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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냈던 항공료, 어디 있나요”... 항공사·여행사 나몰라라
“내가 냈던 항공료, 어디 있나요”... 항공사·여행사 나몰라라
  • 조나리 기자
  • 승인 2020.05.29 1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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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항공업계가 마비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항공업계가 마비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가 마비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특히 외국계 항공사들이 환불 거부가 속출하는 가운데 해외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경우 피해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베트남항공, 싱가포르항공, 에미레이트항공, 에어아스타나, 에어캐나다,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카타르항공, 체코항공, 팬퍼시픽 등 외국계 항공사들의 항공권 대란은 지난 2~3월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운항이 축소·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운항을 취소하면서도 환불을 거부, 소비자들의 피해가 확산됐다. 반대로 입국 제한 조치에 따라 소비자가 항공권을 취소할 때도 환불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항의가 빗발치면서 일부는 마일리지 전환이나 바우처(상품권) 발급으로 논란을 수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외국 항공사에서 직접 항공권을 발권한 소비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실정이다. 일부 외항사의 경우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했을 시 “여행사에 문의하라”는 안내만 하고 있다. 문제는 여행사가 연락이 두절 된 경우에도 같은 응대만 반복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는 것.
 
A씨는 지난 3월 31일 해외 여행사에게 메일을 한통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항공 운항이 중단돼 A씨가 예약한 항공권이 취소됐다는 것. 이 여행사는 메일 말미에 이번 일이 자신들의 과실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A씨는 결국 급한 대로 기존 예약했던 날짜보다 앞당긴 날짜에 항공권을 다시 발급했다. 그러나 A씨는 5월 29일 현재까지도 기존의 취소했던 항공권 70여만원을 환불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A씨는 다시 해당 여행사 측에 앞서 취소된 항공료 환불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 여행사는 4월 14일 “항공료 반환 요구가 증가하면서 업무가 수일이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낸 뒤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A씨는 결국 광화문에 있는 카타르 항공사 지사까지 방문,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은 “여행사에 문의하라”면서 환불을 거부했다. 이에 A씨가 “여행사가 4월부터 불통인데 어떻게 하냐”면서 “취소한 항공료를 여행사 측으로부터 받은 게 있으면 해당 부분을 돌려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러자 항공사 측은 7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장 외국으로 갈 일도 없거니와 코로나가 언제 잠잠해질지도 모르는데 지금 바우처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면서 “연락도 닿지 않고 잠수를 타버린 여행사와 계속 거래를 하는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해당 여행사는 한국소비자원이 주의를 요하는 외국계 여행사로 분류됐다. 소비자원은 지난 6일 ‘해외 여행사 ‘Travelgenio’와 ‘Travel2be’ 소비자피해 주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A씨와 비슷한 피해 사례들을 소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A씨가 이용한 여행사는 스페인 소재 Travel2be 여행사다.
 
특히 두 여행사는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86건, 89건의 소비자상담이 접수된 바 있다. 올해는 1월부터 4월15일까지만 해도 무려 103건의 소비자피해 상담이 접수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7.8% 증가한 수치다.
 
해당 사안과 관련, 카타르항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발급했을 경우, 여행사에 환불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이와 달리 코로나 사태로 항공권이 취소된 경우에도 여행사가 아닌 항공사를 통해 집적 발급한 소비자는 현재 환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행사 측이 연락이 두절 됐다’는 설명에 “법무팀에 문의해 보니, 해외 여행사라면 해당 여행사 소재지(스페인)의 카타르 항공 측에 환불을 문의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항공사 측은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절차가 마련돼 있다”면서 “바우처 제공을 받을 경우 피해 금액의 10%를 더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렇게 복잡하게 환불을 받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앞서 냈던 항공료는 지금 누가 갖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환불을 못 해줘도 최소한 여행사 측과 연락을 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Travel2be는 올해 2월 4일 이후부터 소비자원의 해명 요청에도 회신을 하지 않다가 우연인지 아닌지, 보도자료가 배포된 후 회신을 받았다”면서 “여행사 측에서는 일부 환불을 해준 사례들을 언급했지만, 모든 피해 소비자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항공사들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환불 정책이 제각각이고, 여행사를 낀 경우에도 저마다 다르게 처리하고 있다”면서 “향후 또 환불 정책이 바뀔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은 국제거래 시 해외 사업자가 연락이 두절 된 경우, 신용카드사에 이미 승인된 거래를 취소하는 서비스인 ‘차지백’ 서비스를 신청할 것도 조언했다. 서비스 신청 기한은 카드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거래일로부터 120~180일 이내 해야 한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민원이 제기된 항공사 측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A씨처럼 여행사에도, 항공사에도 구제를 받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위한 세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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