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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아이리시맨>의 교차편집 - 갱스터영화의 컨벤션과 자기반영성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아이리시맨>의 교차편집 - 갱스터영화의 컨벤션과 자기반영성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0.11.02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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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영화의 컨벤션과 <아이리시맨>

갱스터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금주법과 함께 시작한다. 그래서 갱스터영화는 금주라는 도덕적 가치와 어두운 세계의 모순된 결합을 보여준다. 갱스터영화의 공식은 갱스터의 성공과 파멸을 그린다. 불행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이 조직원이 되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조직의 중요한 인물이 되어 권력, 부, 여자를 모두 차지하지만 내부의 배신으로 파멸과 죽음에 이른다. 갱스터영화의 도상은 검은 양복, 총, 도시의 야경, 담배연기 등 화려한 삶과 불안한 징후라는 모순된 측면을 담고 있다. 갱스터영화의 양식은 권선징악적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갱스터 주인공에 대한 시점숏 억제와 극단적 거리두기를 보여준다.

<아이리시맨>(The Irishman, 2019)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터영화이다.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은 표면적으로는 정육사업을 하지만, 이면적으로는 속칭 페인트공(살인청부업자)이다. 프랭크는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밑에서 일하다가, 노조 조합장인 지미 호파(알 파치노)의 일을 돕게 된다. 지미는 프랭크와 공적인 협력과 사적인 유대를 쌓아가면서, 프랭크의 딸인 페기(안나 파킨)과도 친밀한 관계를 이어간다. 지미의 독선적인 행동이 계속 문제를 발생시키자, 러셀은 프랭크에게 지미를 죽이지 않으면 가족이 위험할 수 있다며 협박한다.

 

페인트공과 노조조합장: 갱스터와 권력의 유착

<아이리시맨>의 전반부는 대과거/과거/현재를 동시에 보여준다. 대과거에서 프랭크는 정육사업 속이기와 살인청부업으로 돈을 벌고, 러셀과 만나서 조직의 일을 수행하게 되면서 지미의 일을 돕게 된다. 과거에서 프랭크 부부는 러셀 부부와 함께 동반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고속도로를 달린다. 현재에서 프랭크는 외롭게 양로원에 있으며, 조직 보스인 안젤로 브루노가 사망한다. 이 영화는 대과거/과거/현재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대과거의 성공, 현재의 안정, 미래의 고독이라는 세 가지 시간대에서의 격차를 강조한다.

<아이리시맨>의 전반부 내러티브는 복선과 대비를 보여준다. 지미와 프랭크의 관계는 갱스터영화의 전형과 변형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결말에서 일어나는 지미의 최후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프랭크 시런의 별명은 ‘뒷고기’이며, 프리미엄급 고기를 뒷고기로 바꿔치기하는 속임수로 이익을 창출하는 사기꾼이라는 점에서 살인자 갱스터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전반부에서의 지미와 프랭크의 화합은 후반부에서의 배신과의 차이를 강조한다. 지미는 프랭크의 딸 페기와 친하게 지내게 되고 결국 이러한 관계로 인해 프랭크가 지미를 살해하자 페기가 자신의 아버지와 인연을 끊게 만든다. 지미의 독선적인 태도,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 정장에 대한 고수, 금주에 대한 입장 등은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이러한 배타성은 결국 정적과의 화해를 방해하여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전반부의 스타일에서는 유사성과 대비, 반복을 통한 격하를 보여준다. 영화 내내 계속 나오는 피의 이미지는 ‘페인트공’이라는 별명을 가진 살인청부업자 프랭크의 살인을 형상화한다. 붉은 피를 붉은 페인트로 환유함으로써 살인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 그리고 총과 꽃의 상반된 이미지의 연결은 폭력과 사랑이라는 대비되는 주제를 모순된 결합으로 보여준다. 강바닥에 시체를 계속 버리고 총을 쏘는 장면의 반복, <대부> 영화음악 패러디 등은 갱스터영화의 심각한 살인과 죽음의 무게를 격하시킨다.

 

민족 갈등: 조직과 정치에서의 결탁과 대립

<아이리시맨>의 중반부에서는 대과거/과거/현재의 간극이 점점 좁혀진다. 대과거에서 노조 지미와 갱스터 토니가 대립하며, 지미의 노조 조합장 재출마로 갈등이 고조되며, 지미의 독단적인 행동에 선을 넘음으로써 조직에서의 견제가 시작된다. 과거에서 프랭크 부부와 러셀 부부의 여행이 지루하게 계속 이어진다. 현재에서 뚱보의 100년형, 조이의 죽음 등 갱스터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준다.

<아이리시맨> 중반부의 내러티브에서 갱스터는 납치, 감옥, 폭력, 죽음 등 계속 범죄를 저지른다. 동시에 갱스터는 무능한 정치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정치인의 짝패로서의 갱스터의 이면을 드러낸다. 노조 조합장이라는 권력을 둘러싸고 인물들의 갈등과 조직들의 대립이 심화된다. 지미의 소유욕, 독점욕, 탐욕, 배타성은 죽음과 파멸의 전조로 나타난다. 그리고 지미와 토니의 갈등은 아일랜드계 갱스터와 이탈리아계 갱스터의 대비로 조직폭력 사회 내에서의 민족 대립을 보여준다.

