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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목마 - 전설 그리고 우리
[최양국의 문화톡톡] 목마 - 전설 그리고 우리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19.11.04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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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 목마들의 / 눈망울 / 마주하며

“ 아무도 당신만큼 잘해 주지는 못했을 거예요. 맨 처음 그날부터 지금까지.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에요. ”

 (그녀는 남편 Leonard Sidney Woolf에게 보내는 편지 맨 끝에 V. 라고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적었다)

“ 세상에 헤스터(Hester)! 넌 8만 파운드를 벌었고, 그 악마는 네 아들을 벌었어!

  폴(Paul)이 흔들 목마에 앉아 우승 말을 알아 내려고 자기 생명을 걸었어! "

 (엄마란 인간의 이름 헤스터는 이렇게 끝에야 나온다.)

 

* 목마와 소년 (The Rocking House Winner), D.H.Lawrence
* 목마와 소년 (The Rocking House Winner), D.H.Lawrence

 

"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

 (그는 한 여류 작가의 삶의 궤적을 통해 가벼움을 빌어 세상의 절망과 허무를 리듬으로 더듬는다)

 

우리는 삶과 죽음의 양방향으로 내던져져 있는 존재로서, 언젠가는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여행자이다.

시간이라는 파발마를 타고 있는 우리는 언제 올지도 모르는 환승 여정에 사로 잡혀 있으면서,동시에 공허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공간 설계자이다.

 

11월의 오늘.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목마를 만나고 싶다.

V.와 엄마 그리고 그를 위해 목마의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고 싶다.

 

그들의 / 전설들을 / 나누면서 / 하는 여행

‘트로이 목마’를 탄 영웅의 시대

인간은 영웅이 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영웅본색은 신들과의 경쟁을 부추겨 신들이 설계한 전쟁을 유발한다.

그리스군의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트로이군의 헥토르와 아이네아스 등 숱한 영웅들과 신들이 얽혀 10년 동안이나 계속된 트로이 전쟁은 오디세우스의 계책으로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난다.

그리스군의 위장전술은 거대한 목마를 남기고,카산드라의 예지력이 없던 트로이군은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 놓는다.

‘트로이 목마’와 함께 한 승리의 소리들은, 트로이 멸망의 연장선이 되며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소재로 바뀐다.

 

* 트로이의 여인들(2017년),국립극장
* 트로이의 여인들(2017년), 국립극장

 

제우스가 설계한 트로이 전쟁으로 많은 영웅 종족들이 아킬레우스,헥토르등과 함께 사라져 가며,영웅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현재 우리들이 사는 인간의 시대가 시작된다.

 

‘회전 목마’를 탄 인간의 시대

<목마와 소년 The Rocking House Winner>은 1949년에 D.H.Lawrence의 소설을 영국에서 각색해서 만든 영화로, 장난감 목마를 더 빠르게 타면 탈수록 실제 경주의 승자를 맞출 수 있는 예지력을 갖추게 되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 이다.

돈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을 추구하는 엄마의 운(Lucky)에 맞추기 위한, 한 소년의 폐쇄된 자신만의 공간에서의 질주는 운과 돈이라는 한 점(點)을 향한 우리들의 몸부림과 맞닿아 있는 건 아닌지?

엄마 Hester: “돈이 더 있어야 돼. 더! 지금 당장! 당장 돈이 더 있어야 돼!”

아들 Paul(숨지기 전 하는 말): “내가 목마 위에 앉아, 그곳으로 달려가면, 난 확실히 알아! 확실하게 안다고! 엄마. 내가 얘기했지? 나는 운이 좋다고!”

 

<목마와 숙녀>는 1955년 『박인환 시 선집』에 실린 박인환의 대표작으로서, 「한국현대문학 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해설 되어 있다.

 

* 목마와 숙녀(1955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목마와 숙녀(1955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전체적으로는 전쟁에 연원을 둔 허무의식과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겨 있다.

  가치의 상실과 그로 인한 비애로 현실을 인식하는 시인에게 목마와 숙녀의 세계는 비논리의 신화적 세계이다.

  목마와 숙녀는 시인이 찾고자 했던 별, 사랑, 문학, 인생 등 삶의 다양한 의미 범주를 포괄하는 은유이다.

  천상의 공간에서 방울 소리를 울리는 목마와 지상의 공간에서 무거운 실존을 자궁으로 기어다니는 뱀은 허무주의와 센티멘털리즘에 빠진 시인의 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대립항이다.

  박인환의 허무주의는 전쟁을 통해,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집요하게 나타났다.“

 

목마와 숙녀,술병속 별에서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의 등대는 불을 밝히지 않는다.

가을 바람 소리와 함께 소녀에서 숙녀를 거쳐 시간의 흔적을 추억으로 간직한,한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볼 뿐이다.

 

회전목마의 선(線)을 따라 언제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원형(圓形) 여행을 하여야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과 겹쳐져 있는 건 아닌지?

 

새로운 / 신화의 시대 / ‘굿’으로서 / 안긴다

세상의 목마는 영웅과 인간의 시대를 거쳐 다시 신화(神化)의 시대를 예고한다.

목마를 끌며 또는 타고 온 우리들은, 이제 다시 마법의 성을 쌓으며 신에 대한 본격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

 

신이 계속적으로 침묵할 수 밖에 없다면,우리에게 다가오는 앞으로의 시간은 더욱 복잡한 불확실성하의 시계열로 함께 할 것이다.

영웅,인간과 신화의 시대가 혼재되어 어쩔 수 없이 거칠어진 호흡으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그 무거움까지도 감내해야 한다.

 

트로이 전쟁에서 피살된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오디세우스에게 빼앗긴 아이아스가 자살한 곳에서 아사스라는 꽃이 피었는데,그 잎에는 아이아스(Aias)의 이름 첫 두 글자 ‘아이(Ai)'가 새겨져 있었고,이는 ’비애(悲哀)‘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새로운 마법을 대표하는 우리의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비애‘가 되어서는 안된다.

 

거칠어진 호흡은 인간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자연에 안겨서 그 일부가 되도록 요구한다.

인간과 자연의 이원적 대립을 넘어서 상호간 생명의 일원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계산적 인식이 아니라 감성 또는 감정의 방정식으로 대응하며,우열이 아닌 최적의 해를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은 마법의 성이지만,감성과 감정 목마를 타고 있는 사랑으로 인하여 90세 노파를 18세 소녀로 만든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Google
*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Google

 

감성이나 감정은 잘 모르는 것과 불가능한 것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들의 유일한 기제로서, 이의 경건한 몸짓이 목마의 새로운 전설이 펼쳐야 할 ‘굿’판인 것이다.

 

11월 14일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날.

‘목마의 전설’도 시험을 본다면,우리는 몇 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글: 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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