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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발전, 직원에 “본부장 사택 청소해라”... 반복되는 도덕적 해이 논란
남부발전, 직원에 “본부장 사택 청소해라”... 반복되는 도덕적 해이 논란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2.01.1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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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사택 관리에 투입되는 하청·자회사 직원들... ‘계급사회 실태 드러나’
직원 “본 업무 아니다” 거부에도 … 팀장 “원청이 시켰다” 강행
ESG ‘공정’ 선언 무색한 공익제보자 해고

지난해 부당 업무지시 및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한국남부발전(이하 남부발전)이 최근 청렴·공정을 내재한 ESG 경영을 선언했지만, 또다시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이하 노조)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남부발전의 갑질 문화를 제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남부발전 자회사 청소노동자가 본부장 사택 청소를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남부발전 자회사인 코스포서비스 신인천발전소 청소노동자는 남부발전 신인천빛드림본부 본부장 인사발령으로 인한 사택 입주청소를 근무시간 중 지시받았다. 지시를 받은 청소노동자는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자회사 미화담당팀장이 ‘원청 지시이니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해 결국 사택 청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 인권위 제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남부발전 신인천빛드림본부장 인사발령으로 인한 사택 입주청소를 한국남부발전 자회사 ㈜코스포서비스 신인천발전소 청소노동자에게 근무시간 중 지시하는 등 갑질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출처=뉴스1

노조는 “상식 이하의 갑질이라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며 “청소를 한 노동자들은 ‘무늬만 정규직’인 남부발전의 자회사, 그 안에서도 기간제노동자, 정년을 앞두고 촉탁계약 전환 평가를 앞둔 노동자,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가장 약한 노동자들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청소 지시를 받은 날은 사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근 부서 모든 노동자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대기하던 날이었다”며 “검사결과를 기다리던 청소노동자들에게 자회사 쪽이 갑작스레 원청 본부장 사택청소를 지시한 것은 원청의 지시 없이 자회사 측의 결정만으로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남부발전은 앞서 “신인천빛드림본부 총무차장은 사택 청소가 필요치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면서 “자회사 코스포 서비스 소속 미화팀장이 본인 선의의 판단하에 소속 미화원 3명과 함께 청소를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부발전은 지난 12일 <본지>의 취재에서 “원청이 아닌 자회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자회사가 원청 소속인 만큼 책임 소지를 따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사측은 재발방지를 위해 실태조사 실시 및 내부통제 강화, 지속적인 예방교육 등을 실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갑질 견디다 못해 투신한 하청 직원,
‘조사’도 ‘사과’도 지지부진

지난해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 한국남부발전 앞에서 열린 '한국남부발전 규탄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11.4./출처=뉴스1

남부발전은 불과 5개월 전에도 원청 직원 사택 관리를 위한 부당업무 지시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8월 남부발전 하청업체 한국플랜트서비스(HPS) 소속 40대 노동자 A씨는 원청의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부산빛드림본부 내 3층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A씨는 당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노조는 A씨가 본 업무인 발전소 경상정비와는 연관없는 ‘원청의 합숙소 설비’나 ‘원청 소유 사택의 에어컨 정비작업’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에 항의하면 모멸감을 주는 언사가 이어졌다”며 "사고 직전 3개월간 집중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원청 소유의 사택 관리에 하청업체 및 자회사 직원이 투입되는 현상은 한국 계급사회의 실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더라도 원청 직원은 사택의 거주자가 되는 반면, 일부 직원은 또다시 사택의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노조는 원청이 작업허가서 없이 염산탱크 세정작업을 수행하라고 지시해 하청 직원들이 염산가스에 노출될 수 있고, 염산 누수 작업에 정원보다 부족한 인원을 투입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남부발전 측은 유감을 표시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 가족과 노조의 요구사항인 ‘대표이사 이승우 사장의 사과’와 ‘노사공동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지난 12일 “노사공동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위해 관계자들과 논의중에 있지만 의견차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반복되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도덕적 해이 논란 속 ‘ESG 선언’
남부발전의 공정은 무엇인가

한편, 남부발전은 지난 3일 시무식을 개최하고 “올해를 청렴·공정을 내재한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아 공공부문을 선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간 불거진 논란이 산적한 만큼 사측의 투명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특히 지난해 사내 ‘횡령’을 고발한 공익제보자가 해고된 사건에 대해서는 사측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아, 남부발전의 ‘공정’의 기준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다.

작년 남부발전 자회사 코스포서비스의 관리자가 사업소 경비직원들에게 수당을 과다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린(페이백 횡령) 사실을 공론화한 공익제보자 A씨가 회사로부터 면직 처분을 당했다. 당시 제보자와 공공산업희망노조 등은 이에 항의했으나 사측은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해당 논란에 대해 “사측에서는 공익제보라는 점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하고, 그 이유를 묻자 “추후 공개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글ㆍ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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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