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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개혁… 불가능을 생각하라
거꾸로 된 개혁… 불가능을 생각하라
  • 세르주 알리미 | 프랑스판 발행인
  • 승인 2008.10.29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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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에서…

세르쥬 알리미
프랑스<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요컨대 모든 것이 가능했다. 국가의 막대한 금융 개입, 유럽 안전조약의 규제 망각, 긴급 수혈 앞에서 굴복한 중앙은행, 블랙 리스트에 올라간 조세회피 천국들,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은행들을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대다수 대중들의 존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자유 질서의 기반을 어떻게든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런데 '세계화는 우리의 법이다', '국고가 비었다', '시장이 용납하지 않는다'와 같은 말들은 이제 고전이 됐다.
 지난 30년간 '개혁'이 진행 됐다. 그런데 거꾸로 진행된 것이다. 공동 이익을 명분으로 더 두텁고 더 즙이 많은 '파이'에 자금을 투자하는 방향으로…. 예를 들면 주주들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현금 기계로 변신한 민영화된 공공 분야에 투자한 것이다. 봉급쟁이들을 위한 사회보장 확대에 반대해 자유 무역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그 결과 수 천만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구매력을 지키기 위해, 교육을 위해,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 퇴직 준비를 위해 투자(증권이나 보험에)하느라 빚쟁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월급의 가치 절하와 사회보장의 붕괴는 금융 제도의 왜곡을 초래하고, 강화시켰다. 주택에 투기된 거품은 투자로 변신하게 됐다. 투기 거품은 이데올로기 헬륨이 가득 담긴 시장적 사고(思考)로 인해 부단히 부풀려졌다. 그리고 우리의 사고방식이 변했다. 더 개인적이고 더 계산적이지만 연대성은 희박해졌다.
 2008년 붕괴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도덕적 반성' 같은 완화제나 '남용'의 종식을 통해서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시스템이 무너져 내렸다.
 그 무너진 시스템 주변으로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걸 다시 일으켜 세워 석고 붕대를 해주고, 에나멜을 발라 장차 그 시스템이 사회에 새롭고 위용을 자랑하는 탑으로 거듭 나길 희망하는 것이다. 자유주의의 악영향 앞에서 분노한 척하는 '의사'들은 예산, 규칙, 재정, 이데올로기 등 온갖 흥분제를 처방한 장본인들이다. 그들 스스로는 자신들이 무자격자였음을 자가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정치와 미디어가 자신들의 죄를 사해주기 위해 동원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영국 은행에게 독립성을 부여한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전 재무장관) '경쟁' 강박에 시달리는 호세 마뉴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 그리고 재정 긴축, 일요 근무, 우체국 민영화 등을 고안해 낸 니콜라 사르코지 등은 자본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친 듯 보였다.
 사실, 그들의 뻔뻔함에 앞서, 이 같은 공조는 과거 자유주의적 정책을 채택한 좌파 정권들에게도 있었다. 즉 미국의 민주당 소속 대통령 빌 클린턴 재위 기간 중에 겪은 금융 정책 완화, 프랑수아 미테랑 때 폐지한 봉급 연동제, 그리고 리오넬 조스팽과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이 주도한 민영화, 실업자 수당에 도끼질을 가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도 오직 조속한 '위기' 탈출을 위해 상호 협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좌파들은 어떠할까? 이런 심각한 시기에 너무 소심한 나머지 투기자본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 최소한의 봉급 인상, '신(新)브레튼 우즈' 체제, 풍력 발전소 등 미미하지만 유용한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쌓인 먼지나 털고 있는 것으로 스스로 만족하는 걸까? 영국 경제학자 케인즈의 이론이 먹히던 지난 수 십 년간, 우파 자유 진영은 불가능을 생각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였다.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를 탄생시킨 현 우파 지식 흐름의 대부로 꼽히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우파 자유 진영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사회주의자들의 성공으로부터 자유주의자들이 배워야 하는 주된 교훈은 이상주의자들이 되겠다는 그들의 용기다. 그것이 최근까지도 아직 불가능해 보이던 것은 매일 같이 가능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세계 시스템의 핵심이라 할 자유무역1)을 문제 삼을 수 있을까? 이상주의자인가? 왜 아니겠는가, 요즘은 은행과 관계되는 것이라면, 모든 것이 가능할텐데….
   번역 | 조은섭 chosub@ilemonde.com

 


 

1) 1993년 노벨상 수상자인 신자유주의적 경제학자 게리 베커(Gary Becker)는 "노동권과 환경 보호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과다하게 요구되고 있으나, 각 선진국은 자유무역을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제품에 맞서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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