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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미의 문화톡톡] 별 다섯개는 별 한 개를 이길 수 없다
[장윤미의 문화톡톡] 별 다섯개는 별 한 개를 이길 수 없다
  • 장윤미(문화평론가)
  • 승인 2021.09.06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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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면 누구나 사장님이 될 수 있는 시대

플랫폼 기업이 제시한 메뉴얼에 따라 자료를 입력할 수 있다면, 관리 명목으로 일정 이용료를 매달 플랫폼 기업에 지불 하기만 하면 누구나 사업자가 되어 자신의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다. 농담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사장님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플랫폼 기업에 가입하고 주어진 메뉴얼에 따라 입력만 하고 기다리면 바로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사업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인 시장 진입과 상품 노출, 즉 광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된다. 사업이 꿈이자 희망이었던 사람들에게 플랫폼은 그것을 실현해준 꽤 괜찮은 시스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있다. 내가 소속된 플랫폼이 거대할수록, 그리고 유명한 플랫폼일수록 동종 업체와의 ‘피 터지는’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 시대에 경쟁 업체는 아무리 많다고 해도 옆집, 앞집, 아무리 멀어도 길 건너편에 있는 가계가 전부였지만 온라인 시대에는 전국, 전세계가 모두 경쟁 업체나 다름없다.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비자의 눈에 띄는 것. 새로고침을 클릭하는 순간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상품 노출 시간을 지속해야 하고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만 한다. 상품의 노출 빈도에 따라 판매 순위과 수익의 범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플랫폼 상에서 상품의 질만큼이나 중요한 건 상품을 최대한 많이 노출하는 것, 많은 노출을 통해 많은 소비자를 만나고 (좋은) 평가를 발판 삼아 이익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소비자로부터 노출 빈도를 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역시나 싼 가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싼 가격보다 매력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판매자들과 비슷하거나 조금 싼 가격으로 책정해서는 절대 눈에 띄지 않는다. 적어도 반값 이상은 후려친다고 광고해도 한번 봐줄까 말까다. 하지만 좋은 상품을 더 싸게, 그것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건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장에서나 가능한 일이기에 고민이 생긴다. 인터넷 플랫폼을 판로로 하여 사용하는 생산자나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소규모 개인 사업자(자영업자)라고 했을 때 상품을 싼값에 지속적으로 생산, 판매한다는 것은 곧 제 살 깍아먹(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건 사장님 체험을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아는 사실일 테다.

이것만으로 버거운데 가격경쟁보다 더한 것이 등장했으니 바로 플랫폼 시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별점 경쟁이다. 가격경쟁과 별점 경쟁이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경쟁에 있어 판매자의 의지가 개입될 수 있는 반면 후자는 오로지 소비자의 기준과 기분에 달렸다는 점에서 반응을 예상하기 어렵고 그만큼 더 절실하다는 점이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평가지가 따로 주어지는 것도, 그렇다고 객관적인 지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기에 소비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나의 상품을 평가할지는 오로지 개인의 성격, 습관, 취향, 하다못해 그날 기분에 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별 다섯개 부탁드려요>의 진실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별 다섯개 부탁드려요>(유경현, 유수진, 애플북스, 2021)는 콘텐츠 생산자와 노동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별점 제도의 이면을 담은 책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별 다섯개 부탁드려요]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별 다섯개 부탁드려요]

플랫폼 시장의 특징이자 장점은 판매자나 노동자 모두에게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매체와 비교했을 때 소비자의 피드백 속도가 실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 그리고 이 피드백은 상품 판매자에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중요한 팁이자 상품 개발과 보완에 잠재적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편 플랫폼 기업의 대외적 명분은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파는 판매자(플랫폼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을 상품화하여 판다는 점에서 노동자도 판매자라 칭한다)를 유치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소비 생태계의 조성·주도하고자 하는 데 있다. 얼핏보면 플랫폼 기업은 중간 관리자로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해주어 서로 win-win 하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소비자-생산자를 삼각 구도로 놓고 보았을 때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생산자는 양쪽 관계에서 모두 을의 위치를 면치 못한다. 판매자는 플랫폼과의 관계에서도 을이고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을이다.

