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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중 전선
반민중 전선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3.01.1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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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窓)

오늘날 신흥 강국들은 과거 반식민주의와 반제국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할 만한 국가들이 아니다. 저개발 빈국이던 이른바 '남쪽 국가'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정의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부가 불균등하게 분배됨으로써 미국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에서 소득 불균형이 훨씬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부가 인도와 중국, 아랍, 아프리카에서 국민의 생활과 보건의 개선에 사용되기는 커녕 기업들과 서구의 명품을 사들이는 데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어떤 점에선, '강도 귀족들'(Robber Barons)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이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탐욕스러운 전설적 신흥 기업가 가문(존 록펠러, J. P. 모건, 코넬리우스 반더빌트)들이 그랬다. 이들은 석유·운송·금융 부문에서 점차 유럽 대가문들의 자리를 빼앗았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처음부터 경쟁 관계에 있었던 미국 기업들은 전세계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자사 주주들의 배당을 터무니없이 늘리고,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데 약간 늦게 정통하게 됐을 뿐이다.

걸프 지역의 왕가와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의 올리가키(과두적 산업금융 재벌)들도 똑같은 꿈을 꾸고 있다. 그들도 정통하게 되기를 바란다. 과거 미국의 기업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자발적인 강연자로 변신했다. 프랑스 알자스로렌 지역의 산업단지를 국유화할 것을 너무 빨리 포기한 계획에 대해 질문을 받은 인도의 억만장자 락슈미 미탈은 이런 '후퇴' 결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투자자는 프랑스에 투자하기 전에 아마 두 번 숙고하게 된다."(1) 러시아의 총리도 프랑스의 세금 인상에 대해 비슷한 논지를 폈다. "러시아에선,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세율이 모두 똑같이 13%다. 올리가키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우리는 불투명한 경로를 통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2) 중국 정부도 자유주의적 처방을 옹호하는 데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12년 6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그리스 총선에서 우파 정당의 승리 이후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프랑스 에너지 생산업체인 GDF수에즈의 주주인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의 러우지웨이 회장은 "유럽의 진부한 사회입법"의 존재에 대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게으름과 나태로 몰고 가는 법률"이라고 서슴없이 낙인을 찍었다.(3)

영국의 역사학자 페리 앤더슨은 1815년 빈 회의에서 프랑스와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러시아 등 5대 강국이 전쟁을 예방하고 혁명을 분쇄하기 위해 협조하기로 했던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앤더슨에 따르면, 현재의 세계 질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새로운 비공식적인 5대 열강(Pentarchy)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경쟁국과 협력국으로 이뤄진 이 새로운 보수주의적 신성동맹은 안정을 꿈꾼다. 그러나 이 신성동맹이 건설한 세계는 새로운 경제적 대격변이 발생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이 신성동맹이 무엇을 하든 간에, 가까운 장래에 벌어질 사회적 소요가 잉태되고 있다.

 

/ 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번역 / 류재훈 hoonie@hani.co.kr <한겨레> 온라인 국제판 에디터.

(1) 인터뷰, <르피가로>, 2012년 12월 13일.
(2) 인터뷰, <르피가로>, 2012년 11월 26일.
(3) 르 마르틴 뷜라르(Le Martine Bulard), ‘중국, 위기와 밀수꾼’(La Chine, la crise et fraudeur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블로그 ‘플라네트 아시’(Planète Asie), blog.mondediplo.net, 2011년 11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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