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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낙오자의 운명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낙오자의 운명
  • 모리스 르무안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 승인 2009.11.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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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낙오에 대한 두려움’ / 에리크 모랭

경제학자 에리크 모랭(1)이 최근에 집필한 에세이다.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비에 베르트랑 프랑스 대중연합 대중운동 사무총장은 이렇게 열변을 토했다. “지나친 보호중심주의 노동권을 자랑하는 프랑스가 가진 패러독스, 나날이 커지는 샐러리맨들의 불안감을 정치적으로 논의하자고 처음으로 제안한 인물이 바로 니콜라 사르코지였다. 저자 에리크 모랭도 논리적인 분석을 통해 같은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에리크 모랭은 낙오 현상으로 프랑스 사회가 마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더 나은 지위를 누리고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아온 중산층과 상류층에게 낙오는 청천벽력과도 같다. 지난 1년 동안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정리해고된 샐러리맨의 수는 프랑스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1%를 차지한다. 낙오 현상의 한 예다. 기존에 차지하던 샐러리맨이라는 지위에서 떨어져나왔기 때문이다. 저자 에리크 모랭이 보기에 프랑스가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업보다. 실제로, 영광의 30년(사민주의적 집권 기간) 동안 정부마다 사회적 통합을 위해 해고를 금지하는 보호주의 정책을 무분별하게 내놓았다. 그 결과, 종신고용이 보장되면 될수록, 나중에 일자리를 잃을 때 잠재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높아져 불안감이 높아진다. 특히 위기가 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종신고용을 보장받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놓으려 하지 않고, 특별한 기술이 없는 젊은이들은 더욱 들어갈 직장이 없어진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고등교육이 대중화되면서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론에 대해 저자는 반박한다. 실제로는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이 점점 더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이다. 직업을 구할 때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또 다른 예를 든다. 1993년 경기불황 때 고학력 젊은이들이 공무원직으로 들어갔는데 직장은 안정적이었으나 특별한 재능을 살리지는 못하게 되었다. 더구나 이들은 힘들게 얻은 자리인 만큼 쉽게 놓으려 하지 않지만, 예산 삭감으로 해고될 수도 있는 처지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학력 계급이든 아니든 그 누구도 이제는 해고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책으로 에리크 모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프랑수아 드 클로젯, 드니 올리벤, 알랭 맹크과 같은 견해를 보여준다. 클로젯은 베스트셀러인 저서 <언제나 더 많이!>(2)로 낙오 현상을 우려했고, 올리벤과 맹크는 사회계층이 더 이상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계층과 소외된 계층으로 나눠진다며 새로운 사회문제를 제기했다. 말 그대로 낙오 현상이 프랑스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지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각주>
(1) 에리크 모랭, <낙오에 대한 두려움. 불황의 사회학>(La peur du déclassement. Une sociologie des récessions), 2009.
(2) 프랑수아 드 클로젯, <언제나 더 많이!>(Toujours plus!), 1982.

글·모리스 르무안 Maurice Lemoine 


역사 물결 휩쓸린 벵골만 여인들 사랑과 투쟁

<계절풍 몬순 그 이후> / 셀리나 센

영어로 된 인도 소설이 프랑스어 번역본으로 나왔다. 저자 셀리나 센이 성공을 거둔 그의 첫 소설은 뉴델리 근교를 배경 삼아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할되었을 때 조국을 떠난 인도 북부의 벵골만 이주자들의 삶을 담고 있다. 3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다. 버리고 온 조국에 대한 기억에 묻혀 사는 의사 다두, 똑똑하지만 심술궂은 디다가 1세대, 두 사람의 딸 마는 군인이던 남편을 여읜 과부로 2세대, 마의 두 딸로 지적인 느낌을 주는 크호비와 아름다운 소날리가 3세대를 이룬다. 이처럼 3대가 한집에서 살아간다. 간디의 암살로 인도가 혼란스러워지자 이들은 불안한 인도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쓴다.