판매자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상품을 노출하기 위해서 때때로 경쟁 업체가 뜨악할 정도의 이벤트도 해야 하고, 플랫폼 기업이 제시한 기본료 이외에 각종 옵션이 붙은 광고금액도 기꺼이 지불할 마음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해서 상품이 잘 팔린다면야 다행이지만 그건 장담할 수 없다.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그 순간에도 경쟁자(업체)는 나를 이미 앞서가고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상품을 스크롤하기 위해 손사락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상품의 질만큼이나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상품과 함께 딸려온 인간적 감정(감성)이라는 점이다. ‘정성스러운 포장을 보니 감동 그 자체입니다’, ‘사장님의 정성어린 손편지를 보며 감동받았다’라는 식의 구매 후기가 자주 보이는 것도 이러한 것과 관련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은 상품을 받았을 때 소비자들은 상품에 대한 객관적 비판을 넘어 판매자의 양심이나 인성을 운운하며 비난에 가까운 후기를 남기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플랫폼 판매자는 이제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건 기본이고 거기에 감동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감동 혹은 감성이란 플러스 알파와 같은 것이다. 게다가 감동받는 지점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라 정답도 없고 기준도 없다. 같은 상품을 제공해도 어떤 사람은 만족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불만족스럽다며 ‘비지떡’을 운운한다. 같은 상품이지만 어떤 사람을 별 다섯 개도 부족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별 한 개도 아깝다고 말한다.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수용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판매자에게 치명적인 건 열 명이 준 별 다섯 개보다 한 명이 준 별 한 개다. 플랫폼의 리뷰 시스템은 별 다섯개를 많이 받았다고 할지라도 별 한 개를 이길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별점은 숫자화 되고 소수점까지 계산된 점수는 소비자 선택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른바 0.1점 차이로 1등과 그 나머지로 나뉘는 것이다. 점수는 고작 0.1점 차이지만 그로 인한 수익은 수십배 차이다. 소비자는 최고의 선택을 위해 0.1점의 차이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별 한 개의 평가가 별 다섯개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이유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주 작은 차이로 성공과 실패가 갈리고 실력이 아닌 점수로 가계의 존폐가 갈린다. 이쯤되면 별 한 개는 평가라기보다 패널티이자 경고에 가깝다. 그래서 더 두렵기도 하다.

결국 고만고만한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노오력과 최에선’을 다해 소비자의 마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말고는 없다. 번외의 상품을 주며 별 다섯개를 달라고 부탁하는 것, 바쁜 와중에서 손편지를 써서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운에 맞겨야 한다. 상품을 받은 소비자가 그날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쾌한 일을 당한 직후라면 그 불똥이 판매자에게 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 때까지 교환해주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몇 번의 교환 끝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환불도 기꺼이 해줘야 한다. 플랫폼 시장 경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판매자란 무한 책임을 선언하는 판매자다. 그러나 무한 책임만큼 잔인한 말은 없다. 소비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상품 이외의 것에 대한 것까지 판매자가 책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품과 인성의 상관 관계

사람들은 완벽한 선택을 원한다. 좋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도 완벽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한 상품이 그 기대를 져버릴 경우 실망을 넘어 분노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가게로 직접 찾아가서 사장을 직접 만나 따지고 환불받으면 끝날 일이지만 택배 시대, 온라인 시대에는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판매자와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 뿐더러 귀찮고 짜증나는 과정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상품값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의 권리가 더 축소된 꼴이기도 하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 별점 제도다. 별점 제도는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시스템이다. 별점 시스템은 오로지 소비자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또 소비자만이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여기엔 플랫폼 운영자나 노동자는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의 권리 보호와 관리는 곧 검열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별점 제도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에서 한발 빠지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당사자끼리 분쟁을 해결하라는 것인데 단순 별점 제도를 도입하기만 하고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수정 보완하지 않으면서 자정 작용을 기대한다고 말하며 뒷짐지고 있는 건 플랫폼 판매자에게 무한책임주의를 요구하는 것과는 너무나 상반된 태도다.

어쨌든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를 불러온다는 간단명료한 논리를 플랫폼 시장에 적용한 것이 별점제도다. 소비자의 솔직하고 객관적인 평가만큼 중요하고 또 필요한 것도 없다. 자기 돈 주고 상품을 산 사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써본 사람만이 그 상품을 가장 잘 알기 마련이다. ‘내돈내산’이라는 이라는 말이 붙으면 협찬 후기보다 객관적이라 생각하고 믿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돈내산’ 평가나 후기는 소비자의 권리일지는 몰라도 갑의 권리는 아니다. 상품에 대한 비평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 외적인 부분 이를테면 상품 이외의 것까지 추측하며 싸잡아 비난하는 것, 상품에 대한 평가보다 자신이 분노를 어필하기 위해 욕설을 퍼붓는 것, 판매자의 인성을 운운하며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비난하는 것, 등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플랫폼에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권력의 정도가 달라진다. 이런 구조 속에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한없이 가벼워지고 비용은 낮아지는 반면,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결국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하거나 불안정한 노동을 감수해야 하며 이런 구조적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별 다섯개 부탁드려요>, 58쪽.

 

 

글 · 장윤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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