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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증상 읽기(7) 외모] 외모 욕망,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사회의 증상 읽기(7) 외모] 외모 욕망, 어떻게 볼 것인가?
  • 정경훈 l 아주대 영문과,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승인 2015.04.0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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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몸짱, 얼짱, S라인, V라인, M라인, 성형, 자연미인, 식스팩, 메트로섹슈얼, 지방흡입수술, 선풍기 아줌마, 거식증, 외모지상주의, 취업성형. 이것들은 요즘 “외모”란 말을 생각했을 때 필자의 머리에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외모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우리 삶의 한복판을 점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되어 이 말들이 필자의 뇌와 감각에 각인된 것이다. 여러 조사들에 의하면, 정상체중자 여대생의 95%가 몸매를 관리할 의향을 나타냈고, 여성뿐 아니라 성인 남성의 21%가 외모 때문에 체중을 조절했다고 하며, 저체중여성 넷 중 한명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참 잘 먹어야 할 청소년들도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하여 생리불순, 골다공증, 성장부진, 위장병, 빈혈 등의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일부 성인들은 몸매를 비관하여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다이어트 때 여성 2%는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외모가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연구가 심심치 않게 미디어에 보도되고,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좁은 취업문턱을 넘기 위해 취업준비자들이 성형으로 인상을 개선하려는 ‘취업성형’이 유행되고 있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한국여성의 53%가 성형을 받고 싶어 하고, 성형외과 고객의 1/3이 남성이라고 한다. 성형수술을 받는 어떤 이들은 선풍기 아줌마처럼 성형 중독에 걸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맞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중에는 거식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2011년 현재 한국의 거식증환자가 약 1만 여명에 달하고,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정상체중의 사람도 체중강박증에 시달리게 되는 외모강박시대, 외모불안시대에 살고 있다. 외모, 어떻게 하면 멋지고 개성있게 보일 수 있을까?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외모를 중시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TV등 대중매체의 이미지 중시 현상, 이상적인 몸매를 기준으로 낙인찍으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뷰티산업이 외모불안조장의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여성의 외모욕망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욕망임을 지적하며, 여성들에게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자유롭게 살라고 외친다.

하지만 여성들은 그런 외모욕망에서 자유롭기 힘들다고 실토한다. 미인 이미지와 자아 이미지를 이미 무의식 깊숙이 내재화 한 여성들에게 “그것은 타자의 욕망에 종속되는 것이야!”라고 지적한다고 해도 그 여성들의 욕망은 변하기 힘들다. 왜 그런가? 이것은, 정신분석가 라캉의 말처럼,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기 때문이고, 자아는 원래 타자의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환상, 즉, 타자에 의해 매개된 이미지이기 때문이며, 증상은 고통임과 동시에 향유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모문화는 가부장적 젠더 이데올로기 뿐 아니라 자본주의, 계급, 대중매체, 시각문화, 서구 이미지의 식민화, 유교적 출세주의, 집단획일주의, 인간 주체의 구조, 욕망, 향유 등의 요소가 중층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생겨난다. 외모욕망은 종종 한두 가지 관점에서 이성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제거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외모욕망을 갖는 사람, 즉 그 주체는 무엇이며 그 내부의 욕망 메커니즘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주체, 자아, 외모욕망

정신분석학자 라캉에 의하면, 주체는 기표(signifier)의 생산물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 아빠, 의사, 간호사 등은 “아이가 건강하다, 잘 생겼다” 등등 아이에 대해 기표를 말한다. 이렇게 아이는 기표들의 세계인 상징계로 들어간다. 엄마와 아이가 울음소리, 제스처, 말 등의 기표로 소통하는 동안, 기표가 본질적으로 몸의 욕구 자체를 직접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기표화되지 않는 비(非)의미가 발생한다. 이것을 소외라 한다. 소외는 분열을 낳고, 분열은 결핍을 낳고, 결핍은 욕망의 근원이 된다. 우리는 욕망하는 분열된 주체이다.

