그놈이 그놈이다>에서 서현주는 맞선 상대와 유사한, 아니면 더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그녀에게 ‘비혼’은 사수되어야 할 삶의 방식인 것이다. 또한 이는 실제 삶에서 비혼을 선택한 여성이 상대해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출처: '그놈이 그놈이다'(KBS홈페이지)
출처: '그놈이 그놈이다'(KBS홈페이지)

<그놈이 그놈이다>는 한발 더 나아가 ‘전생’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활용하여, 가부장제라는 구조 안에서 결혼이 여성에게 더 억압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서현주는 운명적 상대 황지우(윤현민 분)를 만나게 되는데, 서현주와 황지우는 전생에 세 번, 부부 또는 연인으로 인연을 맺었던 사이이다. 두 사람은 유년 시절 동일한 장소, 시간에서 발생한 우연한 사고로 인해 무의식 상태에서 전생을 기억해낸다. 전생의 기억은 이후 그들의 삶에 지배적인 트라우마로 작동된다. 전생에서 황지우는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아내이자 연인이었던 서현주를 배신했고, 서현주는 자신을 떠난 남편 또는 연인을 기다리며 순정적 사랑을 하는 여성이었다. <그놈이 그놈이다>에서 전생은 서현주에게 결혼을 거부하는 트라우마로 작동되고, 비혼을 선택하게 된 원인과 연결된다. 전생이라는 판타지적 소재 활용은 이 드라마가 비혼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현실적 이유를 모호하게 만드는 문제적 지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이 드라마가 ‘비혼’과 ‘전생’을 결합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는 적극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필요는 있다.

1회 당당한 30대 여성 서현주의 ‘비혼 선언’의 장면에서 전생 서사로 이어지는 드라마의 흐름은 결혼에서 여성이 처하게 될 불리한 조건에 대한 거부감과 연결된다. 조선 유교 사회, 1930년대 식민지 시기,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대라는 세 번의 전생을 겪는 동안, 서현주는 남성과 동등한 역할이나 권리를 지니지 못한 인물로 등장한다. 공적 일을 도모하는 데 집중하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바치거나,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회적 일에 참여한다고 해도, 누군가의 연인 역할에 그치며 생을 마감한 것이다. 비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로 설명되는 서현주의 전생 관련 서사는 드라마에서 무리한 전략적 장치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라는 관습에서 제한된 여성의 역할과 사회적 억압을 단편적이나마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놈이 그놈이다>의 전생 서사는 서현주의 비혼 선택에 대한 이유를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문제적이다. 황지우와 서현주는 전생에서 현생으로 이어지는 운명적 사랑의 주인공으로, 서현주의 트라우마는 전생의 오해를 풀고, 진정한 사랑을 확인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현주가 비혼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삶에서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 사회에서 당당하게 일하면서 살고 싶다는’ 것에서 벗어나, ‘가슴 뛰는 사랑’ 즉 진정한 사랑의 상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결정적 원인으로 만든다. 결국 <그놈이 그놈이다>는 ‘비혼’의 사회적 정의조차 모호하게 만들며, 전통적 로맨스 드라마의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결과에 이른다.

<그놈이 그놈이다>에서 ‘비혼’은 첫 회와 마지막 회에 드라마의 기획 의도를 반영하듯 교조적인 장면으로 연출 된다. 전생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확인했음에도 결혼하지 않기로 결정한, 서현주는 황지우를 설득하여 자신의 비혼을 유지한다. 운명적 상대이자, 진정한 연인은 너무나도 쉽게 그녀의 말을 따르며,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놈이 그놈이다>가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 커플의 탄생을 마지막으로 내세웠다고 할지라도, 낭만적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기존의 로맨스 드라마와의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전생이라는 운명적 만남을 로맨틱하게 다루는 동안, ‘비혼’이라는 현실적 문제나 갈등은 완벽한 상대를 통해 간단하게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놈이 그놈이다>에서 비혼이 트렌드를 반영한 전략적 도구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숨길 수 없는 정상 가족에 대한 집착

