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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드는 옷,'페트병의 다양한 변신'
페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드는 옷,'페트병의 다양한 변신'
  • 안치용, 김유승 기자
  • 승인 2021.10.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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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를 실천하는 사람들] 건백 박경택 대표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경산지식산업지구 내 ㈜건백은 4400평에 달하는 널찍한 부지에 자리하고 있지만 큼지막한 나무 한 그루 없는,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그러한 공장이다. 그러나 이곳은 내용상 숲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울창한 숲.

㈜건백은 매달 5000만 개의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전문기업이다. 이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효과는 30년생 소나무 220만 그루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과 동일하다. 소나무 1백만 그루에 해당하는 4400평의 무형의 숲은 이처럼 막대한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재활용에 따른 원재료 절감과 폐플라스틱 유출로 발생할 (초)미세플라스틱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 기후위기 시대의 보루가 되고 있다.

10월 20일 서울 여의도 생활ESG행동 사무실에서 박경택 ㈜건백 대표이사를 만났다. 건백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단섬유'라는 이용 가능한 원자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섬유는 그 자체로도 이불, 침구 등의 충전재로 널리 활용된다. 건백은 나아가 단섬유를 실로 만들어 옷이나 가방 등 부가가치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버려진 국내산 페트병을 재활용해 단섬유를 넘어 의류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제작하는 곳은 국내에서 건백이 유일하다.
 

페트병 재활용으로만 단섬유 생산
 

▲  (주)건백의 박경택 대표<br>ⓒ 생활ESG행동<br>
▲  (주)건백의 박경택 대표
ⓒ 생활ESG행동

 

- 폐플라스틱 사업을 꽤 오래전부터 하셨다.
"1975년에 선친이신 박종계 회장께서 회사를 설립하셨다. 직접 회사를 맡게 된 건 2008년이다. 건백에서 일을 시작한 건 2002년이었다. 당시 제품의 10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었는데 9·11테러가 일어나며 미국 수출이 전부 막혀 회사 상황이 안 좋아졌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그때부터 회사 일을 거들게 됐다."

- 본인이 회사를 물려받은 2008년과 비교해 매출이 많이 늘었나.
"2008년 매출이 100억 원 정도였다. 재작년에는 237억 원, 작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조금 줄어서 200억 원 정도 했다."

- 사용한 페트병을 수거하여 선별과 세척을 거쳐 원재료(플레이크)로 만들면 그것을 납품받아 다음 단계의 제품을 만든다고 들었다. 정확히 어떤 제품을 만드나.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 단섬유다. 단섬유는 목화솜처럼 보이는데, 한마디로 플라스틱 솜이다. 의류 등의 충전재나 패딩 소재로 이용된다. 목화를 이불에 넣는 충전재로 쓰지만, 동시에 면사로 뽑아 의류로 만들 듯 단섬유도 실로 만들어 섬유로 짜낼 수 있다. 옷에 쓰이는 폴리에스테르나 페트병의 페트나 기본 성분은 같다. 장섬유도 따로 있는데, 그건 주로 원단용 섬유로 활용된다. "

- 창업할 때부터 폴리에스테르 단섬유를 생산했나.
"장섬유를 10년쯤 하다 단섬유로 바꿨다. 장섬유는 시장 규모가 작아 확장성이 떨어지고 단섬유 쪽이 용도가 더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 세계적으로도 단섬유를 더 많이 만드나.
"시장 크기로 봤을 때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단섬유를 많이 만든다. 단섬유 시장이 장섬유 시장보다 10배 이상 크다. 대기업에서 하는 석유화학공업에서 중합 방법을 통해서 단섬유를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는 순수하게 (페트병) 리사이클로 단섬유를 만들고 있다."
  

 

▲  (주)건백의 박경택 대표(맨 오른쪽)가 생활ESG행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생활ESG행동

 

사실상 탄소배출량 0

- 수요처는 어디인가.
"생산품의 80%가량을 수출한다. 내수를 높이기 위해 다각적으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 원료가 되는 페트병은 어느 정도 재활용되고 있나.
"정확하진 않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리사이클 원료 비중은 30~40%밖에 되지 않는다. 60% 이상이 소실되거나 소각되어서 이용되지 못한다. 분리배출 시에 오염돼 버려지거나 아예 수거가 안 되고 버려지는 페트병도 많다."

- 직접 페트병을 수거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가정에서 분리배출이 되고 난 후에 수집하고 선별하는 과정이 따로 있고, 그것을 세척하는 업체도 있다. 수집과 선별은 공공에서 담당하는데 관여하는 민간업체도 꽤 된다. 세척은 100% 민간업체에서 한다."

- 선별하고 세척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폐기될 수 있겠다.
"너무 오염된 것을 세척해 사용하는 것보다는 소각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드니 소각용으로 버려지는 것들이 있다."

- 세척한 후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세척 업자들이 병을 작게 분쇄해서 세척하면 우리가 플레이크라고 부르는 원료가 되는데 그걸 구매해서 사용한다. 플레이크는 우리 같은 섬유 업체로 올 수도 있고, 좀 더 순도를 높이기 위해 칩(chip)을 만드는 공장으로 판매될 수도 있다."

- 칩이 무엇인가.
"플레이크를 쌀 알갱이처럼 작은 덩어리로 만든 것이다. 이게 장섬유에도 쓰이는 필라멘트 원사를 생산하는 원료다. 칩은 그 외에도 다른 용도로도 쓰인다. 페트병 등 플라스틱 제품을 다시 만들 수 있다. 유럽은 이미 여기까지 하고 있다."

- 이 과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고 하면 기성품이 원료로 되먹임 돼 사실상 넷 제로(net zero,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말 그대로 지속 가능한 과정이다."

