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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인플레’ 또는 거품?
개혁의 ‘인플레’ 또는 거품?
  • 성일권
  • 승인 2016.01.28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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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담았던 제1야당에서 “개혁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뛰쳐나간 안철수 의원은, 자신이 서둘러 만든 신당의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앞으로 이 낡은 정치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바꾸겠다. 정치개혁에 맞서는 어떠한 시도에도 굳건하게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의 독선적 권위주의에 버금가는 제1야당의 무능과 무위에 질린 탓인지, 안의원의 단호한 의지에 격려를 보내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벤처사업가 출신의 그는 누구 못지 않게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로 비쳐진 정치인이다. 창조적 혁신의지를 갖고 굴지의 기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기업가답게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혁과 혁신, 창조적 파괴를 강조한다. 벤처사업가 출신의 그가 정치지형도에서 좌‧우가 뭔지, 진보와 보수가 뭔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채, 때로는 집권여당편의 ‘엑스맨’같은 순진한 발언을 쏟아내 우리에게 웃음거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번 그의 정치적 모험은 ‘창조적 파괴’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가 창당선언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의 주변엔 ‘사람들’이 몰려든다. 단기간에 회사를 수백, 수천 배 키운 벤처기업가답게, 그의 신당은 제1야당을 위협할 만큼 몸집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정치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인사들까지 신당에 새로운 똬리를 틀고, 개혁의 전도사로 탈바꿈하는 희극이 연출된다. 뇌물수수에 투기, 탈세, 부정부패, 무능으로 얼룩진 자들이 거대 탑을 쌓으려는 신당의 주춧돌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 뿐이랴! 무릇, 모든 정당엔 이념과 철학이 있거늘, 정치개혁에 동참 의사만 있다면 여당 정치인들도 환영한다 했으니, 머지않아 등장할 거대 벤처신당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필자가 벤처신당이라 칭한다고 해서 결코 신당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며, 벤처기업의 코스닥 상장처럼 신당의 신속한 교섭단체구성력을 높이 평가함을 밝혀둔다.)
여기에 제1야당까지 자신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몰리고 있는 이유를 깨닫지 못한 채 정치개혁을 주창하며, 몸집 키우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도부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인사들을 ‘영입’하고서 정치개혁의 적임자라고 내세운다. 벤처신당이나 제1야당은 자신들의 개혁정치를 위한 인물영입 경쟁을 벌이지만, 정작 자신들이 이런 부질없는 경쟁을 벌이게 된 원인은 모르는 듯하다.
제1야당이나 신당이 ‘개혁’을 소리 높여 말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을 설득력 있게 내놓지 못한다면, 그들의 ‘말뿐인’ 개혁 레토릭은 오히려 개혁 혐오증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벤처신당은 물론, 제1야당의 주요 정책에 대해 잘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토록 개혁을 부르짓는 제1야당이나 신당 지도부, 그리고 개혁 정치의 수많은 지망생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당신들이 말하는 개혁이란 무엇인가?”
개혁이란 그다지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게 아니다. 국가개혁이나 사회개혁, 경제개혁이라는 거대한 전환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내부개혁, 나 자신의 과욕을 버리는 것이 진정한 개혁의 시작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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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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