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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의 문화톡톡] 진정한 안식처를 향한 인간의 갈망: 드라마 <해피니스>(tvN)
[문선영의 문화톡톡] 진정한 안식처를 향한 인간의 갈망: 드라마 <해피니스>(tvN)
  • 문선영(문화평론가)
  • 승인 2021.12.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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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달라질 사회에 대한 다양한 예측들은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인류는 끊임없이 출몰하는 변이 바이러스, 신종 감염병으로 인해 감염병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2년 전 코로나 19가 시작되던 초기만 하더라도 코로나 종식을 향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희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 우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새로운 변이 감염 바이러스의 출몰은 인간에게 또 다른 공포를 주고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과 끝이 없는 감염병에 대한 불안 뿐 아니라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마주하게 될 다양한 변화들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공포이다. 드라마 <해피니스>(2021, tvN, 안길호 연출, 한상운 극본)는 코로나 이후 감염병이 일상화 된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끔찍한 감염병과 변화된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토대로 하고 있다. 줄어들지 않는 확진자 수, 치사율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극단의 감염병을 상상하며 극한의 상황이 발생할 미래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의 모습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감염병의 공포를 뛰어넘는 ‘집’에 대한 집착

드라마 <해피니스>는 가상의 신도시 세양시의 신축 아파트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에서 발생한 감염병으로 인해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경찰 특공대 전술요원인 윤새봄(한효주 분)은 가난한 가정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공무원인 경찰이 된다. 새봄은 돈 때문에 매일 싸우는 부모님을 보며 평안한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악착같이 살아왔다. 세양시의 신축 아파트는 경찰 추천 특별 공급 점수를 받고, 공무원 아파트 혜택을 받아 이루어낸 새봄의 꿈의 결과이다. 그녀의 아파트는 신종 바이러스, 광인병의 항체 보유자로 특별 가산점을 부여받고도 점수가 모자라, 신혼부부 가산점까지 받기 위해 오랜 친구인 정이현(박형식 분)과 위장 결혼까지 해서 얻어낸 공간이다. 이사하자마자 발생한 감염병 환자 출몰과 아파트 폐쇄라는 상황에서 새봄은 감염병에 대한 공포보다 오랜 꿈이던 내 집을 잃게 된다는 불안이 더 크다. 결국 새봄은 감염병 항체 보유자이기에 위험한 아파트에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주겠다는 의무사령부 중령 한태석(조우진 분)의 제안도 거절하고 자신의 집을 선택한다. 치료제도 없는 광인병이라는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폐쇄된 환경이라도 내 집을 포기할 수 없는, 집에 대한 열망은 새봄에게만 있지 않다. 드라마 <해피니스>에는 감염병 보다 나의 유일한 공간인 집에 대한 열망을 넘는, 집착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출처: '해피니스' tvN 홈페이지
출처: '해피니스' tvN 홈페이지

다수 감염병 환자 출몰 이후 세양시 신축 아파트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봉쇄되는데, 이 상황에서 아파트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난다. 드라마의 중심 이야기가 진행되는 세양시 신축 아파트는 고층에 거주하는 일반 분양 주민과 저층에 거주하는 임대 주택 주민과의 구별과 차별이 암암리에 존재하던 곳이다. 공유 공간인 아파트 내 휘트니스 센터는 임대 주민은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고, 일반 분양 세대 층인 6층 이후 비상계단은 저층 세대가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다. 세양시 신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일반 분양 주민과 임대 주택 주민과의 차이를 따지며, 구별과 차별을 주제로 논쟁을 벌인다. 고층 세대 입주자들의 차별적 발언과 태도는 감염병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때 여실히 드러난다. 일반 분양 입주자들은 임대 입주민과 섞이기를 싫어하고, 좀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저층 세대가 감수해야 한다며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 601호 의사 오주형(백현진 분)은 입주 청소를 하러 왔다가 갇히게 된 청소업체 직원들에게 경비견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놓고 무시하고, 12층 오연옥(배해선 분)은 임대 입주민들이 일반 분양 세대가 거주하는 6층 이후로 올라오는 것을 불쾌하다며 꺼려한다. 이들이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는 집에 투자한 비용 차이가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투자 대비, 차별적 대우가 필요하다는 그들의 논리는 저층 세대 입주자들이 강력한 반론을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든다. 드라마는 감염병 발생, 계엄령 선포, 거주지 봉쇄 등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며 차이를 두려는 사람들, 차별적 상황을 견디면서 감추었던 분노를 폭발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뒤엉키며 끔찍한 공포를 그려낸다. 드라마에서 인물들이 ‘내 집’에 집중하는 이유는 거주하는 공간이 그들 자체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 곳은 고층 세대는 유지를 위해, 저층 세대는 상승을 꿈꾸며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불안이 늘 존재했다. 드라마에서 신종 감염병은 경계가 풀어지고, 서로를 물고 뜯는 적나라한 상황이 발생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드라마 <해피니스>는 감염병의 공포에서도 자신의 ‘집’에 집착하며 가진 자는 누군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데 애를 쓰고, 가지지 못한 자는 위기를 이용해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무서운 욕망을 제시하고 있다.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채우려는 몸부림

