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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디플로>의 새 출발
<르 디플로>의 새 출발
  • 성일권
  • 승인 2013.09.12 2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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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에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독자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법인은 한겨레와의 제휴관계를 공식 종료하고(1면 안내문 참조), 이번 9월호부터 독자적 책임 아래 <르 디플로>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르 디플로>의 독자적인 발행 소식에 많은 분들이 그 배경에 궁금해하면서도, 뜨거운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앞으로 진정한 독립 언론의 진면목을 보여달라.” “<르 디플로>가 없는 우리 사회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헤어지더라도, 진보 매체끼리 잘 협조하기 바란다.”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원만히 해결되기 바란다. 인터넷 PDF파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신랄한 힐난조의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은 “8월호 정기구독하자마자, 배달사고라니 너무 무책임하다”며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습니다. 

뒤늦게나마 8월호가 배달되었고, 이를 받아본 독자님은 또 한 차례 의아해했을 것입니다.  <미디어오늘>과 <기자협회보>, 그리고 몇몇 언론의 기자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한겨레와의 제휴관계 종료에 대한 배경을 물어왔습니다.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었습니다. 발행 지연은 무조건적으로 독자님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르 디플로> 책임이며, 무엇보다 발행의 권한과 의무를 맡고 있는 저의 분명한 과오입니다. 독자님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사실, 저희는 오래전부터 <르 디플로>의 독자적 존립을 위해 고민해왔습니다. 한겨레는 <르 디플로>의 훌륭한 파트너였음이 틀림없습니다. 한겨레와 함께 <르 디플로>는 몇 년 만에 한국 지식사회에 반드시 읽어야 할 고급 지성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르 디플로>의 본래적 가치와 독자성의 철학에서는 서로 이견이 있어 좀 더 건강한 언론의 책무를 위해서는 발전적 이별을 할 때가 되었다는 데 서로  공감했습니다. 마치 영화 <설국열차>의 주인공 요나가 열차 밖의 동토로 나아가 결국 희망의 북극곰을 목격하듯, 저희도 두렵지만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르 디플로>가 한겨레와 제휴한 이유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국내 진보 매체와의 시너지적 만남을 기대했고, 적지 않은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많은 독자님이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셨고, 그런 만큼 양사 간 결별 소식에 많은 분, 특히 독자님들의 안타까운 심정이 전해졌습니다. 저 또한 <르 디플로>와 한겨레 간 업무 종료에 누구보다 가슴이 아픕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왠지 모르게 섭섭합니다.

저는 독자님들께 약속드립니다. 앞으로도 <르 디플로>는 합리적 비판과 성찰의 공론 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지적 담론을 주도하며, 독자님이 곰곰 의미 있게 읽고, 주위 분들에게 자랑스럽게 권유할 수 있는 필독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끝까지 믿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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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권
성일권 sungilkwon@naver.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