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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로 옮겨온 선진국병
아프리카로 옮겨온 선진국병
  • 프레데릭 르 마르시스 | 인류학자
  • 승인 2017.03.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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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최근 대대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는 증거로, 소위 ‘선진국 병’이라 불리는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이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식습관 변화, 빠른 도시화, 농산물 가공업계의 성장이 국민 건강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당뇨병은 흔히 ‘선진국병’ 또는 ‘문명병’으로 불린다. 하지만, 2030년 이후에는 아프리카에서도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비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가 에이즈 등 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1) 말라리아, 황열, 에이즈, 에볼라 등으로 인해 아프리카는 서구인들의 머릿속에 보건 및 위생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전염성 질환에 이미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와중에 이제는 비전염성 질환까지 증가하면서, 국가의 보건 시스템뿐만 아니라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가족들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2) 당뇨병 환자의 급증은 아프리카 내에서의 비전염성 질환 증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당뇨병은 현재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당뇨병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개인에 대한 보건교육을 강화하고,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도시화와 질 낮은 가공식품 등이 주된 원인

“당뇨병은 세네갈에 언제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간 당뇨병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3) 

세네갈의 당뇨병 전문의 사이드 노루 디옵이 설명한다. 2012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무려 3천8백만 명 이상이 비전염성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들의 4/5인 2천9백만 명은 저-중소득 국가(세네갈, 카메룬, 브라자빌 콩고, 가봉 등) 출신이다.(4) 비전염성 질환의 급증 현상은 도시화를 포함한 삶의 방식 변화와 관련이 깊다. 아프리카가 독립할 무렵에는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15%에 불과했으나, 오늘날 도시 거주 인구는 인구의 약 38%에 이른다.

도시화는 육류를 비롯해 오일, 소금, 탄산음료의 소비를 늘리는 등 식생활의 변화를 가져왔고, 운동량은 이전보다 대폭 감소했다.(5) 여기에 알코올 소비, 흡연, 화학적 제품에의 노출까지 더해졌다. 질병 예방 프로그램과 유전적 소인 분석 작업이 부족하거나 심지어는 부재하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 개개인의 (선천적 또는 후천적) 책임을 묻기 전에, 아프리카 시장을 값싸고 질 낮은 제품들로 채우고 있는 농산물 가공업체들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엄청난 광고에 힘입어 마기(Maggi)가 숨발라(Soumbala: 아프리카 콩 ‘네레’로 만들어진 양념장)를 대체한 것이 그 예다. 정부는 각종 제품들의 유통을 규제하고 국민들의 건강 유지를 위한 정보들을 배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다.

2014년, 당뇨병으로 발생되는 보건비용은 6,120억 달러를 기록했다.(6) 세계보건기구는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누적 경제적 손실’의 증가, 즉 보건 시스템의 과부하, 환자 및 사망자 증가에 따른 노동 시장의 질적 저하, 사회 조직의 약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또한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비용은 연간 112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201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경제적 손실은 7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전염성 질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것은 심혈관계 질환(1,730만 명)이다. 그 다음이 암(760만 명), 호흡기 질환(420만 명), 당뇨병(130만 명)이라고 세계보건기구는 발표했다. 아프리카 최빈국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75.1%가 자신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추정된다.(7) 가봉, 남아프리카, 케냐 등과 같은 저-중소득 국가의 경우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성 질환들에만 주의가 집중되면서 비전염성 질환들에 대한 심각성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8)

4대 비전염성 질환인 심혈관계 질환, 암, 호흡기 질환,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수의 약 80%를 차지한다. 위험 요인들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나쁜 식습관’이다. 이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9) 과체중은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저-중소득 국가의 아동들은 체중관리가 특히 어렵다. 태아, 영유아동기, 청소년기에는 영양소 부족을 겪고 그 이후에는 지방과 당분, 염분을 다량 함유한 영양학적으로 질이 낮은 음식들을 섭취한다. 결과적으로 영양실조와 비만이 공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10)

전염성 질환 퇴치에 집중하느라 
놓치는 비전염성 질환

세계보건기구는 1991년부터 이런 상황을 강조해 왔지만 관련 당국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11) 2002년에는 세계보건기구가 다시 한 번 이 상황에 대해 경고하고, 영양전이(Nutritional transition) 현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당시에는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의 격차뿐만 아니라 모로코 병원에서 관리를 받는 엘리트층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반 서민들 간의 격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에이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각종 에이즈 관리 및 예방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1996년 유엔에이즈 창설) 당뇨병과 기타 비전염성 질환 문제 해결을 위한 25년 투자 계획은 무산됐다.

모든 재원과 인력을 오직 에이즈 치료에만 집중하는 수직적 프로그램들 덕분에 에이즈 퇴치에 대한 희망은 커졌지만, 그만큼 질병들의 치료에 필요한 지원은 줄어들었다. 에이즈가 전 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긴 했어도, 우선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질병(예를 들어, 수면병)을 선정해 집중 공략하는 방식은 식민지 시대의 유산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비전염성 질환의 관리 및 예방을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에볼라와 지카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이는 또 다시 묻힐 위기에 처했다. 세계건강문제에 대한 선진국들의 자금지원 여부는 역학적 자료 분석에 기초한 인도적 차원보다는 자국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사실이다.(12) 만약 말라리아, 당뇨병, 산모 사망이 전염병이었다면 상황은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흔한 제2형 당뇨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인슐린 투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빈곤국의 보건 시스템에는 진단, 관리(예를 들어, 합병증 예방에 필요한 당화혈색소 측정기), 치료 도구들이 없어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절단밖에 방법이 없다. 예방 및 환자 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하고, 빈곤층은 당뇨병 식단을 챙길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다.

