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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를 두고 이중 플레이 중인 중국
GMO를 두고 이중 플레이 중인 중국
  • 장 주린 | 기자
  • 승인 2018.02.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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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의 집>, 2002~2003 - 볼프강 라이브

중국 우한의 연구원들이 개발한 GMO(유전자변형) 쌀이 18년 1월 11일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중국 내에서는 GMO 쌀 생산이 금지돼 있다. 중국은 유전자변형작물의 개발은 진흥하면서도, 여론의 거센 반대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유전자변형 작물의 재배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매우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2017년 5월. 택시 운전사의 도움을 받아 아침나절 굽이굽이 쇼우산 길을 오르자, 비로소 유전자변형 쌀 시험재배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중국 남동부 푸저우에서 약 20㎞ 떨어진 울창한 아열대 식물로 뒤덮인 산자락에 위치한, 1만 6천 명 인구의 작은 마을. 이 마을 주민 중 ‘유전자변형작물(GMO)’이라는 표현을 아는 사람을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 경비원도 없이 활짝 열린 철제문 앞에는 분명 ‘유전자변형 쌀 중간실험 및 산업화를 위한 국영재배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2009년 이후, 중앙 정부가 6백만 위안(76만 9,000유로), 지역 정부가 4백만 위안(51만 2,000유로)을 지원해서 마련한 이 170묘(중국의 토지면적단위-역주) 규모의 경작지는 지방농업과학원이 관리하는 한편, 중국 GMO 연구의 거두로 통하는 주 전 교수의 연구팀이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평범한 논 한 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온실 8개 안에 수천 포기의 GMO 벼가 100여 개의 시멘트 화분에 나눠 심어져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각 화분에는 일일이 재배시기와 담당 연구자의 이름이 적힌 푯말이 꽂혀 있었다.

2010년 11월 26일, 지방 당국의 실수로 유전자변형 쌀의 존재를 언급한 문건이 공개됐다. 식약청, 농업부, 통상산업부의 서명이 들어간 이 문건의 제목은 ‘유전자변형 쌀의 통제관리 강화에 관한 정보’였는데, 푸젠성에서 GMO 쌀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문건은 정부 웹사이트에 단 며칠 게재됐을 뿐이지만, GMO 쌀 재배에 대한 의혹을 풀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중국은 어느새 GMO 개발 분야에서 선구자 반열에 올랐다. 1988년부터 중국은 바이러스 저항력을 높인 담배를 생산해왔다.(1) 그러나 오늘날 상업용으로는 오로지 목화와 파파야, 두 종에 대해서만 GMO 재배를 허용하고 있다. 농업부는 공개석상에서 수차례에 걸쳐 두 작물 외에는 그 어떤 GMO 작물도 재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2014년 7월 중국 중부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에서 처음으로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중국중앙방송(CCTV)의 유명 탐사프로그램인 ‘신문조사’ 덕에, GMO 논쟁은 전국으로 확대됐다. 기자들은 우한의 슈퍼마켓에서 구매한 쌀 5포대 중 3포대 안에서 ‘Bt 63’ 쌀이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Bt 63’은 병충해 방지를 위해 명충나방을 죽일 수 있는 독소(Cry 1 Ac)를 만들어내도록 유전자 코드를 변형한 쌀로, 장치파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했다. 장치파는 후안에 소재한 화중농업대학 교수이자 중국과학원의 일원으로 GMO 쌀 연구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방송이 나간 뒤, 중국 전역이 발칵 뒤집어졌다.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10년 전에 외신에서 다뤄진 사건이었음에도 말이다. 사실상 2004년 12월 이미 장치파 교수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후안의 종자회사가 GMO 쌀 종자를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는 자신들이 개발한 GMO 쌀 재배지가 100헥타르를 넘는다고 털어놓았다.(2)