분열된 주체가 자신에 대해 통일감을 느끼는 것은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라캉에 따르면, 자아는 보통 생후 6-18개월 거울단계에서부터 생긴다. 아이가 거울 앞에서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거울에 비친 자기의 이미지도 움직이는 것을 보며 매우 즐거워한다. 아직 몸을 잘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가 자기 몸의 움직임과 거울에 비친 이미지의 움직임 사이의 일치를 보며 자신의 통일성을 느끼며 즐거워한다. 아이가 거울에 비친 이미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을 라캉은 ‘상상적 동일시’라 부른다. 상상적 동일시와 여기서 느끼는 쾌감이 자아 형성의 기초가 된다. 이처럼 자아는 생래적인 실체가 아니라 거울에 비친, 소외된 이미지를 자기로 착각함으로써 구성된다. 거울은 물질적인 거울일 수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아이의 이미지를 비추는 거울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타자는 그에게 “잘 생겼다” “너무 먹어 뚱뚱하네” 등의 기표를 발하고, 이 기표의 재현은 그에 대한 담론이 되고, 아이는 이 담론을 내면화, 동일시 함으로써 자아를 구성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발해지는 기표연쇄를 대타자(the Other)라 부른다. 주체가 대타자와 동일시하는 것을 ‘상징적 동일시’라 부르는데, 이는 거울 이미지와의 상상적 동일시와 더불어 자아를 구성한다. 엄마 뿐 아니라 주체에게 기표를 발하는 대중매체, 학교 교육, 광고, 문화이데올로기 등은 모두 대타자이며, 이들은 상징적 동일시의 과정을 통해 자아를 구성한다.

상징적 동일시는 상상적 동일시가 일어나는 바탕인 매트릭스이다. 예를 들어, 소녀가 거울 앞에서 자기의 날씬한 몸매를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다고 하자. 소녀(자아)에게 날씬한 몸매는 바람직한 외모여서 자신의 날씬한 몸매를 보며 만족해한다. 이것은 상상적 동일시이다. 그런데 소녀가 날씬한 몸매를 바람직한 외모로 생각하는 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그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그의 사랑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은 아빠/엄마—나아가, 소녀가 선망하여 그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는 학교 선생님, 대중매체 등—이 여자의 날씬한 몸매를 바람직한 외모로 직간접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아빠/엄마와의 동일시는 아빠/엄마라는 대타자와의 동일시, 즉, 상징적 동일시이다. 소녀가 날씬한 몸매의 자신의 이미지를 보며 만족해하는 것은 아빠/엄마와의 상징적 동일시를 전제로 한다. 아빠/엄마가 ‘자아 이상’(ego-ideal)이라면, 자아 이상의 매트릭스를 배경으로 소녀가 자신의 바람직한 이미지라고 믿는 날씬한 몸매는 ‘이상자아’(ideal-ego)이다. 이상자아는 주체가 상징적 동일시를 하는 대타자가 제공하는 이미지와 상상적 동일시를 함으로써 형성된다. 이상자아는 자아를 이끌어 가는 바람직한 자아의 모습으로, 주체의 무의식에 깊게 자리 잡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 멋지거나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모습(이상 자아)을 자신에게서 발견할 때 만족감을 느끼는데, 이것이 자아감이다. 그러나 자아는 주체의 참된 본질이 아니라 주변 대타자의 담론과의 동일시, 즉, 허상적 관계에 의해 형성된 구성물이다. 하지만 자아가 실체가 아니라 허상이라 할지라도, 자아는 주체의 삶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가 이상적 자아에 못 미치는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할 때, 예를 들면, 날씬한 몸매가 이상자아인데 현실의 몸은 뚱뚱할 때, 우리의 자아감은 상처를 받는다. 이상자아와 현실의 주체 사이의 분열이 심리적 고통을 낳는다.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날씬한 몸매라는 이상자아에 자신을 맞춰 몸을 날씬하게 하거나, 이상자아를 날씬한 몸매가 아니라 뚱뚱한 몸매로 바꾸어, 뚱뚱한 몸매를 보면서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 날씬한 몸매의 이상자아를 가졌지만 현실에서는 몸이 뚱뚱한 사람이 지속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날씬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자신의 이상자아를 뚱뚱한 몸매의 이미지로 완전히 바꾸는 것은 자아의 무의식 구성을 급진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매우 어렵다. 날씬한 몸매를 이상자아로 여기고 그에 따라 몸을 만드는 것은 가부장제의 욕망에 종속된 것이며 타자의 욕망일 뿐이라고 여성주의자들이 지적해도 많은 여성들이 그런 욕망에서 자유롭기 힘든 것이다. 합리적 비판을 통해 자신의 이상 자아와 현실 자아를 일치시켜 행복을 찾으면 될 텐데, 왜 그것이 그렇게 힘든가? 여기엔 단순히 합리성의 문제가 아니라 욕망과 향유의 문제가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라캉에 따르면, 욕망은 생물학적 욕구와 달리 아이가 상징계에 진입하면서 형성된 것이기에 대타자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래서 “인간의 욕망은 대타자의 욕망이다.” 우리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거나 일류대학이나 일류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갖는 것은 많은 타자들이, 상징계의 대타자의 담론들이, 그것을 욕망하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의 가치는 그 자체로 (사용)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타자가 그것에 대한 욕망을 갖기 때문이며, 그것의 향유의 가치는 그것을 욕망하지만 향유하지 못하는 타자들 때문에 존재한다. 가치는 사용가치(use value)라기보다는 향유가치(jouissance value)이다. 모두가 S라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의 S라인에 대한 욕망은 강하지 않을 것이다. S라인 몸매가 바람직한 것으로 재현되지만 그것을 가지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 몸매를 가진 소수의 주체는 향유를 느끼는 것이며, 그 향유가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S라인 몸매를 갖기를 욕망하는 것이다.