드라마 <해피니스>의 감염병은 사람을 물어뜯어 전염시킨다는 특징으로, 일명 광인병으로 불린다. 광인병의 증세는 심한 갈증을 느끼며 물을 자주 마시게 되다가 물로 해소되지 않는갈증을 흡혈로 해결하려는 미친 행동으로 이어진다. <해피니스>의 감염병 환자들은 흡혈하기 위해 사람을 물어뜯는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서 좀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좀비 캐릭터와 차이를 보이는 점은 감염병 환자들은 증상 발현 이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그들은 발현 시,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끔찍하게 여기며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또한 감염병 환자마다 발현 증상을 자기 의지로 조절할 수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감염병 발병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특정 제약회사의 신약 넥스트에 의해서이다. 코로나로 인해 무수한 신약이 개발 되었을 때 경구용 폐렴 치료제로 개발된 넥스트는, 피로회복이나 집중력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으로 뒷거래가 될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되었지만 부작용을 일으킨 실패한 신약이다. 드라마 <해피니스>에서 흥미로운 점은 감염병 원인이 대기업 제약회사의 신약이라는 점,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신약이 고위층, 소위 상위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감염병 초기 발병자들은 제약회사 회장이나 고위층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야기의 중심 공간인 세양시 신축 아파트의 첫 발병자 역시 601호 의사 박민지(백주희 분)이다. 이들 모두 피로회복을 위해 넥스트라는 약을 복용했다.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넥스트를 이용한 사람들은 피로회복이나 집중력 강화를 위해 약을 몰래 구입하여 복용했다. 약을 통해 피로회복이나 집중력을 강화시키려는 것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좀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한 욕망을 담고 있다. 대기업 회장이나 임대 주택 입주민과 자신을 끊임없이 구별하려는 고층 세대 거주자들의 건강에 대한 집착은 지나친 생존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인간의 기본적 생존 본능을 넘어서, 좀 더 잘 살기 위한 집착에 사로잡힌 인물들이다. 그러므로 실패한 신약이 원인인 감염병의 증세는 이들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 더 많이 소유하려 하고, 소유한 것만큼 타인과 구별된 존재로 인정받으려는 욕망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더 많이 갖기 위해 건강도 돈으로 쉽게 사려는 그들의 욕망은 해결되지 않고 최악의 사태를 만든다. 감염병의 증세인 해소되지 않는 갈증은 끊임없이 소유하려는 인간의 집착을 말해준다. 감염병 환자는 물로 해결되지 않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흡혈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며 괴물로 변한다. 감염병 환자의 증세는 다른 사람의 권리나 생존권을 빼앗으며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닮아 있다. 감염병 환자마다 증상의 심각한 정도나 발현 이후 죄책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염 이후 흡혈 행위를 절제하지 못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넥스트 신약을 복용하거나 저층 임대 주택 거주자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이용만 하려했던 탐욕스러운 인물들로 재현된다. 드라마에서는 다소 이분법적 구분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감염병 발현에서 타인의 공격하는 행동의 정도는 감염 이전, 그들의 이기적인 욕망과 연관되어 있다.

 

출처: '해피니스' tvN 홈페이지
출처: '해피니스' tvN 홈페이지

 

강인한 의지와 인간애만이 유일한 희망?

끊임없이 되살아나서 완전한 처치가 어려웠던 좀비에 대한 공포와 다르게, 드라마에서 광인병은 총이나 칼 등 무기를 이용해 살상이나 저온의 환경에서 냉동을 시키는 방법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드라마 <해피니스>에서 광인병자를 좀비라는 괴물과 명확한 구별하려 한 점은 환자, 즉 인간이라는 점이다. 경찰 특공대 새봄과 경찰 이현은 감염병으로 인해 외부로부터 봉쇄된 아파트에서 주민들과 안전하게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현의 경찰 선배 김정국(이준혁 분)까지 경찰 공무원에 속하는 세 명에게는 위험한 상황에서 허용된 무기가 있다. 하지만 새봄과 이현은 광인병에 걸린 사람들이 환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점차 확산되는 감염병과 광인병 환자 구별이 쉽지 않는 상황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성을 잃고 광인병 환자를 괴물 취급할 때조차 두 사람은 그들이 인간임을 기억한다.

새봄과 이현은 부모님과 떨어져 아파트에 홀로 남은 어린아이 박서윤(송지우 분)을 가족처럼 끝까지 지켜나간다. 광인병 감염 이후에도 자신의 발병을 억제하며, 새봄과 서윤 그리고 아파트 입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이현의 행동은 감염병의 공포를 뛰어넘는 강인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이현과 위장 결혼한 새봄은, 위기의 상황에서 이현을 사랑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녀가 원하는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위안이 되는 안식처이다. 그녀가 항체 보유자로 아파트에서 탈출을 성공한 이후 다시 감염된 이현이 있는 위험한 아파트로 향한 이유는 아파트 거주 초기 가졌던 내 집을 지키려는 마음과는 다르다. 결국 감염병이 발현된 이현은 자신을 믿고 달려온 새봄의 사랑으로 발현 증상을 멈추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진정한 안식처였음을 확인한다.

드라마 <해피니스>는 인간이 인간을 향해 직접적 공격을 하는 끔찍한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통해 물질적인 만족으로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욕망은 충족되지 않기에 우리는 보다 가치 있는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은 감염병이라는 재난의 위기를 통해 재현된다. 그것은 끝까지 인간임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제시된다. 물론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 인류애 등은 예측할 수 없는 사회 변화에서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평온한 일상을 회복한 <해피니스>의 결말이 안전하고 행복하지만 막연한 느껴지는 것은 개인의 의지나 사랑의 힘에만 기댄 이유에서가 아닐까.

 

 

글 · 문선영(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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