세네갈 정부는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실행 중인 ‘m-diabetes’ 이니셔티브를 지원한다. 휴대폰을 통해(세네갈 인구의 83%가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다) 당뇨병 예방법, 식단 관련 조언, 발 관리 방법, 라마단 기간 동안의 당뇨 관리 등에 관한 메시지를 배포한다.

저개발국 보건 시스템의 허술함을 고려할 때, 비전염성 질환의 해결은 국제 사회주체들의 의지에 일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현 상황은 정책적 선택을 필요로 한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환경과 식습관, 치료(선진국의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할 수도 있다)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에 따라 비전염성 질환 확산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공공 시스템이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고, 모든 환자들에게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장기적 치료를 요하는 질병들로부터 빈곤층이 위협을 받지 않게, 전 세계 공동 또는 관련 국가들과의 연대 하에 역학적 전이(Epidemiological transition)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1980년대 말부터 혈당 측정기와 당뇨병 진단기가 생산되면서 당뇨병의 발병 여부 확인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것이 에이즈의 경우와 같은 정책적 효과를 가져 오지는 못했다. 오늘날 당뇨병, 더 넓게는 비전염성 질환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진단기와 관리 도구의 확충, 의료 수준 향상은 물론 사회적 불평등 해소, 공정하고 효율적인 보건 시스템의 마련, 그리고 당뇨병의 주된 원인인 탄산음료와 질 낮은 식품들로 아프리카 시장을 잠식시키고 있는 농산물 가공업계의 로비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현재 성인 당뇨병은 제3세계의 국민들과 선진국의 빈곤층 아이들에게 주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는 경고한다.(13) 부디 에볼라와 지카 바이러스가 다시 등장해 이제 막 지펴지기 시작한 비전염성 질환에 대한 관심의 불씨가 사그라지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정책적 대응이 하루 빨리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글·프레데릭 르 마르시스 Frédéric Le Marcis
인류학자. 리옹 고등사범학교 소속 연구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Nasheeta Peer, André Kengne, Ayesha Motala & Jean-Claude Mbanya, <Diabetes in the Africa region : An update>, 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n.103(2), Amsterdam, 2014년 2월 
(2) Jean-Pierre Dozon, <D’un tombeau l’autre(하나의 무덤은 또 하나의 무덤을 가린다)>, Cahiers d’études africaines, vol. 31, n.121, Paris, 1991 
(3) <Le diabète africain, une maladie à part(아프리카의 당뇨병, 소외된 질병>, Destination santé, 2014년 6월 17일, https://destinationsante.com 
(4) 인용: Adama Ly, <Cancers et autres maladies non transmissibles: vers une approche intégrée de santé publique(암과 기타 비전염성 질환 : 통합된 공중보건 접근법을 위해)>, Journal africain du cancer, vol.4, n.3, Midrand(남아프리카), 2012 
(5) 브누아 브레빌, ‘비만에 시달리는 지구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2년 9월호  
(6) 국제당뇨병연맹, <연간 보고서>, 브뤼셀, 2014 
(7) Nasheeta Peer, André Kengne, Ayesha Motala & Jean-Claude Mbanya, op. cit. 
(8) Jessica Beagley, Leonor Guariguata, Clara Weil & Ayesha Motala, <Global estimates of undiagnosed diabetes in adults>, 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n.103 (2), 2014 
(9) Adama Ly, <Politiques internationales et maladies non transmissibles : actes manqués et objectifs de développement durable(국제 정책과 비전염성 질환: 부족한 활동과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Journal africain du cancer, vol.7, n.3, 2015년 8월 
(10) 세계보건기구, 세계보건기구 공보, n.311, 제네바, 2015
(11) Hilary King & Marian Rewers (세계보건기구의 당뇨병 전문 특수 그룹), <Le diabète de l’adulte: désormais un problème dans le tiers monde(성인 당뇨병, 오늘날 제3세계의 문제로 떠오르다)>, 세계보건기구 공보, n.70(1), 1992
(12) 브뤼노 카나르, ‘에볼라 위기를 키우는 군대식 대응’,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15년 2월호  
(13) Gayle Reiber & Hilary King, <Guidelines for the development of national programmes for diabetes mellitus>, 세계보건기구 비공개 문서, 1991

박스기사 1 

과소평가된 질환들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은 마그레브와 마쉬렉(Machrek)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사망률은 실제보다 낮게 집계되고 있는데, 신뢰할만한 정부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기 지도에서의 지역 분류(서태평양, 동남아시아, 동지중해 등)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박스기사 2

당뇨병의 급증

남아프리카의 당뇨병 이환율(1)은 9.8%이며(남성 7.7%, 여성 11.8%), 정부는 당뇨병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상당히 체계적인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 시스템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 계획의 효율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당뇨병 이환율이 4.2%이지만(남성 4.6%, 여성 3.8%) 당뇨병의 퇴치, 예방, 치료 계획은 전무한 상태이다. 당뇨병의 예방 및 치료가 모두 무료인 프랑스의 당뇨병 이환율은 남성이 6.5%, 여성이 4.4%다. 2013년 세네갈에서는 전체 인구 1,400만 명 중 20~79세의 성인 인구 660만 명 가운데 당뇨병 환자 수가 40만 명인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공식적인 수치로는 6만 명에 불과하며,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비율은 10%에 그쳤다.(2)  

(1) 인구 대비 환자 수
(2) 모든 수치들은 세계보건기구의 국가정보 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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