그린피스와 <차이나 뉴스 위클리>가 밝혀낸 것

중국 그린피스는 2개월에 걸쳐 현장조사를 벌였다. 2005년 4월 이 단체가 발표한 ‘불법 유전자변형 쌀, 중국의 쌀을 오염시키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의하면, GMO 쌀 950~1200톤이 이미 후베이성에서 시판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배지 면적만 1,333~1,666헥타르에 달했다. 그린피스는 이보다 훨씬 더 재배지가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정부 감시가 철저한 중국에서는,(3) 그린피스만이 거의 유일하게 중국 내에서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그린피스의 조사결과는 평소 검열이 심한 중국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만큼 이 문제를 놓고 중국 지도층의 의견이 얼마나 엇갈리는지를 확연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5년 뒤 중국의 대표적 시사주간지 <차이나 뉴스 위클리>가 후속 탐사에 나섰고, 후베이성에서 GMO 쌀이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업용 GMO 쌀 재배가 명백한 현실”로 드러났다고 매체는 전했다. 2010년 그린피스의 또 다른 보고서도 GMO 쌀(그리고 그 파생상품)이 중국 동남부 3개 성(광둥, 푸젠, 후난)에서 시판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년 후, 중국과학원 식물연구소 수석연구원 장가오밍도 그의 개인 블로그에 ‘중국의 또 다른 동남부 지역인 저장성에서도 850만 명의 주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GMO 쌀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 글을 올렸다.

농업부는 “불법 GMO 재배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만 공식석상에서 되풀이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계속해서 중국산 불법 GMO 쌀이 발견됐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산하 보건식품안전위원회에 의하면, 2006~2013년 집행위원회가 중국 및 홍콩산 불법 GMO 함유 제품에 대해 무려 197건의 경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94건이 GMO 쌀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2014~2016년(가장 최근의 통계) 경고 건수는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불법 GMO 쌀에 대한 경고는 19건, 파파야는 1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 초,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손꼽히는 중국 동북부 지역의 랴오닝성에서도 8개월간의 조사 끝에 그린피스가 또다시 폭탄과도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옥수수 종자시장에서 채취한 시료 7개 중 6개가 유전자변형 종자라는 사실이었다. 한편 이 단체가 임의로 5곳의 밭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도 93%가 GMO인 것으로 판명 났다. 출처는 미국의 몬산토, 스위스의 신젠타(2017년 중국 최대화학업체 중국화공이 인수), 미국의 종자회사 파이오니어 하이-브레드와 다우 케미컬이었다. 중국 그린피스는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적발된 GMO 옥수수 중 어떤 것도 중국에서 상업용으로 재배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곡 품질이 우수하기로 소문난 인근 헤이룽장성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헤이룽장성의 농민들이 GMO 대두를 재배(2013년과 2014년 수확 대두에서 발견)하고 있다. 그러나 종자의 출처는 미스터리다”라고 중국의 경제전문지 <중국경영보>가 보도했다. 동쪽으로 3천㎞ 떨어진 신장 자치구에서도 똑같이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졌다. 2016년 5월 아러타이 지구 푸하이 현 관할농업당국은 불법 GMO 옥수수 재배지 133헥타르를 모두 갈아엎었다. 그럼에도 GMO 옥수수를 불법 재배한 농민 류용준은 <카이신>지의 기자에게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모두 종자회사가 벌인 짓이다. 나는 GMO인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는 GMO도 ‘좋은 것’으로 둔갑시킨다

