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도 수익성도 ‘흔들’, 원전은 왜 동쪽으로 갔나
원자력발전은 한물간 핵을 민간부문에서 이용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희망을 상징했다. 엄청난 에너지 소비량으로 고심하는 산업화 세계에 기술적 진보가 수반된 효율적 해법을 제시해온 원자력이 이제 서구 국민에게는 안전성을, 국가에는 수익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 전략산업의 거점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까?
10여 년간 침체돼 있던 원자력산업은 2009년 12월 열린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계기로 활기를 되찾았다. 원자력 옹호론자들은 ‘원자력의 르네상스’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판도를 뒤바꾸었다. 사고 뒤 많은 나라들이 원전 건설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을 적극 지지하던 독일과 스위스도 단계적 포기의 뜻을 밝혔고, 원전 5기를 새롭게 건설하려던 이탈리아도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로써 세계는 원자력을 두고 양대 진영으로 뚜렷이 갈리게 됐다. 선진국에서는 원자력산업이 주춤한 반면, 개발도상국은 에너지를 정치적으로 확실히 장악하고 재정적 수단을 확보한 가운데 원자력으로 전향하면서 서구 기업들에 시장의 문을 열고 있다. <<원문 보기>>
서구는 주춤, 개도국은 활짝
우선 원자력산업의 지리적 구심점이 이동했다. 월드워치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원자력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4월 1일 현재 전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437개에 달한다.(1) 해당되는 국가는 지난해보다 하나 줄어든 30개국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체르노빌 원자로와 유사한 리투아니아의 마지막 원자로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 원자력발전 전력 생산량은 3년째 감소했다.(2) 아울러 세계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줄어들어, 원자력의 황금기인 1990년대 평균 17%이던 것이 2009년에는 13.8%에 불과했다.(3)
원자로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에너지 소비는 중국·인도·브라질을 위시한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 전망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08∼2035년 예상 전력 수요의 80%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회원국들이 차지한다.(4) 해당 기간 전력 수요가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은 원자력 개발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 현재 원자로 27기를 건설 중이며, 40여 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또 세계 시장에서 우라늄을 사재기하고 있다. 한 광물무역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이 전세계에서 사들인 우라늄이 1만7천~7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5)
원자력 찬성론자들은 이런 전망을 토대로 원자력산업의 르네상스를 말한다. 프랑스의 원자력 연구를 주도하는 상공업 부문 정부기관이자 아레바(Areva)의 대주주인 원자력·재생에너지청(CEA·이하 원자력청)의 베르나르 비고 청장은 “3∼4년 전부터 약 40개국이 원자력청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러 국가들이 원자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는 프랑스 아레바의 유럽형 가압 경수로(EPR) 대신 한국의 APR1400를 선택하면서 원전 건설을 본격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원자력 개발은 주요 화두다. 국내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가의 대표적 수입원인 원유 수출이 감소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6)
‘원자력 르네상스’는 희망사항
그런데 원자력 선택을 고려하는 국가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정작 수치상에는 이런 역동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올해 전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자로가 64개라고 밝혔다. 1987년 말 120개, 민간 핵개발 역사의 절정기인 1979년 233개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월드워치연구소의 지적대로 IAEA의 통계는 아직 실현이 불투명한 계획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목록에 이름을 올린 원자로만 12개에 이른다. 특히 미국의 와츠바 2호기 프로젝트는 1972년 이래 줄곧 공식적으로는 ‘건설 중’이다. 대만 원자로 2곳도 건설 대상으로 집계된 지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게다가 중국·인도·러시아·한국 4개국이 건설 중인 원자로가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한 원자력산업 전문가는 “심지어 러시아는 존재하지도 않는 프로젝트를 발표한다”고 꼬집었다.
낡아가는 시설, 신규 건설은 제자리
이처럼 누군가는 원자력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누군가는 원전을 건설 중이다. 핀란드와 프랑스의 EPR 원자로처럼 뒤늦게 공사에 착수한 곳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원전들은 노후화되고 있다. IAEA에 따르면, 전세계 원자로의 평균연령은 27살이다(프랑스 원전은 25살). 이 중 40%는 30년이 넘었다. 또한 2015년 이후에는 폐기 원자로 수가 가동을 개시하는 원자로 수를 능가할 것이라고 월드워치연구소는 전망한다. 설비의 사용수명을 40년 이상으로 연장하더라도 그저 현상 유보에 불과하다.