- 리사이클 대상이 페트병만인가.
"버려진 페트병을 포함해 페트 재질의 모든 플라스틱 폐기물을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페트병이 많은 게 음료수 용기가 전부 페트병이다. 페트병의 원재료 비중이 50%를 약간 넘는다. 페트는 플라스틱 중에서 가장 무해하다."



- 요약하면 건백에서 하는 일이 폐 페트병이 바뀐 플레이크를 받아서 단섬유를 만드는 건데, 제품이 단섬유 하나인가.
"단섬유라고 보면 된다. 다만 하나의 재료로 여러 상품 유형을 만들어내는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소재는 단섬유 하나이지만 용도를 다양하게 가공해 오리털 대용으로 비건 패딩을 만들거나, 단섬유를 이용해 실을 꼬아 옷을 만들 수 있는 원단을 생산하고, 부직포나 필통 용도의 천을 만들며, 이불 침대 매트릭스 등 다양한 쿠션재로도 쓸 수 있다."

- 그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도 있겠다.
"우리가 직접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제품군을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고객사에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수막 같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협업할 고객사에 상품화를 제안한 상태다. 예를 들어 수건을 만드는데 표면 부분을 면보다 내구성이 강한 단섬유로 만들었다. 수건은 흡수력이 필요하니 속에는 면 같은 걸로 흡수력을 높였다."

-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이나 현수막 중 현재 시중에서 파는 게 있나.
"장섬유를 원료로 한 옷은 많이 팔리고 있는데, 장섬유를 이용한 스포츠·헬스 의류의 천에서는 인공적인 느낌이 있다. 단섬유로 옷을 제작한 건 우리가 국내 처음인데, 이건 폭신하고 따뜻한 면 느낌이 난다."
  

▲  (주)건백에서 제공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단섬유(흰 뭉치)와 단섬유로 만든 옷
ⓒ 생활ESG행동

 

석유로 만드는 것과 비교해 에너지 86% 절감

- 단섬유 옷이 조금 더 비싼가.
"그렇게 비싸지는 않다. 장섬유는 칩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의 재활용 체계가 아직 미흡해 대기업이 일본에서 칩을 수입해서 만들다 보니 단가가 올라간다. 우리는 칩 단계를 거치지 않고 섬유를 만들기에 탄소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한다. (칩을 수입하지 않고도) 국내산 폐 페트병으로 만든 단섬유를 이용해서도 충분히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칩을 안 만들어도 되는 단축 공정으로 고급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한 곳은 현재 국내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 '에코스타'라는 자체 브랜드를 선보였다.
"'에코스타'는 우리가 만든 브랜드로, 국내산 페트로 만든 리사이클 원사와 의류로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 리사이클 단섬유를 만들면 아무래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지 않은가.
"석유에서 단섬유를 만들어내는 것과 비교해 에너지를 86% 줄일 수 있다. 석유화학공장의 중합 공정에서 나오는 신제품 중에도 단섬유가 있다. 석유에서 칩을 거쳐 페트병이 됐다가 페트병을 쓴 다음에 건백 같은 회사를 통해 다시 단섬유로 나오는 리사이클 과정도 있다. 이 후자의 과정의 효율을 제고해 석유에서 (신제품) 단섬유를 만드는 것에 대비해 우리가 페트병에서 단섬유를 만들 때 에너지 사용은 86%, 이산화탄소 발생은 76% 줄어든다."

- 우리나라의 단섬유 시장 상황은 어떤가.
"시장 규모는 연 4000억 원 정도다. 기존에는 단섬유 용도가 일반 이불, 쿠션재, 부직포 등으로 국한됐는데 부가가치를 올리는 쪽으로는 우리가 처음 시도하고 있다. 의류뿐만이 아니라 섬유도 따로 개발하는 등 이런 쪽으로 사업을 계속 전개함으로써 전반적인 규모를 키우려고 하고 있다. 일반 섬유는 단면을 자르면 동그랗게 막혀서 국수랑 비슷한 모습인데, 우리가 개발한 이형 단면사와 중공사라는 실은 이형 단면 가운데 구멍이 있고 울퉁불퉁한 형태다. 이 실들은 가볍고 단열효과가 커서 앞으로 전기자동차용 흡음 소재나 건축용 흡음, 단열 소재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 향후 시장 전망은 긍정적인가.
"세계적으로 파타고니아, 아디다스, 나이키 같은 데서 2025년까지 모든 제품 소재를 리사이클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소재 전환을 발표해서 올해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다. 나이키는 리사이클 원료 비율을 올해 30%, 내년부터 50% 이상을 목표로 한다. 이런 식으로 시장이 커지게 되는 게 우리한테는 기회가 된다. 국내도 이걸 따라가게 되어있다."

- 정책이나 지원 관련하여 아쉬운 점이 있다면.
"페트병 리사이클 과정에서 제품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업계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품질을 높여왔다. 이런 노력이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 기후변화나 환경보호가 뜨게 되자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의 한계가 많으니 정부에서 기술 지원이나 홍보, 인식 전환 같은 걸 도와주시면 좋겠다."

 

▲  왼쪽부터 최문영 (주)건백 차장, 김유승 바람 저널리스트, 박경택 (주)건백 대표이사, 안치용 ESG연구소장,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최동휘 생활ESG행동 활동가. 안 소장이 입은 옷이 폐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주)건백의 에코스타 원단으로 만든 의류이고 오른 손에 든 게 단섬유이다.
ⓒ 생활ESG행동

 

글 안치용 ESG연구소장, 김유승 바람 저널리스트

사진 최동휘 생활ESG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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