공식적으로 GMO를 재배하려면 모두 5개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먼저 실험실에서 연구 개발을 한 뒤, 1~2년간 0.2헥타르 이하 규모의 반쯤 폐쇄된 재배장소에서 중간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어 1~2년 동안 2헥타르 이하 자연 재배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시판에 앞서 1~2년 시험 기간을 거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이오안전성 인증서를 발급받아 최종 승인을 받는다. 중국 정부가 바이오안전성 인증서를 발급한 작물은 지금까지 토마토, 페튜니아, 피망, 쌀, 옥수수, 파파야, 목화 등 모두 7종이다. 그러나 현재 실질적으로 재배돼 판매되고 있는 작물은 파파야와 목화뿐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매우 엄격한 태도를 견지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문제가 많다.” 중국 그린피스에서 농업·식품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리이팡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베이징 중앙민족대학 생명과학환경연구소에서 일하는 쉐다웬 교수는 “이 유전자변형 종자는 중국 연구원들의 것이었다”고 밝혔다. 모두 연구원들이 수입하거나 개발한 종자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2005년 불법 GMO 쌀 재배지가 강제압류 되던 사건을 똑똑히 기억한다. 후베이성 관할농업당국의 명령에 따라 공식적으로는 666헥타르가 넘는 재배지가 모두 폐기 처분됐다. 그러나 “실제 폐기된 재배지는 6.66헥타르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과연 누가 농경지 666헥타르를 모두 뒤엎을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쉐다웬이 자문했다. 더욱이, “일부 연구원은 이를 자신의 연구 성과로 홍보하거나 자신이 개발한 상품을 시험할 기회로 여기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동안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해온 광둥의 한 기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이 일부) 연구원들의 목적은 유전자변형작물 재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종자회사도, 유통업자도, 연구팀도, 농민도 모두 불법종자 유통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연구원은 GMO에 대한 거부감이 큰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과감하게 맞불 작전으로 나가기도 한다. 가령 2013년 5월과 6월, 20여 개 도시에서 GMO 쌀 시식회를 개최한 것이다. 시식회 행사에는 수천 명이 발걸음 했다. 그러나 일부 도시의 시식회 행사에 화중농업대학이 주최자로 참여한 것을 놓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도대체 장치파 교수는 무슨 생각으로 국민들 앞에서 시식회 장면을 연출해 보인 것일까? 국민을 상대로 한 과학 교육 목적 외에 대체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광둥에서 온 기자가 말했다.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마도 장치파 교수의 주도로 작성된 공개서한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과학원 구성원 61명이 공동 서명한 이 서한은 “중국이 유전자변형 쌀 재배를 산업화하는 데 있어 결코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이는 “국가에 매우 해로운 일”이라고 촉구했다.(4)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원(INRA) 소속 연구팀은 과학계와 종자산업 사이의 유착관계에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의 충돌은 연구논문의 결론에 명백한 영향을 미친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종자산업에 우호적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49%에 이른다.”(5) 특히 과학계와 종자산업계가 긴밀히 엮여 있는 중국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다. 2004년 12월 2일, 종자회사 리펑(LeFeng)은 “병충해 저항력을 높인 새로운 유전자변형 품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위해, 기업 펑러(Fengle)와 중국과학원 산하 유전·발육생물학연구소, 그리고 푸젠 농업과학원 등과 손을 잡고 생명공학회사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급등했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모두 3천만 위안(380만 유로)으로, 두 연구소가 각기 18%와 17%의 지분을 보유했다. 그리고 각자의 기술과 명성을 공유했다.(6) 그러나 푸젠 농업과학원의 유전자변형작물 전문가인 수 준 박사는 “내가 일하는 기관은 적어도 3년 전부터는 이 신생 생명공학회사에 대한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 GMO 개발의 거두인 장치파 교수도 이해관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과학원의 일원으로, ‘Bt63’ 유전자변형 쌀 연구를 주도하기도 했던 그는 몬산토 장학금 선발 위원회의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7) 또한 2001년 2월 설립돼 4년 만에 문을 닫은 우한에 소재한 GMO 쌀 전문업체, 케니(Keni)에서도 회장으로 재직했다.

한편 더 일반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바이오안전성 인증서 발급을 담당하는 위원회의 무려 2/3(회기별로 58~75명)의 구성원이 GMO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그들 중 일부는 본인들이 직접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거나 혹은 인증서 발급 수순을 밟고 있는 경우도 많다. 반면 환경이나 식품안전에 정통한 전문가는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표적인 예가 지아시롱이다. 중국 농업과학원 생명기술연구소 소속 연구원이자 선전에 소재한 한 종자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2002~2013년 1차에서 3차에 이르는 회기 동안 줄곧 안전성 위원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해왔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위원회의 평가가 올바르고 공정할 수 있겠는가?” 쉐다웬이 자문했다.

GMO개발에 실험대상이 된 어린이들

사실 문제는 과학자와 종자회사 간의 석연치 않은 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부 연구원의 직업윤리 실종 행태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다. 2008년 후난 성에서는 6~8세 아동 25명이 베타카로틴 함유량을 높인 유전자변형 쌀, 일명 ‘황금쌀’ 개발의 실험대상자로 이용됐다. 5월 20일~6월 23일, 아동들은 본인이 실험대상이 된 것도 모른 채(당연히 부모들도 알지 못했다) 하루 60g씩 황금쌀을 섭취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보건안전연구소 책임자인 탕광원 교수가 미국 농업부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이 연구는 결국 4년 후 폭로됐고, 이 사건은 중국 내에서 전 국민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8)

