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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의 문화톡톡] 케이팝 에볼루션: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역사 (1)
[이혜진의 문화톡톡] 케이팝 에볼루션: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역사 (1)
  • 이혜진(문화평론가)
  • 승인 2021.08.02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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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에볼루션 (출처: https://nitter.nixnet.services/search?q=%23KPopEvolution)
케이팝 에볼루션 (출처: https://nitter.nixnet.services/search?q=%23KPopEvolution)

 

최초의 케이팝 유튜브 오리지널 다큐 <K팝 에볼루션>

 

유튜브에 게시된 케이팝 뮤직 비디오의 해외 조회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2012년 7월 15일에 게시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뮤직 비디오 조회수가 현재 41억을 넘겼고, 2016년에 발표된 <불타오르네>, <붐바야>, <피 땀 눈물>을 비롯하여 현재까지 발표된 BTS의 곡들은 이미 10억 뷰를 능가한지 오래다. 여기에 인기 절정의 케이팝 걸그룹 블랙핑크와 트와이스의 뮤직 비디오 역시 BTS의 엄청난 조회수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데, 이런 수치들은 2010년대 이후 전 세계 케이팝 청년 팬들의 일상이 그야말로 케이팝과 함께 돌아가고 있음을 실감케 해준다.

이런 가운데 2021년 3월 31일 유튜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K팝 에볼루션(K-POP Evolution)>이 총 7부작으로 제작·공개되었다. 전 세계의 케이팝 열풍에 힘입어 유튜브가 자체 제작한 <K팝 에볼루션>은 케이팝의 글로벌 위상과 케이팝 팬들의 관심도가 절정에 이르렀음을 재확인 시켜주었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인 만큼 이 영상은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에게는 시즌 7부작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했고 무료 회원들에게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한 편씩 순차적으로 선보였는데, 현재 250만 뷰를 넘고 있는 이 영상에 남겨진 댓글 란에 한글로 작성된 콘멘트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주로 해외 팬들이 조회수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팝을 소재로 한 유튜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가 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8년 11월 15일 유튜브는 방탄소년단의 19개 도시 월드투어 준비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Burn The Stage: The Movie)>를 공개한 바 있었고, 이어서 2020년 4월 29일 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 <트와이스: 시즈 더 라이트(TWICE: Seize the Light)>를 81개국에 공개하기도 했는데 당시 유튜브가 제작한 케이팝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걸그룹 트와이스가 채택되었다는 사실이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그 무렵 넷플릭스에서도 최초의 케이팝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는데, 데뷔한 지 4년 만에 슈퍼스타 걸그룹으로서의 놀라운 성과의 여정을 보여준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2020.10.14.)가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2020년은 글로벌 거대 플랫폼을 대표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최초로 케이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공개한 해가 되었다. 이런 사실은 전 세계의 케이팝 팬들이 이제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와 댄스에 열광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슈퍼스타 아이돌의 탄생 과정과 그 결실을 이뤄낼 수 있었던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유튜브 오리지널 다큐 <K팝 에볼루션>은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영화·TV 프로그램 제작사 ‘뱅어필름(Banger Films)’이 맡았다. 2004년에 설립된 뱅어필름은 2005년 헤비메탈의 역사를 기록한 다큐 <메탈: 어 헤드뱅어스 저니( Metal: A Headbanger's Journey)>를 처음 제작한 이래, 2016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힙합 에볼루션(Hip-Hop Evolution)>을 통해 미국 힙합의 역사적 발전과 진화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하듯이 기록하여 많은 팬들의 찬사를 받았던 만큼 음악 다큐멘터리 전문 제작사로는 명성이 높은 곳이다. 여기에 한국 측에서는 영화배급사 ‘보더리스 필름’이 공동제작을 맡았다. 2011년 <메탈 에볼루션>에 이어 2016년 <힙합 에볼루션>이 공개된 직후 2018년부터 제작 기획이 이루진 것으로 보아, <K팝 에볼루션>은 뱅어필름의 <메탈 에볼루션>과 <힙합 에볼루션>의 연속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헤비메탈과 힙합 다큐멘터리의 계보를 잇는 뱅어필름의 ‘에볼루션 3부작’에 케이팝이 포함되었다는 것은 이제 글로벌 대중음악사에서 케이팝이 한 챕터의 분량을 차지하게 될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연간 문화상품 수출액은 2019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현재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은 소비재 수출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케이팝 에볼루션의 한 장면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hVFPzA0cWGM)
케이팝 에볼루션의 한 장면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hVFPzA0cWGM)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역사