자아가 강한 이상자아를 가진 경우, 여기에는 그럴 듯한 자기 이미지와의 동일시(상상계), 그 이미지를 바람직한 것으로 만드는 매트릭스인 대타자(상징계)와의 동일시, 이상자아와 자신의 동일시에서 오는 향유(실재계)가 중층적으로 작동한다. 이상자아와 현실의 자아 간의 불일치로 고통을 겪는 주체가 있다면, 비판담론을 통한 이상자아의 해체는 매우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 친구, 선생님, TV, 그림, 동화책, 광고, 영화, 인터넷 등등을 통해, “날씬한 몸이 예쁘다”라는 기표를 끊임없이 들었다면, 날씬한 몸매의 이상자아를 형성하고 그것에 대한 강력한 환상을 갖기 쉬운데, 실제의 몸이 뚱뚱하다면, 자아는 상당한 상처를 받을 것이다. 날씬한 몸매의 이상자아가 대중 매체 등의 담론에 의해 상징계의 수준에서만 형성되었다면, 이 담론에 대한 강한 비판은 그런 이상자아를 해체하고 새롭게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자아에 상상계, 실재계의 차원이 모두 작용하는 강력한 환상이 있다면, 사태는 매우 복잡해진다. 날씬한 몸매의 이상자아가 초자아로 작용하며, 뚱뚱한 주체를 처벌, 예를 들면, 음식섭취를 거부하게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자아와 이상자아와의 관계가 모든 주체에게 동일한 종류와 강도의 관계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주체A와 주체B가 같은 한국사회의 일원이라도, 주체A에겐 날씬한 몸매가 이상자아의 주요 요소이지만 주체B에겐 뛰어난 지성이 이상자아의 핵심을 구성할 수 있다. 외모문화가 외모획일주의, 외모차별주의로 되지 않으려면, 이러한 이상자아의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주체A와 주체C의 이상자아에 날씬한 몸매가 주요 요소라 하더라도 주체A에겐 날씬한 몸매를 이상자아로 하는 것이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모두가 작동하는 강력한 것일 수 있지만, 주체C에겐 실재계의 향유가 약하게 작동하는 것일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몸매 만들기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적은 반면, 전자에게는 매우 크다. 특정한 이상자아와 현실자아와의 관계에 이러한 종류와 강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각 주체의 개인적 삶의 역사의 차이 때문이다.

 

외모욕망의 중층구조

대타자, 자아, 향유의 문제가 외모욕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외모욕망은 다른 욕망들처럼 “대타자의 욕망”임과 동시에 환유와 은유의 메커니즘을 통해 구성된다. 환유는 주체의 마음에서 하나의 기표가 인접관계에 의해 다른 기표로 연상, 대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소녀가 날씬한 몸매에 대한 선망을 갖는데, 그 이유가 어려서 매우 사랑했던 이모의 두드러진 특성이 날씬한 몸매였다면, 날씬한 몸매에 대한 그녀의 현재의 욕망은 그녀의 욕망 대상이 이모에서 이모의 한 특성인 날씬한 몸매로 환유적으로 운동한 결과이다. 은유는 하나의 기표가 다른 하나의 기표를 대체하는데, 특히, 하나의 기표가 복수의 기표를 대체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성공하길 열망하는 소녀가 아이돌A를 우상시하는데 그의 두드러진 특성은 날씬한 몸매이고, 그녀가 매일 수 시간 씩 보는 TV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날씬하며 뚱뚱한 사람들은 낙오자라고 제시되는 경우, 그녀에게 날씬한 몸매의 기표는 그녀가 열망하는 아이돌A와 성공의 기표 양자를 대체하는 은유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집단적으로 일어나는 지금의 외모욕망은 개별 주체들에게 사회의 복수의 상징코드들이 은유적으로 중층작용하여 발생한다.