<오 마이 베이비>(tvN, 노선재 극본, 남기훈 연출, 2020.5.13.~2020.7.2.)의 주인공 장하리(장나라 분)는 육아 잡지 ‘더 베이비’에서 기자로 시작하여, 편집장으로 승진하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열정을 다하는 39세 여성이다. 장하리는 육아 잡지에 대한 애정을 넘어 아이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장하리의 결핍은 육아 잡지의 편집장의 위치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으로 출산, 육아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육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아이와 관련된 애정이 넘치는 장하리가 회사와 구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얻지 못하는 현실적 갈등은 드라마 초반 자주 등장한다. 39세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육아 잡지 편집장 장하리와 연결되어, 적나라한 시선으로 재현된다. 삶의 체험을 통해 체득한 지식과 특정 분야에서 오랜 시간 갈고 닦는 직업 세계의 전문성은 동등하게 비교되기 힘들다.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에서 장하리가 자신의 경력과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은 39세 여성의 현실을 대변해준다. 남성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어서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그래서 뭔가 끊임없는 설명들을 덧붙여야 믿어주는 40세를 앞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겪는 현실이다.

<오 마이 베이비>에서 장하리의 결핍은 그녀의 사회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중요한 문제이자 갈등이다. 장하리에게 결혼은 출산, 육아라는 결핍을 채워 줄 과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장하리가 결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신, 출산을 선택하게 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장하리는 산부인과 검진에서 난임 진단을 받게 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임신 확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제 그녀에게 당연한 인생의 과정이라고 여겨졌던 결혼, 임신, 출산은 넘을 수 없는 산이 된다. 임신과 출산은 정상적 가족 형태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충족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나 가족에 대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불리하다.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에서 난임 판정을 받은 장하리가 느낀 무력감은 결혼이 전제된 정상 가족이라는 틀의 공고한 벽을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 마이 베이비>는 장하리가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하고 도전한다는 점에서 새롭다. 결국 장하리는 결혼이라는 과정을 뛰어넘어, 정자를 공여받아 임신하는 체외수정 방법을 선택한다. 비혼 여성이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을 계획한다는 에피소드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는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전형성에 벗어나 있다. 하지만 <오 마이 베이비>의 낯설음은 파격적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이후부터 전통적 로맨스 관습들과 결합함으로써 점차 익숙함으로 바뀌게 된다. 우선 드라마는 장하리가 정자를 공여받기 위해, 주변 남성을 관찰하면서 오해가 쌓이고 온라인을 통해 낯선 남자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하는 장면을 코믹한 상황으로 연출한다. 결국 불법으로 정자를 거래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장하리의 고난의 과정에 대한 코믹한 서사는 드라마 초반부 비혼 출산에 대한 진지하고 현실적인 접근 방식과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장하리의 비혼 출산은 코믹한 에피소드로 지나치게 가볍게 활용된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이후 <오 마이 베이비>는 비혼 임신, 출산이라는 계획이 무산된 장하리와 세 명의 남성과의 로맨스 이야기가 전환된다. 결국 <오 마이 베이비>는 임신과 출산을 위해 결혼을 뛰어넘어 비혼 출산을 선택했던 장하리가 같은 직장의 신입사원 최강으뜸(정건주 분), 유년 시절 친구이자 동창인, 소아과 전문의 윤재영(박병은 분), 사진 작가 한이상(고준 분)의 애정 공세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는 로맨스 관습을 그대로 답습한다.

