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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그 화려함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서
오페라, 그 화려함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서
  • 김석영
  • 승인 2017.08.08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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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속의 미학: 몬테베르디에서 진은숙까지

 

성악가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매혹적인 선율, 청중을 사로잡는 그들의 손짓, 그리고 섬세하게 제작된 독창적인 무대까지. 오페라는 청중들로 하여금 이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존재이다. 그러나 오페라의 이러한 외적인 화려함에 모든 시선을 빼앗겼을 때, 작곡가가 그 안에 숨겨놓은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종종 박탈당하기도 한다.

이때 간절히 생각나는 존재는 바로 오페라와 청중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그 안에 있는 의미를 전달해주는 이들이다. 그들은 바로 “음악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음악적 지식을 바탕으로 작곡가가 만든 음악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탐구하는 음악미학을 공부하는 음악학자들이다.

오페라 속의 미학: 몬테베르디에서 진은숙까지

음악미학연구회는 오는 8월 25일 오후 1시 30분부터 합정역 세아타워에서 “오페라 속의 미학: 몬테베르디에서 진은숙까지”라는 주제로 무료 공개학술포럼을 개최해, 음악학자와 함께 오페라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오페라와 청중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음악미학연구회 총서 4권 <오페라 속의 미학> 출간을 기념해 열리는 이 학술포럼에서는 책에 수록된 내용 중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라이히의 <세 개의 이야기>, 이건용의 <봄봄>, 그리고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다섯 개의 오페라 작품에 대한 저자들의 강연을 만나볼 수 있다.

 

 

▲ 음악미학연구회 총서 4권 <오페라 속의 음악미학 Ⅰ: 몬테베르디에서 진은숙까지>

이 학술포럼을 주최하는 음악미학연구회는 음악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현직 음악학자와 서울대학교 음악학 전공 석, 박사 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이다. 그간 오페라의 진흥에 힘쓴 故 이운형 회장을 기려 설립된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음악미학에 관한 저서들을 꾸준히 출간하였다. 그 중에서도 <오페라 속의 미학>은 주요 오페라 작품들을 미학적 시각에서 심층적으로 망라한 책이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페라 평론가 이용숙을 비롯하여, 현재 활발한 활동 중인 음악학자 및 클래식 공연기획자, 서울대학교 음악학 박사과정 학생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오페라 속의 미학>은 현재 활발히 수용되고 있는 모차르트와 바그너의 오페라뿐 아니라, 쇼스타코비치와 스티브 라이히, 아힘 프라이어 등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작곡가의 오페라까지 두루 아우른다. 무엇보다 한 오페라 작품에 담겨있는 의미를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저자들은 철학과 문학, 신화, 애니메이션 등을 종횡무진하며, 기존에 부각되지 않았던 작품의 숨은 의미를 깊숙이 조명한다. 오페라 평론가 이용숙은 “국내에 많은 오페라 서적이 출간되었으나, 대개 초심자를 위한 입문서가 많았다. <오페라 속의 미학>은 오페라 애호가를 포함해 음악 전공생과 전문 연구자 등 다양한 독자층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이번 학술포럼에서 다룰 내용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17세기 베네치아 오페라와 카니발: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

이용숙(오페라 평론가,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

 

▲ 베네치아 깃털 마스크

오페라 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용숙(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수료)은 “17세기 베네치아 오페라와 카니발”이라는 주제로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포페아의 대관>에 접근한다. 몬테베르디는 <포페아의 대관>에서 네로 황제의 두 번째 황후였던 포페아가 네로와 결혼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죄 없는 황후 옥타비아를 폐위하고 스승 세네카에게 사약을 내리며 이룬 부정한 결혼이었지만, 이 오페라는 네로와 포페아를 악한 존재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17세기 오페라는 선악을 판단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초창기 오페라 작품들이 모두 베네치아의 카니발 기간에 공연되었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든 도덕과 가치가 뒤집히는 카니발 기간에는 본능적인 욕망의 사랑이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에 실린 목소리: 라이히의 <세 개의 이야기>

이민희(서울대 음악학 박사수료)

한 세기의 마지막에 서서 지나간 100년을 바라보자. 세기말에 떠올린 지난 100년은 어떤 모습이며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일까? 오페라 <세 개의 이야기>(Three Tales, 1998~2002)는 이런 질문에 대해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와 비디오 아티스트 베릴 코롯이 준비한 답변이다.