많은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국이 떠안은 딜레마에 대해 토로한다. 중국 내 경작 가능한 토지는 7%에 불과한데, 전 세계인구의 20%에 달하는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2006년 과학기술개발 중장기국가계획(2006~2020)에 따르면, GMO 개발은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이나 우주사업 일환으로 진행 중인 거대여객기 개발사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대 국책사업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2년 후, 중앙정부는 2020년까지 GMO 연구에 대한 200억 위안(25억 6,000만 유로)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농업대국인 중국이 유전자변형 기술 분야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농업부 입장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한창푸 장관은 2014년 3월 6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도 대두유 등 GMO를 원재료로 한 식품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연이은 식품파동에, 여러 해에 걸쳐 정부가 식품안전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황에서, GMO에 대한 국민 의혹이 점차 증폭되는 데도 우유부단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개발은 담대하게, 판매는 신중하게 하면 된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은 “신기술”을 대변하는 GMO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GMO는 “중국 사회에 논란과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개발에서는 담대한 태도를, 판매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만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우리는 외국 기업들이 GMO 시장을 독점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9)

이후 이미 입장이 불리해질 대로 불리해진 반대진영의 입지는 더욱 더 약화됐다. 과거 CCTV의 유명 MC로 활동하던 최영원은 GMO 반대 운동의 열렬한 사도로 변신했다. 매년 정부에 대한 ‘자문’을 목적으로 개최되는 중국국민정치자문회의의 일원인 그는 반대진영을 이길 만한 변변한 무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처음에는 그나마 지도층이 GMO에 대한 내 의견을 경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로는 완전히 무시하더라”고 그는 개탄했다. 그는 중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웨이보에 GMO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고, 독립적인 식품안전 인증 및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 글은 이후 계정에서 삭제됐다.

백서 ‘2017년 중국사회 분석 및 전망’에 의하면, GMO에 반대하는 중국인은 전체 인구의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10) 또한 비영리단체 농업생명과학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에 의하면, GMO 재배지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2016년 중국의 GMO 재배지는 280만 헥타르로 세계 8위를 차지했다. 일 년 사이에 무려 90만 헥타르가 감소한 것이다. 2016년 말, 중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통하는 헤이장룽성의 의회는 역내에서 GMO 재배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을 선포했다. 지역정부가 13개 도시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확실하게 응답한 것이다. 당시 설문조사에서는 GMO에 반대한다는 답변이 무려 90%를 넘었다. 

한편, 외국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2017년 3월 28일 국제대두재배자연맹이 개최한 ‘미주대륙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중국과의 무역에 관한 포럼’에서, 페드로 마뉴엘 비노 농민단체회장은 다음과 같이 시인했다. “중국에서 제때 생명공학기술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아르헨티나 내에서 GMO 대두를 재배할 수 없을 것이다.”(11) 

푸젠농업과학원의 푸저우지역사무소에서 만난 연구원인 수 준은 “모든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단 미국이 GMO 밀의 판매를 승인하거나, 가뭄과 같은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면, 중국에서도 분명 GMO 쌀의 판매가 허용될 것이다.” 

이미 중국은 2016년 839만 1,000톤의 대두를 수입한 바 있다. 그 중 대부분이 GMO 대두였다.  


글·장 주린 Zhang Zhulin
기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Zhang Tao, Zhou Shundong, 『L'impact économique et social de l'utilisation d'organismes génétiquement modifiés en Chine(중국 내 GMO 사용의 경제 사회적 영향)』, Perspectives chinoises, Hongkong, 2003년 3~4월.
(2) Craig Simons, ‘Of rice and men’, Newsweek, New York, 2004년 12월 20일.
(3) Guillaume Pitron, ‘En Chine, la ligne rouge du virage vert(적색이 뒤섞인 중국 녹색운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7월호·한국어판 2017년 9월호.
(4) Nanfang Dushi Bao, 광둥, 2013년 10월 20일.
(5) Thomas Guillemaud, Eric Lombart, Denis Bourguet, ‘Conflicts of interest in GM Bt crop efficacity and durability studies’, PLOS One, 2016년 12월 15일, http://journals.plos.org.
(6) Nanfang Zhoumo, 광둥, 2014년 12월 9일.
(7) 2009년 2월 13일 몬산토는 장학제도를 신설해 화중농업대학 학생 25명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최대지원액은 5년 간 16만 달러다.
(8) The Beijing News, 2012년 12월 7일.
(9) Chuin-Wei Yap, ‘Xi's remarks on GMO signal caution’, China real time report, 2014년 10월 9일, http://blogs.wsj.com.
(10) 2013년 9월 27일 IFOP-Dimanche Ouest-France가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에서는 10명 중 8명이 GMO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 Caixin, 베이징, 2017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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