원전 수명 연장 계획을 재검토하려는 국가도 적지 않다. 독일은 노후한 원전 7곳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폐쇄했고, 5월 말에는 원자력발전을 2020년까지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금융 관계자는 이를 원전 운영 업체들을 위한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18개월 동안 해당 원전의 세전 이익은 1MWh(메가와트시)당 10~12유로에서 2유로로 하락했다. 이 정도면 더 이상 수익성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전 수명 연장의 대가로 독일 정부가 원자력 운영 업체에 부과한 세금이 23억유로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과세 조처도 업체들이 앙겔라 메르켈 내각의 원자력 포기 결정을 수용하면서 무효화될 것이다. 스위스도 지난 5월 원자로 5기의 가동 시한을 2034년으로 못박고 대체 원자로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도 원자력에 대한 전망은 장밋빛이 아니다. 다만 폴란드는 2030년까지 원자로 3기를 짓기로 했고, 터키는 1960년대 이래 5번째로 시도된 원전 도입 계획인 아쿠유 원전 프로젝트를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고 있다. 1987년 국민투표를 거쳐 핵에너지를 포기한 이탈리아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25%를 원자력으로 충당하는 계획에 관한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원자력 르네상스의 대표 주자처럼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지난 6월 12~13일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굴욕적 결과를 우려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투표를 실시하기도 전에 2008년 결정을 무효화하는 법령을 발표하며 선수를 쳤다. 결국 원자력 부활에 관한 국민투표는 90% 이상의 반대로 부결됐다.
중국·인도·러시아·한국이 4분의 3
후쿠시마 사태로 직격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각국의 여론도 원자력의 부활에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한 금융 전문가는 “핀란드와 프랑스에서 건설 중인 EPR 원자로 두 대를 제외하고는 2020년까지 유럽에서 신설되는 원자로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 센마리팀 지역 팡리에 EPR 원자로를 짓는 계획도 구체화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전력회사가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에 8.33%의 지분을 보유한 토탈의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 사장도 이런 예상에 동의하는 듯하다. “프로젝트 검토가 중단된 것 같다. 더 이상의 일정도 없다.”(8) 하지만 프랑스 원자력산업을 적극 지지하는 에리크 베송 산업부 장관이 즉시 이를 부인했다.
지난 5월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전력 생산량 중 원자력발전 비율을 30%에서 50%로 끌어올리려던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모든 신축 주택에 태양광 전지판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에너지 경제와 재생 가능 자원 개발을 연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력 생산업자들에게 원자력발전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을 요청했고, 지난해 그 일환인 첫 원전이 가동될 예정이었다. 독립 핵연구기관인 와이즈파리(Wise-Paris)의 이브 마리냐크 대표는 “이를 믿은 것은 언론뿐이었다. 11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 행정부가 원자력 지지를 재천명했는데도 출범한 프로젝트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상원은 2005년 대출 보증 및 업체들의 금융 리스크 축소를 위해 175억 달러의 예산을 승인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지만 집행액은 절반뿐이며, 공사도 시작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550억 달러를 2012년 예산에 추가할 예정이다.(9) 이는 적어도 중기적으로는 헛된 바람에 불과하다. 미국이 셰일가스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미의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했고, 이로써 전력 생산업자들이 발전원으로 우라늄 대신 가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10)
기존 계획도 속속 보류·중단
자세히 살펴보면, 원자력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환경운동단체가 아니라 에너지 시장의 규제 완화임이 드러난다. 프랑스 원자력청의 비고 청장은 “원자력발전의 활성화는 장기적 투자가 요구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면서 “결정을 내리는 시점부터 수명이 다한 설비를 폐기하기까지 약 100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반면 수입은 수십 년에 걸쳐 들어온다”고 강조한다. 즉, 단시일에 이익을 보려는 자유주의 경제 금융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IEA의 에너지 전망 연례보고서 책임자인 파티 비롤 수석 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철저히 감독해 수익성의 불확실성을 낮추지 않는 한 이런 투자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며 “원자력이 주로 OECD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11) 계획경제 혹은 관리가 이뤄지는 부문이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원자력 기술이 설 땅이 없다는 것인가? 그는 “에너지가 오직 시장에 좌우되고 정부의 촉진책마저 없다면 원자력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민간은 관심 없고, 국가는 힘이 없고
세계 각국의 핵안전 당국과 협력관계인 프랑스의 공공기관 방사능보호핵안전연구소(IRSN)의 자크 르퓌사르 소장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미국도 반(半)공영인 송배전망 관리에 상당히 애먹고 있다. 자유주의 경제에서는 대규모 공공투자 정책이 더 이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 전망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이런 정책들이다. 많은 국가에서 원자력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1970년대 원자력 개발 계획을 출범시킬 당시의 프랑스나 오늘날 중국·인도처럼 경제적 규제가 뒷받침되는 국가를 제외하고는 이런 비전이 좀처럼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서구 국가들은 모순에 직면해 있다. 지도층은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수급 안보’(장기 사용분 연료 저장에 용이)를 증진시키려 원자력을 장려하면서도, 정작 경제적 주도권을 쥐지 못해 이를 현실화하지 못한다.
