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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디플로, 박근혜 정권의 뜻밖의 수혜자?
르 디플로, 박근혜 정권의 뜻밖의 수혜자?
  •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발행
  • 승인 2014.02.0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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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살 수 있나요?”
“왜 잡지를 구하기가 힘듭니까?”

이번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의 급성장(?)에 대해 자랑 좀 하겠습니다. 요즘 <르 디플로>의 편집실에 구독문의 전화가 자주 걸려옵니다. 어떨 땐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와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입니다.

<르 디플로>의 판매 및 광고 업무를 대행해온 거대 신문사 <한겨레>와 지난해 8월 공식 업무 종료 후, 저희는 애써 의연함을 과시하면서도 내심 한겨레 팬들의 이탈을 노심초사 걱정했습니다. 한마디로, 기우(杞憂)였습니다. <르 디플로>를 찾는 독자분은 한겨레와의 제휴 때보다 같은 기간 중에 2~3배나 늘었습니다. 지난해 11월호의 경우엔, 금세 매진이 되어 일부 독자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했습니다. 고인(故人)이 된 피에르 부르디외와 스타철학자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같은 쟁쟁한 필진들의 ‘활약’에 힘입은 바였지만, 그 후에도 <르 디플로>의 판매고는 계속하여 최고치를 경신해왔습니다. 물론, 거대신문사가 발행하는 시사 주·월간지의 엄청난 판매실적에 비하면 아직 소소한 수준이지만, 저희는 독자님 한분 한분이 모두 소중할 따름입니다.

한겨레와 제휴업무 종료 후, 거대신문사의 대문짝만한 지면을 통한 홍보활동도 없었고, 자전거나 가방 같은 선물이나 현금 공세가 없었는데도 <르 디플로>에 대한 독자님들의 사랑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물론, 페이스북(www.facebook.com/ilemondekorea)이나 트위터(@le_diplo_korea)를 통한 독자님과의 활발한 소통이 그 이유 중의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르 디플로>의 급성장(?)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번역진도 같고, 편집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필진과 편집 방향도 일관됩니다. 곰곰, 언론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며 자세를 추슬러 봅니다. 권력과 자본에 쉬이 흔들리지 않고, 사건의 표층 아래 흐르는 심연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과 그 흔적들이 독자님들에게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평해봅니다. 또 어쩌면, 우리가 공유했던 시간 및 공간의 흔적과 그 기억마저 지우려는 현 정권의 억지와, 우리의 삶을 갈수록 옥죄는 권력과 자본의 교집합적 전횡에 독자분들이 <르 디플로>에서 답답증을 해소하시는 게 아닐까 미뤄 짐작해봅니다.

다소 억지스럽지만, 그런 점에서 <르 디플로>는 현 정권의 뜻밖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보수 언론은 물론, 일부 진보매체마저도 권력과 자본의 지원을 얻기 위해 꼬리를 내리는 지금, <르 디플로>는 경비견(Chien de garde)으로서 꼬리를 추키며, 전투 대오를 가다듬어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물면 안 놓는 진돗개 정신처럼 오로지 독자님들만을 위한 충실한 경비견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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