대중매체의 담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외모욕망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외에도 우리 문화에서는 전통적인 시각문화인 관상문화, 외모에서도 경쟁과 서열화를 만드는 자본주의 문화, 남녀평등과 성해방으로 인해 얼굴 뿐 아니라 몸의 섹시함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섹시코드, 지금도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지만 눈에 크게 드러나지 않아 문화적 무의식이라 볼 수 있는, 성공을 부추기는 유교적 출세주의, 오똑한 코 등 서구의 미적기준의 식민화, 가족관계나 친구 관계는 물론 학교 등의 집단에서 개인의 독특함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한 집단획일주의 등이 외모욕망에 중층적으로 작용한다. 외모욕망은 하나의 단순한 현상처럼 보이지만 이는 다층적 담론 코드가 작용하는 은유의 현상이다.

 

외모욕망과 향유의 차이

외모욕망에 다층적인 대타자 담론이 작용하지만, 그것은 개별 주체가 대타자 담론에 의해 형성된 외모 이미지를 이상자아로 내면화/동일시할 때 일어난다. 여기에 동반되는 향유의 강도 차이에 따라 두 가지 양태가 있다. 하나는 주체가 담론의 재현을 이상자아로 받아들이지만, 내면화와 동일시에 리비도가 많이 투자되지 않아, 이상자아에 대한 강한 향유가 없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 주체가 몸만들기에 적극 참여하고, 바람직한 자기 몸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의 기쁨을 얻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신성형수술을 받거나, 성형 중독에 걸리거나,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를 일으킬 만큼 몸만들기에 집착하진 않는다. 이들은 몸만들기에 열중하기도 하지만, 몸만들기에서 자기보존의 자아욕망을 해치는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나거나, 몸만들기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동반하여, 이상자아에 자기를 맞추는 데서 오는 기쁨보다 고통이 더 크면, 몸만들기를 멈추게 된다. 다이어트에서 흔히 보는 요요현상은 이들에게 많이 발견된다. 또한 이들은 몸 담론이 형성한 이상자아에 대한 리비도 투자가 많지 않아, 외모지상주의 비판 등 반대담론을 많이 접하면, 몸만들기로부터 거리 두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외모 담론에 의한 이상자아를 형성하는 다른 양태는 주체가 이상자아에 대한 강한 환상과 그 환상에서 향유를 크게 느낄 때 일어난다. 여기에 다시 두 양태가 있다. 첫째는 외모이상과 현실의 자아 사이에 고통이나 증상을 동반하는 불일치가 없고, 외모이상에 따라 자기 몸을 만드는 행위에서 주체가 나르시스적 환상과 기쁨을 향유하는 경우이다. 여기서는 대타자와 주체가 행복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두 번째는 외모 만들기에 집착하지만 그것이 심각한 고통이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이상적 외모의 이상자아는 주체를 지배하는 강력한 주인기표이다. 주체는 이 주인기표에 깊이 각인되어 그것에 복종하지만 고통스럽다.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형에 의존하거나, 성형 중독에 걸리거나, 거식증에 걸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선풍기 아줌마 한혜경씨가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계속 성형수술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부작용의 위험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운 가수로 대성공한다는 이상자아에 대한 환상과 그 환상의 순간에 느끼는 향유가 위험에 대한 우려나 평소에 느끼던 결핍감, 성형에서 오는 고통을 다 가려줄 만큼 강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성형중독은 그녀의 증상인데, 정신분석에서 잘 알려진 것처럼, 증상은 고통임과 동시에 향유이다. 재활치료에서 그녀가 성형수술과 더불어 정신치료를 받는 것은 그녀가 이 ‘환상을 가로질러’, 그것이 주는 향유를 격감시키기 위함이다. 다른 증상처럼, 향유가 격감되거나 제거되지 않는 한, 그녀의 성형의존이나 외모우상은 반복된다.

