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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비싼 것’이 아니라‘비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보청기,‘비싼 것’이 아니라‘비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 안경준 기자
  • 승인 2015.06.04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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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부평‘다인보청기’청각사가 전하는 보청기 가격 이야기

◆비싸지 않은 보청기가 비싸게 팔리는 이유
보청기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보청기 가격이다. 보청기 가격 비교에 나서 보면, 200만 원에서 3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형이 있는가 하면 30만 원대 염가 제품도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보청기가격의평균은 100만 원 초반대 정도라고 한다. 고급형을 제외한다 해도, 염가 제품의 존재를 근거로 하여, 보청기 판매자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정당할까? 인천•부평 ‘다인보청기(http://blog.naver.com/howwehear)’의 김하진 청각사(032-518-2325)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고급 수입차의 대명사인 벤츠도 모델에 따라 3천만 원대 차가 있고, 6천만~8천만 원대 차가 있으며, 1억이 넘는 차도 있다. 보청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는 최고급 보청기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전체 보청기 가격이 200~300만원대라고 하면서 비싸다는 논조를 펼친 바 있는데, 보청기라는 제품의 다양성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김 청각사는 이어서 “보청기에 ‘비싸다’는 낙인이 찍히면 30만 원대 음성증폭기 판매가 늘 것인데, 음성증폭기는 귀를 해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식약처에서 난청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보청기 교체 시기는 구입 후 10년으로, 이 기간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가격은 체감보다 현저히 낮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보청기 가격이 높은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답은 ‘보청기 수요’에 있다. 보청기의 착용자 수요자가 모자라 월 판매 수량과 매출액 자체가 낮고, 매출액에서 임대료, 인건비와 공과금을 제하고 나면 사장의 월급도 챙기기 어려우니 보청기 가격표에 들어가는 숫자가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김 청각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보청기가격에는 각종 보청기관리와 점검비용, 보청기조절등 사후관리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비싸게 팔리는 보청기, 제값대로 쓰려면?
염가 보청기라도 착용 후 효과에 만족한다면 최고, 500만 원대 최고급 보청기라도 효과에 불만이라면 최악이다. 보청기 사용 기간을 고려한 실질적 가격이 소비자들의 체감보다 낮다는 것이 맞다 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착용 효과다.

보청기 착용 효과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은 정밀 조절 실패에 있다. 보청기는 착용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제품으로, 보청기관련학과 전공자나 청능사,청각사가 청력검사 결과등을 토대로 정밀 조절을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즉, 제품 자체보다는 정밀 조절을 해주는 전문가의 능력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김하진 청각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염가 보청기에서 정말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이 정밀 조절이다. 기능 자체가 없는 제품이 많고, 설령 기능이 있더라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용된,경력 없는 신입사원이나 아르바이트생등이 정밀 조절에 나서는 경우가 자주 있는 편이다. 잘못 조절된 보청기를 장기간 착용하면, 보청기에 대한 불만족 해소가 불가능하고 말소리를 이해하는 능력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결국, 난청 환자를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한 보청기 전문가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업계 현실에서 저렴한 소비자가격으로는 전문가 고용을 위한 인건비 충당조차 버겁다는 의미다.

소비자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청기 판매 현장에서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것은, 병원에서 의사 대신 자격이 없는 일반인에게 진찰을 맡기는 것과 같다. 보청기 가격을 낮추라는 맹목적인 요구는, 진정으로 난청 환자를 위하는 길이 아니다. 비싸게 팔리는 보청기를 난청 환자들이 제값대로 쓸 수 있도록, 보청기 관련 자격증 국가공인화 등 업계 현실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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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준 기자
안경준 기자 reporter21@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