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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르디플로 읽기, 끊이지 않는 한국판 ‘음모론’
6월의 르디플로 읽기, 끊이지 않는 한국판 ‘음모론’
  • 성일권
  • 승인 2015.06.0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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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이번에도 음모론이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를 엄벌하겠다"고 강조한데 이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는 양상이다. 정부 당국이 직접 '수사'를 언급하면서까지 유언비어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터넷과 SNS에선 유언비어를 넘어 그럴듯한 시나리오까지 갖춘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 사례로 든 '유언비어'에는 "당분간 XX병원 가지 마세요. XX병원 icu 폐쇄되었다고 하니, 혹여나 병원 근처엔 안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XX 지역에 지금 메르스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좀 나왔는데 굉장히 전염이 잘 된다" 등 발생 지역이나 병원의 실명을 거론한 내용들이 담겨있지만, 인터넷에선 그보다 훨씬 흉계적이고 음모론적이다. 예컨대, ‘한국 메르스는 미국 네오콘의 지시에 의한 미군의 실험 또는 백신 장사용 사전포석일 수 있다,’ ‘어둠의 자본이 한국 증시에서 한탕을 노린 선동 작업의 일환이다’ 등. 공교롭게도 주한미군이 오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까지 우편배달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군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메르스 관련 음모론은 더욱더 확산되고 있다. 뒤늦게 정부는 메르스 괴담 내지 유언비어에 대한 엄벌을 강조하지만, 사실 음모론의 숙주는 정보를 독점하고 차단하는 정부가 아닌가? 천안함, 광우병, 4대강, 자원외교비리, 그리고 세월호 참사까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보독점으로 온갖 음모론이 생겨났고, 그때마다 정부의 유언비어 및 괴담 엄단 발언은 반복되어 왔다. 음모론이 대개 괴담이나 유언비어로 끝나지만, 뒤늦게 사실로 밝혀진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탓에 인기연예인들의 결혼이나 이혼 발표까지도 권력이 뭔가 감추기 위해 터트리는 음모론의 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즘이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사실을 사실 그대로, 진실을 진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불신의 늪에 빠진 것은 힘 있는 자들의 ‘사기와 거짓말’ 탓이다. 음모론이나 유언비어는 정보를 통제하는 사회, 정부를 불신하는 사회에서 넘쳐나는 법이다. 우리사회를 둘러싼 음모론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국제사회에서도 그렇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월호에선 ‘음모론’ 특집을 통해 누가 왜 음모론을 확산시키는지, 음모론의 매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집중적으로 다뤄, 우리사회에 만연한 괴담과 유언비어, 음모론의 본질을 곰곰이 사유해 보도록 이끈다. 한편, ‘민중의 6월’을 맞아 한국판에서 기획한 민중과 진보, 남북관계에 관한 학자들의 글들도 다소 불편한 주제이지만, 밑줄 쳐서 읽을 만한 내용들이다. 특히 철학자 이정우 교수가 이달부터 철학에세이 연재를 시작하고, 그 첫 순서로 ‘진화인가, 진보인가?’를 게재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애독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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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권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