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호 구매하기
인공지능 혹은 집단지능의 매혹과 한계
인공지능 혹은 집단지능의 매혹과 한계
  • 제롬 라미
  • 승인 2018.05.31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술 만능주의’에 심취한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의 장점을 끝없이 찬미한다.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는 『특이점의 신화』(1)에서 인간을 능가할 기술연구를 부추기는 창조의 유혹을 경고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특이점의 개념을 대중화시킨 소설가 베너 빈지(2), 구글에서 공학을 담당하며 트랜스휴먼을 주장하는 컴퓨터 학자 레이몬드 커즈와일 같은 인공지능 지지자들 사이에서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게 되는 기점을 말한다. 기계가 인간보다 뛰어난 인지능력을 키우고 인간은 인공적인 기술에 접속해 능력을 키우게 되는 순간을 가리킨다. 이때 인간은 새로운 존재로 태어날 지도 모른다.


기술을 신봉하는 이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것은, 실제 한계와 마주치는 일이다. 기계가 자동학습한 알고리즘 기술로는, 새로운 개념화 작업이 아직 불가능한 상태다. 가나시아에 의하면 ‘기술예언자(Technoprophète)’들은 불완전한 본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식으로 그노시스주의(Gnosis: 어원은 그리스어로 인식, 지식, 영지(靈智)등으로 해석된다. 철학사 및 기독교사에서 불가사의한 것에 대한 인간지식은 예언, 환시, 점술, 계시로 얻는다고 주장하는 학설-역주)의 신화원칙을 환기할 수도 있다. ‘특이점’이라는 가설은 기계의 능력과 완전한 미래 예측을 신봉하는 종교적 믿음과 유사하다. 디지털 분야의 대기업들이 자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이 ‘특이점’을 대중들에게 설파하면서, 결국 경영진들조차 이 ‘특이점 신화’를 믿어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디지털 대기업들은 생물 통계학, 민사, 토지, 혹은 수입 분야에서 자체기술을 내세워 공공조직을 대신할 생각까지 한다. 정부를 대신하겠다는 것이 이들 대기업의 야심이다.
우리가 종종 주장하는 것과 달리, 기술이 인간의 정치적 선택마저 제한하지는 않는다. 칠레 대통령이었던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프로젝트(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을 계획경제에 활용하는 사이버신 프로젝트)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이버네틱 이론에 기반한 이 프로젝트는 컴퓨터와 기술을 잘 활용한 공공활동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덴 메디나는 1970~1973년 개발된 사이버신 프로젝트가 어떻게 사회주의(사회 혁명)를 구상했는지 보여준다.(3) 영국의 연구원 스타포드 비어가 선도했던 칠레의 사이버네틱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생산 현황을 알 수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경제 계획을 성공시키고자 했다. 비어는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자로 알려진 미국 수학자) 노버트 위너의 이론을 내세우며 칠레 경제의 주요산업들을 고르게 국유화시킬 방법을 제안했고, 각 공장에서 업무량과 생산량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했다. 일련의 지표는 정보를 제공하고 경고표시는 생산 과정의 문제점을 신속히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3,500 버로우(Burrough) 중앙 프로세서’와 텔렉스(전신)망 덕분에 1차적으로 사이버신 프로젝트가 구체화 된다. 1차 단계에서는 정보 전체가 취합되고 배포되는 민주적인 모니터실 ‘옵스룸’도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비어의 사회주의 활동과 아옌데의 마르크스주의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원칙을 내세우며, 언제든지 반발에 부딪칠 수도 있는 기술의 초석을 다졌다. 순진무구한 사람이 아니었던 비어는, 자신의 기술이 자본주의 경제에 흡수당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결국 1973년 9월 11일,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로 밀턴 프리드먼에게 경제학을 배운 칠레인 제자들(시카고 학파)이 이끄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새롭게 들어서고 만다. 이와 함께 사이버신 실험도 중단되고 말았다.
 
글·제롬 라미 Jérôme Lamy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Jean-Gabriel Ganascia, 『Le Mythe de la Singularité. Faut-il craindre l'intelligence artificielle?(특이점의 신화. 인공지능을 두려워해야 할까?)』, Seuil, 파리, 2017
(2) Vernor Vinge, 『The Coming technical singularity: How to survive in the post-human era』, 샌디에고 주립대학 수학과, 1993, https://edoras.sdsu.edu
(3) Eden Medina, 『Le Projet Cybersyn. La cybernetique socialiste dans le Chili de Salvador Allende(사이버신 프로젝트. 살바도르 아옌데의 칠레와 사회주의 사이버네틱)』, Éditions 132, 파리, 2017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잡지를 받아보실 수 있고, 모든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모든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

제롬 라미
제롬 라미 info@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