온난화 방지 효과도 미미
설령 지도층이 기업의 금융 리스크를 줄여줄 대책을 마련해 ‘안심할 만한’ 기틀을 구축할 수 있더라도 무엇보다 기업의 전략을 좌우하는 것은 중·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 및 시장의 의지다. 그리고 이들은 노후한 원자로 교체에 투자할 뜻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감독을 받는 프랑스전력회사마저 사르코지 대통령이 제안한 팡리 EPR 원자로 2호기 건설에 소극적 자세를 보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더 많은 통제와 계획경제로 회귀하지 않는 한 선진국의 에너지 믹스 가운데 원자력 비중은 크게 증가하지 못할 것이다. 지구온난화 방지 요구가 제법 거세지만 말이다.
기후는 1990년대 말부터 원자력에 관한 논의에 등장한 주제다. 원자력이 탄산가스를 아주 적게 배출하는 발전원이라는 사실이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했다. 프랑스는 지구온난화 과제의 유일한 해법이 원자력의 대대적 발전이라는 주장을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비롯해 각종 유엔 회의와 유럽연합 토론장에서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기후의 안정화를 위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지금의 50%로 줄여야 하며 선진국은 80%까지 감축해야 한다. IEA의 비롤 수석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원자력에너지 비중이 줄어들면 세 가지 관점에서 부정적이라고 경고한다. “첫째, 자원이 제한된 화석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므로 에너지 수급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 둘째, 전력 생산 비용이 상승한다. 원자력이 아무래도 가장 경제적인 방식이다. 셋째, 바로 기후온난화 방지다. 무탄소 발전 방식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재생에너지인데 비용과 가용성에 문제가 있고, 다른 하나는 원자력이다.” 프랑스 환경문제협회 글로벌챈스의 대표인 경제학자 뱅자맹 드슈의 생각은 다르다. “2050년까지 무탄소 세계를 건설한다는 IEA의 시나리오를 보면 탄산가스 배출 감축량 중 원자력의 기여도는 4~5%에 불과한 반면 에너지 절약은 60%, 재생에너지는 20%, 석탄 등 화석에너지 연소 때 발생하는 탄소가스의 포집은 15%를 차지한다. 원자력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현재 원자력 이용 국가 중 5개국을 제외하면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 비중은 미미하다.”
그럼 대체 에너지는 어디에…
2006년 밴자맹 드슈와 프랑스 원자력청 소속의 필리프 지라르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의 예상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선번’(Sunburn)이라 명명했다. 이들은 그때까지 30여 개국이 원자력을 도입하고, 이를 이용한 전력 생산량이 2030TWh(테라와트시)(12)에서 8900TWh로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IEA의 추산량 4900TWh에 비해 낙관적인 전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려면 201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EPR 원자로를 40기씩 총 600기를 건설해야 하지만, 2030년 세계 탄소 발생량은 IAEA 추산 대비 9% 낮아질 뿐이다.(13) 게다가 이 시나리오에서 2006∼2030년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IAEA의 예상치보다 고작 2.9% 적다. 요컨대 원자력을 전세계적으로 야심차게 발전시키더라도 지구온난화 방지에 큰 효과는 없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원자력청 비고 청장은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 사용을 전기자동차 보급 등을 통해 대폭 늘리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원자력은 가격 면에서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유가 급등으로 배럴당 가격이 3~4유로에 달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반면, 전기자동차는 1유로어치의 전기로 1km를 달린다. 재생에너지가 아무리 급속히 발전해도 원하든 원치 않든 결국 원자력 없이 살 수는 없다.”
글·드니 델베크 Denis Delbecq
번역·최서연 qqndebien@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텔레비전의 종말>(2007) 등이 있다.
<각주>
(1) <후쿠시마 이후 세계의 원자력발전>, 2011년 4월. www.worldwatch.org/end-nuclear. 국제원자력기구는 가동을 중단한 일본 후쿠시마 다이치의 원자로 6개까지 더해 총 443개로 집계했다.
(2) 2010년 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3) 세계원자력협회(WNA), 2011년 6월.
(4) <2010 세계 에너지 전망>, 2010년 11월.
(5) 후쿠시마 사고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 많은 원자력산업 전문가와 관계자가 익명을 요구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6) 케이트 두리안, ‘2030년 사우디아라비아 1일 원유 생산량이 1080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 2011년 4월 20일, www.platts.com 참조.
(7) <The Observer>, London, 2011년 1월 23일. 프랑스는 7억 유로로 인상할 예정이다.
(8) <Challenges>, Paris, 2011년 5월 5일.
(9) <New York Times>, 2011년 4월 29일.
