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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전쟁
종교 전쟁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 승인 2017.11.30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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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프랑스의 언론과 정치계는 뜨거운 광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에도 모든 정황이 유사한 광풍을 불러일으킬 만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한 언론만평이 불러온 예민한 반응, 숙고할 틈도 없이 즉각적인 반응으로 현 사태에 불을 지른 트위터, 그 불에 기름을 부은 종교문제, 산이 홀랑 다 타버리면 행여 자신에게 부활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헛된 기대를 품었으나, 총리직을 지냈던 위상마저 실추한 한 정치인(마뉘엘 발스를 가리킴-역주)의 선동까지. 결국엔 고전적 법칙마저 검증됐다. 이제는 모든 문제가, 심지어 미국여성들의 성추행 문제까지도 순식간에 프랑스의 무슬림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다.

사실 프랑스에 이런 소동이 일어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989년 10월 4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한 달 전에도 ‘크레이 지역의 히잡사건(크레이의 한 중학교에서 무슬림 여중생 세 명이 수업시간에 히잡을 벗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사건-역주)’이 발생하면서, 이슬람은 여론의 대립을 조장하는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이런 종류의 논쟁은 시청률에 목을 맨 민영 TV방송사가 대거 늘어나면서 더욱 거세졌다. 특히 이런 현상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보수 정치 이슬람 세력이 전 세계적으로 득세한 현실과도 매우 관련이 깊다. 심지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1979~1989년)는 서구 언론과 미디어 지식인들이 ‘성전’(지하드)을 열렬히 환호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아프간 종교의 이런 후진적 행태를 극히 매혹적인 이국적 문화로까지 평가했다.(1)
 
각기 언론사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에드위 플레넬(<르몽드> 편집국장 출신으로, 현재 인터넷매체 <메디아파르(Mediapart)>편집장을 맡고 있음)과 리스(<샤를리 엡도>편집장, 리스는 필명이며 본명은 로랑 소리소)가 최근 뜨거운 설전에 휘말렸다(프랑스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저명한 이슬람학자 타릭 라마단을 비호하는 플레넬에 대해 <샤를리 엡도>가 이를 비평하는 풍자만화를 싣자, 플레넬은 ‘무슬림 전쟁’으로 비판하며 반박했다. 이에 다시 <샤를리 엡도>도 이미 테러로 많은 직원들을 잃은 자신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맞받아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역주). 
 
그러나 그동안 여러 사안에서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며, 특히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도 일등공신으로 활약해온 두 인물의 난투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서 말한 사회적 맥락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다른 뚜렷한 해설이 더해지는 것도 아니다. 한 (부당한) 만평에 빈정이 상한 나머지, 이를 ‘무슬림 전쟁’으로 결론을 내리고, 자신의 처지를 나치에게 쫓기는 유명 레지스탕스 활동가들에 비유한 플레넬의 자기중심적 충동.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행위를 “살인교사”라고 비난하며 “미래에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자들에게 사전에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한 리스.(2)
 
그러나 이런 리스의 과도한 발언은 2년 전 테러로 죽어가는 동료들을 바라봐야 했던 한 기자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개인적 비극을 핑계로 댈 만한 사유도 없는 수많은 일급 논설위원들까지 순식간에 가세해 리스의 편을 들고 나섰다. 심지어 반인종주의 협회 회장마저 <르피가로>지에 메디아파르의 국장, 플레넬을 비난하는 듯한 글을 기고했다. “센생드니(프랑스의 이슬람 밀집 지역) 공립학교에 유대인 자녀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은 바로 ‘이슬람좌파주의’의 결과다.”(3)
 
프랑스에서는 종교전쟁이 지금도 여전히 은유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미 신뢰를 잃은 이 언론사에는, 다음 종교 전쟁을 준비하는 것보다 나은 해법은, 정말 없었던 것일까?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Denis Souchon, ‘Quand les djihadistes étaient nos amis(지하디스트가 우리 친구였던 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2월‧한국어판 2016년 3월호.
(2) Riss, ‘Jamais’, <샤를리 엡도>, 2017년 11월 15일.
(3) Mario Stasi, ‘Edwy Plenel a tort sur toute la ligne(에드위 플레넬이 모든 면에서 틀렸다)’, <르피가로>, 파리, 2017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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