거식증자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거식증자는 여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단식투쟁이나 패러디가 아니다. 같은 거식증상을 나타내더라도 거식증자들의 심리적 원인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첫 번째 경우는 주체(여성이든 남성이든)가 마른 몸의 기표를 이상자아로 받아들임은 물론 마른 몸의 이상자아를 구현하는 것이 초자아의 지상명령이 된 경우이다. 거식증자가 섭취를 거부하거나 섭취한 음식을 토하면서 자신의 몸을 마르게 하는 것은 한편으로 고통스럽지만, 정신적으로는, 금욕적인 수도사처럼, 초자아의 지고한 윤리적 명령에 따라 이상적인 자아를 만들어간다는 숭고한 실천이기에 도덕적 기쁨을 동반한다. 거식증자가 자부심이나 수도사적인 정신성을 흔히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의 거식은 단순히 강도가 센 다이어트가 아니다. 그것은 초자아와 자아의 일치에서 오는 지고한 향유의 증상이다. 거식의 치료 또한 이러한 향유의 제거 없이는 어렵다. 두 번째의 거식증자는 자학증적 도착자일 수 있다. 거식증자로서의 도착자에게 있어서 거식으로 몸을 마르게 하는 것은 자기를 대타자에게 봉헌하는 숭고하고 진지한 예식적 행위이며, 거식은 단순히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이 아니라 자학적 쾌락을 준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거식증을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체가 타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거식증을 통해 어느 곳에서도 찾지 못하는 참된 향유를 얻는다면, 거식은 그에게 나름의 훌륭한 삶이다. 타자에게 무엇이 절대선인지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실재의 향유는 기표화될 수 없고, 주체에 고유한 것이어서, 주체 자신이 증상, 고통의 제거를 스스로 요청하지 않는 한, 타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우리는 그의 향유를 존중해야 한다.

 

외모민주주의

주체가 외모에 어떻게 관심, 무관심을 갖게 되고, 어떤 방식(다이어트, 운동, 성형, 폭식 등)으로 실천하며, 어느 양태(일반적이거나 중독이나 무관심 등)를 보이는가는 그의 개인 역사의 경험에 따라 다르다. 외모욕망에 영향을 미치는 다층적인 사회적 상징코드들에 대한 반응도 주체에 따라 다양하다. 외모욕망이 이상자아와 단순히 상징담론의 수준에서만 연결될 수도 있고 환상과 향유를 동반하는 심층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외모욕망이 단순하지도 단일하지도 않은 것임을 알아야한다. 외모에 대해 단일한 기준, 단일한 가치는 없다. 체질적으로 뚱뚱한 편인 사람이 날씬한 몸매를 이상기준으로 삼는 대중 담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 다이어트 하느라 고통이나 우울증을 겪는다면, 그것은 자신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불행한 증상이다. 대타자의 담론에 따른 자아상이 아니라, 자기에게 맞는 자아상을 찾아야 한다. 편안한 외모자아의 발견이 어렵다면 정신분석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자기를 모르는 채, 성형 중독처럼, 몸 가꾸기가 병리화하여 주체 자신도 받아들이는 못하지 자기 파괴로 나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그 길만이 자신의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고 한다면, 누가 무슨 권리로 막을 수 있겠는가? 외모욕망이 증상적, 병리적인 형태로 발전하지 않고, 건강한 외모문화로 꽃피기 위해서는, 각 주체가 자기에게 편안한 기쁨을 주는 외모 자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각자가 자유롭게 자기에게 맞는 외모자아를 추구하고, 그러한 다양한 외모가 우리 사회에서 존중되어야한다. 이제는 무지한 외모차별주의, 맹목적인 따라하기, 막연한 외모불안을 벗어나, 각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외모를 긍정하고 향유하는 외모민주주의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글‧정경훈
버팔로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박사를 받았고, 아주대 인문대학장을 맡고 있다. 현재 <라캉과 현대정신분석학회> 부회장이며, 주요 논문으로 <외모문화와 시대욕망-라캉의 욕망 그래프와 외모욕망에 대한 정신분석>, <타자에게 열리는 주체: 영화 시와 피에타 그리고 철학담론에 나타난 윤리감성 연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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