(10) 가스 가격이 하락하면 간접적으로 캐나다 ‘비재래식 석유’(Unconventional Oil) 생산업자들의 이윤이 높아진다. 오일샌드(원유를 함유한 모래나 사암)에서 석유 1배럴을 채취하려면 약 20㎥의 가스를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11)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한국이 세계 원자력 전력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12) 테라와트시(TWh)는 10억 킬로와트시(KWh)에 해당한다.
(13) <Les Cahiers de Global Chance>, Meudon(France), 2006년 5월 제21호.
원자력 기술은 진보할 수 있을까
1950년대 이래 원자로의 원리는 변함이 없다. 즉 물질의 구조를 변화시켜 열을 발산하고 물을 끓이며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별것 아닌듯한 목적을 위해 고도의 기술을 동원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의 유럽형 가압 경수로(EPR)나 일본·미국이 공동 개발한 AP1000으로 대표되는 제3세대 원자로와 현재 가동 중인 제2세대 원자로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일부 반핵주의자들은 이런 ‘세대별’ 분류는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원자력산업은 몇 해 전부터 25~200MW급 소형원자로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1) 이는 외딴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고출력 발전소가 별로 필요치 않는 곳에 시장을 개척하기 위함이다. 로스알라모스연구소와 제휴한 미국 기업 하이페리온이나 아레바, 프랑스전력회사, 프랑스 원자력청, 프랑스 핵잠수함 제작사인 국영조선업체 DCNS(구 DCN)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해저 원자로 프로젝트 ‘플렉스 블루’(Flex Blue)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 소형원자로는 핵분열성 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 봉인된 채 인도되며 폐기물 처분과 연료 장전은 업체로 돌려보내 실시한다. 프랑스 원자력청 베르나르 비고 청장은 “현재까지 원자력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들도 덕분에 탄화수소류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원자력 정보를 위한 과학인 모임’의 모니크 스네 회장은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분산시키는 처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방사능보호핵안전연구소 자크 르퓌사르 소장은 “이런 원자로는 로지스틱 측면에 문제가 있다”며 “경제적으로 실행되려면 멀었다”고 보았다. 더욱이 중장기 핵폐기물을 누가 저장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다. 실제 사용국의 경우 그럴 여력이 없을 텐데 그렇다면 기술 제공국이 맡아야 할 것인가?
또한 원자력산업은 핵폐기물 연소 성능이 뛰어나고 플루토늄 저장량이 적은 이른바 제4세대 원자로도 준비 중이다. ‘제4세대’라는 명칭은 온갖 기술을 포함한다. 에너지 정보기관 와이즈파리의 이브 마리냐크 대표는 “실패를 경험한 고속증식로 분야를 다시금 활성화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프랑스는 1974년부터 2009년까지 250MW급 연구용 원자로 ‘피닉스’를 가동했으며 1240MW급 슈퍼피닉스 발전소의 원형로(prototype)는 1998년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녹색당과 여론의 압력 속에 13년에 걸친 혼돈스러운 운전을 중단했다.(2) 스네 회장은 “제4세대 원자로는 1960년대부터 연구한 기술”이라며 “앞으로도 연구는 계속돼야겠지만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또 다른 원자력 전문가는 “지난 40년 동안 아무런 진보도 없던 원자로가 갑자기 발전하겠느냐”며 반문하고는 “앞으로도 많은 우라늄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므로 우리는 이런 원자로가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원자력청 비고 청장은 원자력 기술이 스스로 결점을 보완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후손들에게 플루토늄을 물려주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플루토늄은 유해화학물질로 단 몇kg만으로도 즉각적 핵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네 회장과는 달리 비고 청장은 오늘날 발전소나 과거 군사계획의 일환으로 우라늄을 농축한 후 남은 폐기물인 열화우라늄을 연소시킬 수 있는 원자로도 개발이 가능하다고 본다. “저장량이 풍부한 열화우라늄을 플루토늄을 이용해 분열시키면 프랑스는 5천 년 동안 소비할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발상을 전폭 지지하는 이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미국의 대표적 갑부인 빌 게이츠이다. 그는 2010년 테라파워(Terra Power)라는 미국 벤처업체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고, 그 뒤 이 회사는 일본의 대표적인 원자력업체인 도시바와 손잡고 열화우라늄 원자로를 연구하고 있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은 연료를 실리콘 카바이드로 코팅하고 헬륨 가스를 냉각재로 이용하는 일명 ‘페블베드’(Pebble-bed)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독일도 원자력을 탈피하기로 결정할 때까지는 이 기술을 연구해왔다. 지지자들은 이 고온원자로가 효율이 높고 사고 때 방사능 유출도 적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입증된 바는 없다.
<각주>
(1) 1970년대 프랑스에 세워진 원자로들은 약 900MW 및 1300MW급이다. 플라망빌에 건설 중인 EPR 원자로의 경우 1650MW에 달한다.
(2) 크리스틴 베르제, ‘재 속에서 타는 불꽃, 슈퍼피닉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4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