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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내 사랑
후쿠시마, 내 사랑
  • 에밀리 기요네
  • 승인 2016.09.3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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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내 사랑 (1)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후 5년이 흘렀고, 사고 원인이 된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책이 여러 권 나오고 있다. 짧지만 꼼꼼한 자료조사가 돋보이는 에세이에서 마티유 골렌(2)은 1970년대 고도성장과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일본의 원자력 산업이 급속히 발전해온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도쿄는 10년 만에 첫 원자로를 가동하게 된다(프랑스의 경우는 20년 정도 걸렸다). 이어서 약 10년간 후쿠시마 다이이치를 포함한 18개 원자로가 건설된다.
이처럼 원자로 건설 강행군의 원동력이 돼 준 것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시스템이다. 바로 그 유명한 ‘원자력촌(村)’은 언론계, 정계, 재계 간의 긴밀한 관계로 구성되고, 견제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원자력 규제기관의 관리를 받는다. 골렌은 이런 원자력 카르텔이 형성된 과정과 관계자들, 그들의 작업방식, 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 오랫동안 유지된 배경에 대해 꼼꼼히 조사하고 있다. 
일본 원자력 산업의 은밀한 폐쇄성은 아르노 볼르랭(3)도 다루는 소재다. 기자인 볼르랭은 사고가 난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매일 교대 근무했던 운전자 7천~1만 명을 인터뷰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열악한 보수, 수많은 편법과 탈법, 운전자 대다수에게 강요되는 침묵의 법칙을 들려준다. 또한, 볼르랭은 특히 노심용융(원자력발전에서 원자로가 담긴 압력용기 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중심부인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것-역주)된 핵연료의 회수 및 날로 높아지고 있는 비용에 대해 여전히 의문점이 많은 후쿠시마 발전소를 해부한다. 2014년 한 조사에서는 후쿠시마 사태로 발생한 총비용을 810억 유로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로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과 계속 늘고 있는 보상금을 감안할 때, 총비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4)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원자력 산업개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아시아에서 일본의 예는 결코 특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에세이 2부에서 마티유 골렌은 일본에서 적용되는 논리가 한국과 중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흥국에 원자력 발전소가 수출되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는 논리다. 또한 지불능력이 부족한 국가는 수출국의 융자시스템, 혹은 개발지원에 힘입어 구매에 나선다.(5) 이에 대해서는 서구 강대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골렌은 아시아의 원자력 산업발전에 있어서 서구 강대국이 미친 영향, 그리고 핵 비확산 약속을 저버리다시피 한 서구 강대국의 태도를 지적한다. 
끝으로 골렌은 에너지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원자력에 반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아시아 대륙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부 국가에서는 훌륭하게 성공했고, 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활동들도 경제성장주의와 재계의 로비, 단속에 가로막혀 여전히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 아시아 국가들은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으며, 이미 심각한 산업재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에서 공개토론이 열릴 가능성은 앞으로도 미미할 듯하다. 
 
 
글·에밀리 기요네 Émilie Guyonnet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등이 있다. 
 
 
(1)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한 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Hiroshima, Mon Amour)>(1959)을 본뜬 제목으로 보인다(역주)
(2) Mathieu Gaulène, <아시아의 원자력: 후쿠시마, 그리고 그 이후?(Le Nucléaire en Asie. Fukushima, et après?)>, Philippe Picquier, 아를, 2016년, 208쪽.
(3) Arnaud Vaulerin, <황폐한 풍경: 후쿠시마의 일회용 인간들(La Désolation. Les humains jetables de Fukushima)>, Grasset, 파리, 2016년
(4) Philippe Messmer, ‘La catastrophe de Fukushima plus coûteuse que prévu(예상보다 대가가 큰 후쿠시마 사태)’ 참조, <르몽드> 2014년 8월 30일
(5) Françoise Nicolas, Céline Pajon, John Seaman, ‘la nouvelle diplomatie économique asiatique: Chine, Japon, Corée comme exportateurs d'infrastructures(아시아의 새로운 경제 외교: 인프라 수출국인 중국, 일본, 한국)’, <Asie. Visions(아시아. 비전)>, n.68,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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