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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인질극
이상한 인질극
  • 한광덕 | 한국판 국내편집장
  • 승인 2009.11.05 18:2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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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르 디플로’ 읽기

1면을 막 넘기신 독자 여러분, 일별한 느낌은 어떠신지요. 각축하는 세 꼭지 기사들의 긴장감이 혹시 전체적인 균형을 방해하고 있진 않나요? 익숙한 포맷이 되레 불균형의 욕구를 자극한다면 상자기사를 ‘좌’에서 ‘우’로 옮기는 ‘전향적’ 편집을 하면 어떨까요?

균형은 안에서 불균형을 품고 불균형은 새로운 균형을 찾는 동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글로벌 불균형’이란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죠. 능력 이상으로 소비한 미국의 적자와 열심히 물건을 만든 아시아의 흑자가 지속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뜻합니다. 그런데 아시아가 수출해서 번 달러는 다시 미국 금융시장으로 환류돼 빚더미 제국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불균형’은 ‘공포의 균형’이기도 합니다. 왼쪽에 위치한 프랑수아 셰스네 교수의 ‘경제위기’ 기사는 세계경제의 균형 문제에 불만을 품은 오른쪽 시각에 절망합니다. 우리가 흥청망청 쓰지 않았다면 너희가 어떻게 알뜰살뜰 살아갈 수 있겠느냐는 궤변에 대해서 말입니다. 도덕적으로 빚을 지고 있는 너희가 다시 한번 위험을 감수해 미국 경제를 살려내라고 목청을 높이는 대목에선 세계경제를 인질로 삼고 겁박하는 인질범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인질범은 ‘아프가니스탄’ 기사에서 알몸을 드러냅니다. 저물어가는 경제 패권을 군사적 패권으로 붙들어매려고 ‘탈레반의 악마화’란 낡은 레코드를 틀고 있는 오바마의 맨살이 처연합니다.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붕괴의 길을 걸은 소련과 망령에 시달리는 베트남전을 데자뷔하는 미국의 인질극은 더 이상 관중을 모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아프간의 무대에 다시 서려고 합니다. 스스로를 인질로 규정하며 인질범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는 신종 ‘스톡홀름 증후군’일까요?

균형은 정적인 상태이고 불균형은 동태적인 시간이라고 합니다. 한국판 특집 기사 ‘변절과 전향’은 행위자의 동태를 관찰자의 정태가 포착한 것을 변절이라고 전제합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매개하는 ‘도덕 감정’이라는 모호한 장치를 벗어나 변절의 내면 속으로 들어갑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진정으로 심각한 정치적 문제는 지식인 몇몇이 보수로 전향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시민이 ‘몸’까지는 진보로 전향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은 결국 우리의 성찰로 돌아옵니다. 이번호부터 ‘독자 에세이’를 싣고 ‘지역별 읽기 모임’ 소식을 공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변절하지 않고 성찰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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