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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선후보를 선택하는가?"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월호 리뷰
"누가 대선후보를 선택하는가?"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월호 리뷰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2.01.03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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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로 적막했던 연말을 지나 시끌벅적한 새해가 밝았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설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될까? 후보들은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한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월호는 세계 정치상을 신랄하게 진단했다.

 

누가 대선후보를 선택하는가?

 

시민은 때때로 자신이 속한 그룹 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해 대선후보를 선택한다. 이때 언론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회상과 그들의 의견은 중요한 참고자료다. 한 분야의 세계관이 소개되고, 상호작용하며, 세상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특정 세계관은 어떻게 자리잡는가?’ 기사에서 ‘장 이론’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역사학자가 기자에게 말을 걸 때, 이는 한 역사학자가 한 기자에게 말을 건네는 게 아니다. 이는 사회과학 학문장에서 결정적인 위치에 있는 한 역사학자가, 언론장에서 결정적인 위치에 있는 기자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즉, 언론장과 사회과학장이 대화를 나누는 셈이다.

이렇게 얻은 정보들을 종합해, 시민들은 ‘자주적으로’ 대선후보를 선택하고자 한다. 하지만 범람하는 정보 중 신뢰해선 안 되는 썩은 동아줄도 있기 마련이다. 알랭 가리구는 ‘누가 대선후보를 선택하는가?’ 기사에서 언론이 만든 인위적인 구조 때문에 후보선정이 왜곡된다고 지적한다. 가령,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선거 6개월 전에는 시민들의 투표 의사를 가시화하기 힘들다. 어쩌면 그런 정보는 실체조차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 프랑스에서 투표 의사에 관한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닌가.

 

좌파 vs 우파 : 승리 혹은 몰락

 

<멜랑꼴리 (상어)>, 2019 - 다미앵 드루배

전통적인 좌파와 우파의 개념은 이제 실체가 없는 듯 하다. 한국에서 좌와 우, 보수와 진보는 단기적인 표를 가져오기 위해 언제든 트랜스포머처럼 끼워맞출 수 있는 개념이 된 지 오래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르주 알리미와 브누아 브레빌은 ‘좌파는 왜 패배하는가’ 기사에서 유럽 좌파의 분열을 설명했다. 유럽 좌파는 실로 혹한기를 맞았다. 스페인의 포데모스와 독일의 좌파당은 힘을 잃었다. 이탈리아의 진보 진영은 1991년 4월 공산당 해체 후 나침반을 잃고 표류 중이다. 좌파는 민중의 열망을 듣지도, 사회 전반에 팽배한 불만을 기회로 삼지도 못한 채 감정과 가식의 담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우에 대한 두려움만이 아직도 좌파를 결집시키는 유일한 공통분모다.

우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특히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 후보들은 소속 정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권위적 공약들을 앞다투어 제시한다. 이제 자유주의 우파는 사라졌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러나 앙투안 슈바르츠는 ‘가스파르 쾨닉, 자유주의 수호자’ 기사에서, 프랑스의 자유주의 우파는 여전히 영향력 강한 몇몇 지식인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행정의 단순화를 위해 싸운다. 쾨닉은 ‘진정한 자유주의’를 향한 근원으로 돌아갈 추진력이라고 주장하면서 ‘단순화’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가치

 

<기압>, 2014 - 홍선아

정부는 국민을 숫자로 대한다. 우정, 사랑, 관심, 호기심,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은 양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었다. 피에르 랭베르는 ‘나홀로 사회’기사에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된 원인으로 실리콘밸리를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은 정서와 정신 상태를 디지털 상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려면 우선 ‘측정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가치에 계급을 매기는 것이다. 구독자이든, 별이든, 파란색 가루든, 작은 하트든 ‘숫자’로 가치가 평가된다.

이런 식으로, 온라인을 통한 초연결 사회에서 인간은 그 어느때보다 고립된다. 새로운 정치는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자본주의는 무서운 속도로 여러 가치를 잠식하고 있다. 마티외 오닐의 ‘자본이 강탈하는 자유 소프트웨어의 가치’ 기사에 따르면, 상업적 기업들은 말로는 수평 관계를 강조하면서 정작 결정권은 다 가져갔다. 이들은 ‘하나 된 커뮤니티’를 강조하는데, 사실 ‘커뮤니티’, ‘합작’, ‘오픈’ 등의 긍정적인 용어는 결국 감시 자본주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월호는 이 밖에도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일본 여성들’(크리스틴 래버) 기사를 실어 일본 페미니즘 현황을 집중 분석했다. 또한 ‘녹색환경’ 챕터의 ‘시범 녹색도시, 그르노블의 모순’(필리프 데캉)과 ‘녹색 소스의 가치외교’(아네트 렌싱) 기사 등은 가장 시급한 환경문제의 해결을 촉구한다.

 

 

글 · 김유라 기자

 

[목차]

■ Editorial
성일권 | 메타버스에 갇힌 그들의 아바타

■ Article de couverture
피에르 부르디외 | 특정 세계관은 어떻게 자리잡는가?

■ Focus 초점
세르주 알리미 외 | 좌파는 왜 패배하는가
크리스틴 레비 |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일본 여성들
앙투안 슈바르츠 | 가스파르 쾨닉, 자유주의 수호자
알랭 가리구 | 누가 대선후보를 선택하는가

■ Economie 경제
뱅자맹 르무안 | ‘위협수단으로서의 채무’는 아직 유효하다

■ Dossier 녹색환경
필리프 데캉 | 시범 녹색도시, 그르노블의 모순
아네트 렌싱 | 녹색 소스의 가치외교

■ Mondial 지구촌
라헬 크네벨 | 독일의 새로운 사회당 연립정부
로이크 라미레스 | 트란스니스트리아, 종결된 갈등의 흔적
장뤽 라신 | 탈레반의 승리로 판세가 뒤집힌 아시아 외교전
코랑탱 레오타르 외 | 민영화를 통해 권력 강화하는 오르반 헝가리 총리
알렉시아 이셴 외 | 인도인들은 왜 뱀에 많이 물려 죽나?

■ Sports 스포츠
필리프 데캉 | 알파인 스키에서 해방된 산

■ Culture 문화
마리노엘 리오 | 앨리스 닐과 그녀의 전쟁터
크리스토프 고비 | 시적 경험으로서의 수영

■ Digital 디지털
피에르 랭베르 | 나홀로 사회
마티외 오닐 외 | 자본이 강탈하는 ‘자유 소프트웨어’의 가치

■ Corée 한반도
김희경 | 팬데믹 시대, 문화예술이 만들어지는 길
송아름 | 비평은 왜 유희를 인정하지 않는가
안치용 |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커버그에게 존재론을 가르치는 이유
아레즈키 메트레프 | 알베르 카뮈와 그의 스승, 그리고 편지들
1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도서
[기획] 기후변화로 새로 쓰는 24절기 - 이상엽 | ‘네덜란드 오류의 진실’

■ 기획연재
[창간 13주년 연중기획 4]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K-문화콘텐츠는 어디로?
신정아 | K-웹툰, 콘텐츠의 꽃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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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