이들 부부는 20세기와 21세기가 교차하는 세기말에 지난 100년을 조망했고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모아 오페라로 만들었다. 원자폭탄 시험, 독일 체펠린기 추락, 그리고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들이 선정한 3개의 사건은 그대로 오페라의 3개의 막이 되었고, 오페라의 제목도 <세 개의 이야기>가 됐다. 오페라 안에는 ‘테크놀로지’라는 키워드가 다양한 층위에서 등장한다. ‘'테크놀로지’는 각 막의 소재 및 제목으로, 그리고 오페라를 작동시키는 기술적 도구로 쓰인다. 더 나아가 ‘테크놀로지’는 예술가들의 성취 및 작곡양식을 드러내는 일종의 ‘시학’이 된다.

 

'아이러니적인 해학'의 재창조: 이건용의 실내오페라 <봄봄>

김미영(독일 쾰른대 음악학 박사, 경희대 강사)

이건용의 희극오페라 <봄봄>(2001)은 김유정의 단편소설《봄봄》(1935)을 각색하여 음악화한 것이다. 김유정은 식민지 현실의 문제점을 리얼리즘적이라기보다는 해학적으로 묘사한 작가이다. 김유정의 해학은 또한 아이러니적인 형식과 결합하여 독특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밝은 해학적 웃음의 심층에 부조리와 악을 숨겨 놓아 독자가 그로부터 거리감과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독자를 인식의 주체로 초대하는 이러한 해학적 웃음은 이건용의 희극오페라 <봄봄>에서 구조적으로 음악적으로 재창조되어 나타난다. 청중을 압도하는 진지한 음향과 논리적인 음악 대신 우스꽝스런 음향과 탈맥락적인 극적 ․ 음악적 진행을 통해, 안성댁의 걸쭉한 욕설을 통해 작곡가는 무지한 작곡가로 몸을 낮추어 청중에게 ‘비평적 주체’라는 우월한 위치를 제공한다.

 

영원한 지혜에 대한 갈망: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이성률(독일 뮌스터대 음악학 박사, 한양대 강사)

모차르트(사진)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대한 평가는 극에서 극으로 갈린다. 혹자는 오페라 <마술피리>의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비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없어서 명작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등장인물과 장면 하나하나가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찬 뛰어난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모차르트는 어떤 이야기를 자신의 오페라 속에 담고자 했을까? 모차르트는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거짓이 아닌 참된 진실만이 가치가 있고, 음악은 그 어떤 세상의 권력보다 위대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영원한 지혜는 죽음의 공포마저 극복해야만 얻어지는 고귀한 것이라고 노래한다.

 

근대적 자아의 존재론적 여정: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유선(서울대 음악학 박사수료)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이 빚어낸 꿈의 세계를 친숙하면서도 도발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진은숙은 거장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의 제자이자 음악평론가 진중권의 누나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소속되어 상임작곡가로 활동 중이다. 진은숙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작의 독창성에 필적하는 기발한 음악적 상징과 음색은 활자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매혹적인 빛깔로 반짝이는 오페라 한가운데, 인간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 던질만한 존재론적 질문이 있다. “이 세계는 무엇이며, 나는 누구인가?” 오페라 <앨리스>는 빛을 소리로, 꿈을 현실로 전환하며, 일상에 뿌리박힌 근대적 사고를 뒤흔들어 놓는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관련 삽화

 

“오페라 사랑하는 이들에게 뜻 깊은 선물 될 것”

서울대학교 작곡과 교수이자 음악미학연구회 대표인 오희숙은 “흥미로운 오페라 작품에 대한 독창적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이번 강연회가 오페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뜻 깊은 선물이 될 것”이라 전했다.

오페라의 역사적인 출발점을 만들어낸 몬테베르디의 작품 <포페아의 대관부터 지금도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20세기 현대사회와 ‘테크놀로지’를 그린 라이히의 <세 개의 이야기>,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이건용의 <봄봄>과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이 모든 오페라 작품들을 단 하루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음악미학연구회 2017 학술포럼

<오페라 속의 미학 Ⅰ: 몬테베르디에서 진은숙까지>

 

일시: 2017년 8월 25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 6시

장소: 합정역 세아타워 4층 오디토리움

주최: 음악미학연구회

후원: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참가비: 무료(강연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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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석영 서울대학교 작곡과에서 이론을 전공했고, 현재 동대학원 음악과에서 음악학을 공부하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20세기음악, 동아시아 현대음악, 음악극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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