역사의 물결에 가정이 휩쓸리자 여성들은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고민하며, 각박한 현실에 적응한다.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성인이 된 크호비와 소날리는 복잡한 법칙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디다는 두 손녀를 바라보며, 특히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지닌 소날리의 성장을 지켜보며 흐뭇해한다. 소날리는 빼어난 외모와 사랑스러움으로 인근 처녀들 가운데서 군계일학으로 빛난다. 하지만 명문 자제인 소니가 나타나면서 소날리의 평화로움은 깨진다. 소날리는 잘생기고 언변이 뛰어난 소니를 이성으로서 사랑하게 된다. 소니도 소날리에게 끌린다. 하지만 소니는 가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정해진 규수와 혼인하게 된다. 자신을 버린 소니를 보며 소날리는 마음이 찢어질 듯이 괴롭지만 자존심 때문에 표출하지도 못한다. 결국 소날리는 소니의 가난한 사촌과 결혼한다. 소니의 사촌은 부유한 소니의 집안을 위해 바다에서 일하는 남자다. 그런데 소날리의 남편은 어느 날 배와 함께 바다에서 실종된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실종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빼앗긴 사랑, 가정의 일상적 비극을 그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인도를 배경으로 가장 추잡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망명의 고통, 빈곤, 지배 카스트 계급의 오만함, 무기 거래, 공금 횡령, 부패한 정부 조직, 정치 폭력 등 모든 추한 것이 사랑과 복수를 테마로 한 소설에 들어가 있다. 특히 저자는 어느 평범한 가정이 겪는 일에 초점을 맞춰 혹독한 세상을 고발한다.

이 소설은 저자의 유려하고 세심한 문체가 돋보인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을 어느 가정 속으로 데려간다. 독자들은 그 가족의 일상과 꿈을 엿본다. 또한 이 소설은 색채, 향기, 감각으로 가득하다. 소설 곳곳에 인도의 전통의상 ‘사리’의 다채로운 염색 과정과 아름다움, 주방에서 나는 향신료의 진한 냄새 등 감각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섬세하고 세련된 문체, 담담한 톤, 풍경, 정원, 요리, 의상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느낌이 오늘날 인도의 폭력적 상황 이야기와 묘한 대조를 이루며 매력을 준다. 또한 이 소설은 현대화를 겪는 인도에서 살아가는 용기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크호비는 전통과 개방 사이에서 갈등하고, 소날리는 과거에 등을 돌린다. 크호비와 소날리는 현대 인도의 두 얼굴을 상징한다.

글·미셸 가지에 Michél Gazier  


<난 톈안먼에 있었다> / 차이 총궈  

1989년 6월 4일 밤. 당시 젊은 철학 교수였던 차이 총궈(Cai Chongguo)는 톈안먼에 있었다. ‘탱크들이 시체를 깔아뭉개고 뒤로 물러가는 모습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와 초록색 옷을 입은 소년. 내 옆에서 공포의 비명을 지르던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내 기억 속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톈안먼 사태 때 몇 명이나 죽은 것일까? 진압 때 사용된 총은 얼마나 될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중국 인민해방군은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하던 시민에게 총을 겨누었다. 중국 역사에서는 당시 사건을 애써 감추려고 하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5월 동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정치 지도층을 비난하고 관료들의 탐욕, 나날이 커지는 사회 불평등에 항의했다. 경찰의 수배를 받던 저자는 7월 1일 성공적으로 홍콩으로 탈출했고 프랑스로 망명해, 지금까지 중국노동회보에 참여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노동회보는 중국에서 독립 노동조합 운동을 확대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알제리의 축구와 정치> / 유세프 파트

축구는 가벼운 주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축구 문제’가 독립 이후의 알제리 사회의 모순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어 흥미롭다. 알제리의 축구에는 유럽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알제리도 축구경기에 투자를 했다. 알제리에서는 축구가 지나치게 정치화되는 것이 문제다. 또한 알제리의 경기장은 폭력으로 얼룩질 때가 많다. 축구 서포터스들은 특히 축구 경기장에서 평소에는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반항적인 의사표현을 한다. 알제리 사회의 문제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인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 문제를 생각해보고 있다.

<자연보호에서 생물 다양성 관리까지> / 파트리크 블랑댕

파리 자연사박물관의 교수 파트리크 블랑댕은 20세기 동안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특히 환경학자들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가 점점 생물학적 환경과 함께 발전해가자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인간은 생태계에 대해 알수록 자연에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났고 이는 환경공학이라는 학문으로 발전되었다. 환경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스트레스 받는 오렌지 텔레콤> / 이반 드 로이

이 책의 부제는 프랑스텔레콤의 스트레스 경영이다. 프랑스텔레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프랑스텔레콤의 잔인한 경영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프랑스텔레콤 직원들이 자살했는가? 프랑스텔레콤의 경영 방식은 무시, 스트레스, 학대라고 요약할 수 있다. 프랑스텔레콤 직원들의 자살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보다 더 은밀하고 잔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직원, 노조, 의학 연구가, 직장 보건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고 프랑스텔레콤의 추악한 진실을 분석하고 있다.

요약 및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한불상공회의소 격월간지 <꼬레 아페르> 전속 번역. 번역서로는 <여성의 우월성에 관하여>(200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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