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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의 시네마 크리티크] 살고 싶은 고양이, 살리고 싶은 사람들 - <꿈꾸는 고양이>
[송연주의 시네마 크리티크] 살고 싶은 고양이, 살리고 싶은 사람들 - <꿈꾸는 고양이>
  • 송연주(영화평론가)
  • 승인 2021.09.06 09: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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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 고양이의 날인 9월 9일에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꿈꾸는 고양이>(2021)는 미디어 제작자이면서 동물보호 활동을 하는 지원, 강민현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이들은 첫 영화 <고양이의 숲>(2018)으로 숲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꿈꾸는 고양이>에서는 전국 3,000여 곳이나 되는 재개발 재건축 지역 중에 남아있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람들이 나서는 철거촌은 1%도 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재개발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생존을 꿈꾸며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에 집중했다.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위해 재개발을 결정하고 이주를 하면서 그로 인해 유기견이 늘어나고 길고양이들의 생존도 어려워진다는 것은 동물을 다룬 매체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동물보호단체와 민간에서 동물을 보호하려 노력하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익숙하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부산, 대구, 성남시의 재개발 지역에서 살고 싶은 고양이와 살리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는 감독이 어릴 적 살았던 부산 동래구에서 시작한다. 곧 무너질 철거촌 골목을 살피며 고양이를 구조하는 사람들의 가쁜 호흡은 쓰레기 더미에 깨진 유리들까지 바닥에 널브러진 폐가에서 만난 고양이의 뒤를 쫓는다. 불편한 다리로 폐가의 담벼락에 위태롭게 올라선 고양이를 겨우 구조해서 병원으로 데려간 구조자들. 다리가 부러진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다친 것은 아니었고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다리에 장애가 있는 상태였다. 고양이는 중성화와 구내염 치료를 받고 철거촌 구조 고양이 쉼터로 이동해 보호받을 수 있었다.

서울 노원구 재개발 지역. 마을 게시판에는 옛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아직 그대로 붙어있는데 재개발로 인기척 없이 조용하다. 그곳에도 길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검은 고양이, 삼색이, 이쁜이 등 길고양이들을 스케치하는 카메라는 아직 동네에 남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 주시는 아주머니네 집 앞으로 향한다. 길고양이들은 아주머니네 집 앞에 모여서 밥을 달라고 보챌 정도로 친밀하게 굴고, 밥을 먹은 뒤에는 기분이 좋아 폭풍 애교까지 부린다. 사람의 시점에서 고양이를 바라보던 카메라는 고양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 모습을 하나하나 담는다. 철거가 더 진행되면 이 생활도 유지하기 힘들어질 터라 걱정이 많다.

 

부산 사하구의 어느 철거촌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어 높은 철벽으로 둘러싸 도망갈 틈도 없는 곳에서 고양이를 구조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엄마 잃은 아기고양이, 포크레인과 무너진 건물 잔해 속 고양이들을 카메라는 담담히 담아낸다. 그리고 길고양이 장군이의 이야기를 덧붙여 마음을 아프게 한다. 구조되었던 곳으로 방사된 장군이는 나고 자란 골목으로 돌아갔지만, 그곳이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스스로 구조 케이지로 들어간다.

여기서 영화는 질문한다. 사람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삶의 터전을 재건하고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면 되지만 그로 인해 터전을 잃은 길고양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영화는 구조와 상생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고양이를 살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주민 출입금지 현수막 보이는 성남시 수정구.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고양이들은 남아있다. 남겨진 고양이를 외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밥자리 이동’(철거촌 고양이들의 밥자리를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철거촌 밖으로 옮겨서 조금씩 이주하는 방법)으로 고양이들의 이주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사람들은 겨울 동안 이주 고양이들이 조금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겨울 집도 마련해준다. 이주에 성공하지 못한 고양이들은 쉼터에서 보호해 준다. 대구 동구 철거촌에서는 고양이 구조를 위해 초보 구조자들이 모이고, 달서구의 한 동네에서는 지역 상인들과 함께 공존을 꿈꾸며 만든 특별한 고양이 급식소가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그 외에도 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군집 TNR(효과적인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일정 구역 단위로 동시에 많은 길고양이의 TNR을 실시하는 방법, Trap 포획 Neuter 중성화 수술 Return 제자리 방사) 정보와 지역별로 품앗이를 하면서 고양이를 구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후원자들이 있어 방사하지 않고 아이들을 더 돌볼 수 있게 된 쉼터의 이야기까지.

 

기분 나쁜 낙서들과 쓰레기가 가득한 곳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고양이들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영화 내내 더 이어진다. 그럼에도 모든 길고양이를 구조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그리고 이런 구조 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로 인해 사람들이 더 나서게 하는 것, 무엇보다 실천하는 것을 영화는 강조한다. 살고 싶은 길고양이들의 현실과 그들을 살리고자 각자 나름의 솔루션을 가지고 다채롭게 구조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관객에게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이 영화의 미덕은 길고양이들의 다양한 상황과 소시민들의 노력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담아낸 것, 그리고 사람과 동물이 상생할 방법에 대해 제도적인 고민이 없다는 현실을 꼬집는 것에 있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곳에서 추억을 만들면 되지만, 길고양이들은 추억을 잃어버린다고 영화는 우려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비록 구조되지 못한 길고양이가 많이 있지만, 다행히 구조된 길고양이들은 그들을 살리려 노력한 사람들로 인해 새로운 삶과 추억을 만들어갈 것 같다고. 상생할 방법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사람들도 길고양이들도 좋은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에 남는 영화 속 활동가의 말을 옮겨본다.

 

“저는 인간이 사회적인 강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자들을 지켜야 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보다 약한 생명을 지켜주는 거는 당연한 사회적 의무라고 보기 때문에 그렇게 좀 봐주시면 좋겠어요.”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꿈꾸는 고양이>

 

 

글·송연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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