부부 동반 여행을 통해 가족과 조직에서의 가부장적 위치를 연결시킨다. 그리고 갱스터가 조직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미인을 얻는 것과 이 영화의 과거에서 부부 동반여행, 아내들의 존재감은 갱스터영화의 비현실적 설정을 현실적 설정으로 전환시킨다. 대과거와 과거에서 계속 삽입되는 현재 갱스터의 비참한 최후는 갱스터영화에서 나타나는 갱스터의 성공과 파멸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대비시킨다. 이러한 갱스터영화의 전형적인 결말, 즉 비참한 최후와 파멸을 후반부가 아니라 중반부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이성을 드러낸다.

<아이리시맨> 중반부의 스타일은 슬로우모션, 대비, 시선을 통해 주제를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갱스터의 살인에 대한 슬로우모션은 폭력의 미학보다는 죽음의 허무함을 강조한다. 생일/죽음, 결혼/죽음 등의 결합은 인생에서의 희극적 요소와 비극적 요소의 모순된 결합을 보여준다. 인물의 시선은 진실에 대한 인지와 비판을 보여준다. 아버지(갱스터, 남성)의 세계를 바라보는 딸(일반인, 여성)의 시선은 환멸, 반감, 불신 등 비판적 시선을 드러낸다. 그래서 다른 영화들처럼 갱스터/경찰(공권력)의 대립이 아니라 갱스터/가족(일반인)의 대립을 보여준다.

 

배신자: 가족과 동지 사이의 딜레마

<아이리시맨>의 후반부에서는 대과거가 과거로 바로 이어지고, 과거의 결과가 현재로 나타난다. 과거에서 프랭크 부부와 러셀 부부의 동반 여행은 지미의 암살 여행으로 밝혀진다. 그래서 대과거에서의 지미의 독선과 조직의 견제가 바로 과거에서의 지미 암살로 이어진다. 러셀이 지미를 암살하라고 말하자, 프랭크는 눈물을 흘린다. 러셀은 어차피 지미는 죽지만, 프랭크가 그 일을 처리한다면 프랭크 가족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한다. 지미가 총으로 살해당하자, 페기는 아버지 프랭크를 의심한다. 현재에서 아내 리니와 러셀이 죽고, 프랭크는 자신과 절연한 페기에게 너희를 지키고자 지미를 죽였다며 사과한다.

<아이리시맨> 후반부의 내러티브에서는 비로소 대과거/과거/현재의 아귀가 맞추어진다. 부부의 동반 여행은 지미 암살 여행이자 알라바이 여행임이 밝혀진다. 전반부부터 갱스터 이야기와는 다소 무관한 듯 보이는 지루한 고속도로 여행이 왜 삽입되었느냐는 의문이 해소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프랭크는 가족의 죽음과 동지의 죽음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고, 가족을 선택하여 동지를 살해하지만 가족에게 배척당하고 만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살아남은 갱스터의 고독과 슬픔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갱스터영화의 못다한 뒷이야기를 보여준다.

<아이리시맨> 후반부의 스타일에서는 피 이미지와 시선으로 갱스터의 몰락을 강조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한 피의 이미지는 마지막까지 계속되면서 주변부 인물의 죽음에서 중심부 인물의 죽음으로 점점 좁혀온다. 벽에 튀는 피 이미지를 페인트공과 연결시키면서 갱스터를 격하하고, 자신의 살인은 자신의 파멸 혹은 죽음으로 대가를 치른다. 벽에 튀는 피 이미지는 제3자의 죽음(전반부)과 동지의 죽음(후반부) 사이의 대비는 같은 죽음에 담긴 다른 의미를 보여준다. 프랭크가 지미의 뒷통수를 총으로 쏨으로써 벽에 피가 튀는 장면은 정당한 결투나 총격이 아니라 비겁하게 뒤에서 죽인다는 점에서 갱스터의 권위를 격하시키고 비참한 말로를 강조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페기와 지미의 사진은 가족과 동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프랭크의 딜레마를 의미한다. 크리스마스에는 문을 닫지 않는 전통으로 열린 문 사이를 보여주는 롱숏은 페기를 지키고자 지미를 배신하는 아버지 프랭크를 바라보는 딸 페기의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대과거/과거/현재의 교차편집: 성공과 파멸의 병치

<아이리시맨>의 가장 큰 특징은 대과거/과거/현재의 교차편집이다. 일반적인 영화가 대과거, 과거, 현재로 이어지는 순차적 구성이라면, 이 영화는 대과거, 과거, 현재가 동시에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 대과거/과거/현재는 계속 교차되면서 점점 현재에 가까워진다. 전반부에서는 대과거/과거/현재의 간극이 크지만, 중반부에서는 점점 가까워지고, 후반부에서는 대과거/과거/현재가 마침내 연결된다. 이렇듯 대과거의 성공과 현재의 파멸을 동시에 병치시킴으로써 갱스터의 과거와 미래 사이의 대비와 격차를 강조한다. 그래서 대과거/과거/현재의 교차편집은 갱스터영화에 대한 자기반영성을 보여준다.

<아이리시맨>는 조직을 통해 얻은 권력과 부가 사라지고 죽음과 파멸에 이른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갱스터영화와 유사하다. 무모한 폭력, 불법적인 성공 가도와 파멸이라는 일반적인 갱스터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지만, 급작스러운 파멸보다는 서서히 몰락해간다는 점에서 더 현실적인 엔딩을 보여준다. 갱스터영화에서 일반적으로 주인공이 친한 동료나 부하에게 배신을 당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친한 동료를 배신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래서 갱스터영화에서의 주인공의 파멸보다는 배신자의 몰락을 보여준다. 제목 <아이리시맨>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들이 대부분 아일랜드계 갱스터로서 이탈리아 갱스터와의 대립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부>에서 이탈리아 갱스터로 등장했던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아일랜드 갱스터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갱스터영화에 대한 패러디를 보여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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