 

출처: '오 마이 베이비'(tvN 홈페이지)
출처: '오 마이 베이비'(tvN 홈페이지)

전통적 로맨스 드라마의 익숙한 법칙을 따르고 있는 <오 마이 베이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것은 장하리의 본격적인 로맨스를 그리는 과정 중에서 발견된다.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는 장하리가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한이상과의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본격적인 로맨스 서사를 이어간다. 이 드라마는 연인이 된 장하리와 한이상 사이의 고난과 갈등을 다시 결혼이라는 현실적 조건과 관련된 문제 안에 놓이게 한다. 물론 로맨스 드라마에서 결혼이라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방해하는 요인들을 배치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제시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오 마이 베이비>에서도 한이상과의 연애, 결혼이라는 정상적 과정을 통해 임신, 출산에 대한 꿈을 이루리라는 장하리의 기대는 고난의 상황을 맞는다. 장하리에게 난임이 큰 갈등이었던 것처럼 한이상 또한 난임 남성이라는 사실은 두 사람이 정상적 가족을 추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제시한다.

난임에 대한 소재를 여성뿐 아니라 남성으로 확장하여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는 분명 변화하는 사회적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난임 커플뿐 아니라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파파, 경력 단절녀, 육아를 전담하기 위해 퇴사를 결정한 여성 등 결혼과 관련하여 다양한 현실을 제시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들은 남아있다. 난임 커플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지나치게 한 방향에 치우쳐 재현된다. 남성 난임에 대한 문제는 젠더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 속에서 단순한 결핍으로만 다뤄진다. 그러므로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에서 난임 커플의 문제는 현실적 접근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로맨스 드라마에서 사랑의 결합을 방해는 장애 요인으로 작동되는 전략적 방법으로 읽힌다. 이 점은 <오 마이 베이비>에서 장하리, 한이상 커플이 서로의 결핍을 수용하고 사랑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동거생활을 선택한 결말을 제시하면서도, 에필로그는 장하리가 임신하여 출산하러 가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드러난다.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는 비혼 출산, 비혼 동거 등 새로운 가족 형태를 지향하면서도 여전히 정상 가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비혼, 현실과의 거리감 좁히기

비혼을 적극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두 드라마는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포착하여 드라마에 반영한 사례이다. <그놈이 그놈이다>, <오 마이 베이비>는 공고했던 정상 가족의 이미지를 벗어나 다양한 가족 형태의 모습을 재현하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두 드라마 모두 로맨스 장르로, 기존의 전통적 로맨스 관습 안에서 ‘비혼’을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로맨스 문법에서 다루어진 ‘비혼’은 사랑의 완성을 위해 넘어야 할 고난의 도구에 그치며, 단순하게 문제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현실을 반영했다고 보기 힘들다. 비혼을 둘러싼 이해, 수용의 복잡한 과정들을 생략한 로맨스 드라마는 사랑의 위대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낭만적 서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단지 ‘비혼’을 트렌드를 반영하여 전략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tvN, 권도은 극본, 정지현·권영일 연출, 2019.6.5.~2-19.7.25)에서 배타미(임수정 분), 박모건(장기용 분) 커플이 겪는 갈등은 비혼에 대한 문제를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혼을 선택한 배타미는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박모건과의 가치관 차이를 인식하고 연애 시작 전부터 망설인다. 드라마는 두 사람이 단지 망설이거나 서로의 다름을 숨긴 상태에서 로맨스를 이어가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 사랑을 하면서도 이 문제와 솔직하게 대면한다. “나만 해명하고 있잖아. 지금 네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해명할 필요도 없잖아. 근데 나는 결혼을 안 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것을 해명하고 있잖아.” 박모건과의 다툼 중 배타미의 발언은 ‘비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일정 부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혼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법과 제도에 의해 보호받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박모건에 비해, 배타미는 ‘비혼’을 선택한 대한 자신에 대해 더 많은 해명을 해야 한다. 다양한 가족 형태의 탄생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들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 바탕이 되는 정상 가족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혼’은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을 이루기까지 현실적 문제와 맞닥뜨려야 하며, 수많은 갈등의 상황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비혼’이 단지 로맨스 드라마에서 낭만적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여기 있다.

 

 

글 · 문선영(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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