 

<K팝 에볼루션>에 인터뷰이로 출연한 음악평론가 김봉현에 따르면 2018년 여름 사전 준비과정에서 뱅어필름의 한국계 미국인 프로듀서인 로버트 옥(Robert Ock, 옥준호)과 교류했다고 하는데, 뜻밖에도 그는 1963년에 결성된 한국 최초의 록밴드 ‘키보이스’ 1기 멤버의 키보디스트 옥성빈의 아들이다. <K팝 에볼루션> 1부의 주요 인터뷰이 중에는 장년이 된 키보이스의 기타리스트 김홍탁도 출연했는데, 이 역시 로버트 옥의 출연 섭외 요청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보아, 이특, Ha:tfelt(Ye은), 박준형, 김태우, 한승연, 백현, 강다니엘, 산다라박, 슬기, 태민, 태용, 토니안, Danny Im, Amber Liu, 도영, 레드벨벳, 엑소, 슈퍼엠, NCT, 펜타곤, 걸그룹 에버글로우 등 아이돌 가수에서부터 프로듀서, 음악평론가, 뮤직 비디오 제작자들이 총출연해서 케이팝의 발생과 진화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해주었다.

예고편을 제외한 총 7부작은 <1부: 케이팝의 탄생>, <2부: 첫 아이돌>, <3부: 세계로 뻗어가는 케이팝>, <4부: 팬덤>, <5부: 아이돌의 인생: 연습생>, <6부: 아이돌의 인생: 최종과제>, <7부: 케이팝 뮤직 비디오 제작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은 <K팝 에볼루션>이 지향한 케이팝에 대한 시선이 아이돌 그룹 중심의 댄스음악과 퍼포먼스에 치우쳐져 있음을 확인케 해주는데, 이것은 ‘케이팝’이 한국의 가요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 개념을 통칭한다기보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 등장하기 시작한 아이돌 댄스그룹의 화려한 퍼포먼스 실력이 강조된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음악을 가리키는 의미로 축소된 현재의 ‘케이팝’이라는 명칭이 외부에서 호명되어 온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즉 ‘Korea Popular Song’이라는 명칭과 개념은 해외에서 새롭게 발견된 음악이 한국에서 연원했고 그 새로운 일련의 감각을 흥미롭게 느낀 외부의 시선이 ‘케이팝’을 호명하면서부터 케이팝은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 한정된 범주가 아니라 해외 수출용 음악으로 재탄생하게 되어간 사정에 기인한 것이다. <K팝 에볼루션>의 전체적인 구성이 1966년 서울 이태원의 클럽 거리와 미8군에서 로큰롤을 연주하는 한국 밴드들의 연주를 첫 장면으로 등장시킨 이래,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9호와 1987년 대의 민주주의의 성립, 그리고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글로벌 감각을 처음 피부로 느껴본 한국의 대중문화가 1990년을 전후하여 음악을 비롯하여 댄스와 패션 등 새롭고 젊은 트랜드의 문화를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파격적인 등장으로 한국 모던 케이팝의 전 역사를 요약한 것으로 1부를 끝내고, 2부부터 7부까지의 전체 내용을 아이돌 그룹의 댄스음악과 한국의 독특한 아이돌 시스템을 분석하는 데 무게의 추를 이동한 것은 이 다큐가 현재 통용되고 있는 케이팝의 개념적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K팝 에볼루션>은 그 제목에 함의된 내용과 달리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역사’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만큼 케이팝 아이돌의 위상과 영향력은 뉴미디어 시대의 강력한 글로벌 소프트 파워로서 한국 대중문화의 로드맵을 결정지을 정도의 무게감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2부에서 계속)

 

 

글 · 이혜진

세명대학교 교양대학 부교수. 대중음악평론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도쿄외국어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공부했다. 2013년 인천문화재단 플랫폼 음악비평상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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