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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우리의 투쟁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0.10.08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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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우리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재정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리고, 기부금을 부탁했다. 정기구독에 참여하거나 주변인에게 구독을 권유해달라 청하고, 가판대에서도 더 자주 본지를 구입해달라고 호소했다. 독립언론은 일종의 공공재임에도 여전히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구매자나 정기구독자에게 의존한다. 그렇기에 그들, 아니 여러분의 도움 없이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존속과 발전을 보장할 수 없는 처지였다.

호소는 통했다. 지난해 10월에서 12월 사이 집중적으로 독자 1648명이 16만4321유로 상당의 기부금(2)을 보내왔다. 올해 들어서는, 신문 가격과 정기구독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본지의 배포율이 (0.4% 증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 프랑스 언론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여러 해 적자 경영에 시달려왔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올해 비로소 손익 균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들 도움으로 손익 균형
독자의 도움으로 본지의 재정 상황은 위태로운 국면을 벗어났다. 인쇄매체 언론이 위기를 겪고 있고, 기업과 금융, 광고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 수가 부쩍 줄어들고 있으며, <르몽드>마저 새 주인을 맞이한 오늘날, 재정 상황이 양호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우리가 기존 계획을 계속 밀고 나아가거나, 일정한 노선을 지향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계속 기존의 제도적 틀도 보장받을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임직원 전원은 사주 선출에 참여할 수 있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친구들’ 모임은 절반(49%)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며, 본지는 동일한 그룹사(르몽드)에 속한 다른 매체와는 독립적인 법인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1년 전, 우리는 기부금으로 받은 돈을 광고 수익 하락 등으로 인한 재정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하지 않고, 본지의 언론관에 부합하는 여러 계획을 지원하는 데 쓰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빈곤국가에 낮게 책정된 판권료를 계속 유지했고, 새로운 국제판 발간(헝가리·쿠르드판)에는 도입 단계에서만 판권료를 받거나, 특혜요율(페루·아르메니아 등)을 적용하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지난 신문이 종이 간행물 관리가 형편없는 도서관 서고에서 썩어가지 않고 언제든 독자 열람이 가능하도록, 창간(1954년) 이후 발행된 모든 신문의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독자가 보내주신 기부금 덕분에, 우리는 위기를 조장하고 그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이는 현행 경제·사회 시스템에 ‘현실적’ 또는 ‘유토피아적’인 대안을 제시하거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국제분쟁을 조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개 많은 비용이 드는 대규모 연구·조사와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정리해보면, 본지는 2010년 빈곤국가에 대한 요금 인하에 8만2천 유로, 국제판 창간과 존속을 위한 지원에 8만3천 유로, 과거 기사의 디지털화 작업에 5만4천 유로, 연구·조사와 취재에 6만3천 유로를 사용했다. 전부 합하면(28만2천 유로) 지난해 10월 이후 들어온 기부금 총액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본지는 예산을 아끼고 아껴 이처럼 연대 및 개발 명목의 지출에 할애했다.

우리의 선물은 독립, 독창, 탁월…
물론 우리도 안다. 보통은 기업들이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시계, TV 수상기, 오디오 세트, 구독료 염가 할인 등) 우편함 가득 선물 공세를 펼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남는 물건이나 내다 파는 시계 소매상과는 다르다. 우리가 고객에게 드릴 수 있는 ‘선물’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독립성과 독창성, 광고주의 요구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대다수 기자들이 뽑아내는 천편일률적인 기사와 차별화된 우리만의 탁월한 기사 선정이다.

이를 가늠할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우리가 홍보에 사용한 보잘것없는 자금과, 결코 시대의 조류에 악착같이 저항해본 적 없는 다른 언론사의 홍보 비용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3월 17일, 러시아의 부호 알렉산드르 푸가체프(그는 마치 장난감 기차를 갖고 놀 듯 언론사를 주무른다)가 사주로 있는 <프랑스 수아르>는 재출범 홍보에 2천만 유로라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에는 프랑스의 대부호 베르나르 아르노 소유의 일간지 <레제코>가 전보다 훨씬 요란한 색채로 ‘새로 단장한 모습’을 홍보하기 위해 포스터 제작과 라디오 광고에 600만 유로를 지출했다. 오늘날 이런 언론 행태에 비춰볼 때, 우리가 사용한 비용, 다시 말해 여러분이 보내주신 기부금은 아주 분별력 있게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달성된 목표를 꾸준히 이어나가거나 더욱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도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자본과 정치로부터 독립된 언론, 비평적 시각과 세계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는 공익 저널리즘을 비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여러분의 지지를 호소한다. 다시 한번 정기구독에 참여하거나, 지인에게 구독을 권하기를 청하고,(3) 올 연말까지 기부금도 부탁드린다. 아울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친구들’ 모임에도 가입하시기를 권유한다.

우리가 바라는 건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여러분의 지지다. 그것만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일한 의존성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프랑스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각주>
(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10월호에 게재된 ‘민주주의 위기 맞선 독자와의 연대’를 참조할 것.
(2) 이제부터 ‘언론과 다원주의 협회’를 통해 언론에 기부하면 기부금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세금 공제 혜택을 준다.
(3) 제3자(은행에서 보낸 구독 의향서나 본지 홈페이지 외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구독 신청의 경우, 본지는 건당 75%에 상응하는 막대한 신규 구독자 모집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러므로 구독을 희망하거나 본지에 지원하려는 독자는 본지 홈페이지나 신문에 동봉된 구독 용지를 이용해 신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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